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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겐 팍팍 대왕닭 구이, 구마모토 '산초 지도리'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3.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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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렌터카 여행④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熊本市)+야마가시(山鹿市)
 
For Driver 
시마바라항에서 페리에 차를 싣고 구마모토로 향했다. 육로로 가면 해안을 따라 뱅글뱅글 돌아갈 길이지만 바닷길로는 한 시간 거리다. 마지막 날 일정은 구마모토에서 후쿠오카 공항을 향해 위로 올라가는 여정. 이 길이 위험하다. 다양한 음식들이 여행자의 허기, 식욕, 호기심, 식탐을 향해 끊임없이 구애한다. 먹고 달리고, 먹고 달리고, 먹고 달리고. 디저트까지 포함하면 모두 다섯 끼. 고백하겠다. 본문엔 없지만 후쿠오카로 가는 길에 돈코쓰 라멘의 발상지인 구루메까지 들렀다. 다 차를 빌린 덕이다. 
 
구마모토까지 이들과 동행한다
갑판 위에서 역광이 비치는 드라마틱한 바다를 찍는 사진가
 

바다 건너 구마모토로 

날이 맑으면 시마바라에서 아리아케 해협 건너의 구마모토가 한눈에 들 정도다. 멀지 않은 뱃길을 건너는 동안 갑판으로 나갔다. 갈매기들이 길동무가 되어 준다. 누군가는 바다의 푸르름을 카메라에 담고 누군가는 갈매기에게 일본 새우깡인 에비센을 던져 주거나 입에 물려 준다. 연인들이 갑판에 서는 경우 벌어지는 상황은 언제나 같다. 여자가 갈매기에게 에비센을 주다 손이라도 쪼이면 화들짝 놀란 남자가 손가락을 호호 불며 달래 주는 식이다. 마치 연인들의 ‘나 잡아 봐라’ 놀이가 갑판 버전으로 재구성된 듯하다. 

바다 구경, 사람 관찰 실컷 하다가 실내에 들어와 커피 한 잔 마시면 어느덧 도착이다. 호텔에 짐을 풀고 시내로 들어서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됐다. 구마모토의 밤은 화려하다. 시마바라의 고즈넉한 풍경에 비하면 이곳은 시끌벅적하다. 규슈에서 후쿠오카 다음으로 큰 도시라 했던가. 규모에 걸맞게 구마모토성 인근에는 밥집 술집들이 도열해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구마모토 산넨자카거리.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바다 건너 구마모토로 

말고기가 유명하다는 구마모토에서 진중하게 메뉴를 고민한 후 들어간 집은 1934년부터 성업 중인 코우란테이. 구마모토에서 가장 번화한 시모도오리 아케이드(下通アーケード)에 위치한 곳으로 여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메뉴 타이피엔(太平燕)면을 판다. ‘서울에는 짜장면, 나가사키에는 짬뽕, 구마모토에는 타이피엔면’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해가 쉽겠다. 중국 푸젠성에서 건너와 구마모토에 터를 잡은 화교들이 시작한 음식이다. 돼지나 닭을 우린 고기 육수에 배추, 무 등의 야채와 당면을 넣어 끓인 것으로 구마모토 사람들의 소울푸드다. 코우란테이는 타이피엔면 외에도 볶음밥, 마파두부, 교자 등의 식사류는 물론 수준급의 중화요리를 낸다. 

마지막 밤이다. 일행 모두가 무언가 더 먹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건 당연지사. 일본에서 생일을 맞은 동행인이 한턱내기로 했다. 그는 셰프다. 맛집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동물적 감각을 지녔다. 오랜 세월 요리를 하고 식당을 일구었으니 세포 구석구석에 제대로 된 집 알아보는 빅 데이터가 켜켜이 쌓였을 게다. 무렴하지만 뒤만 졸래졸래 따라나서면 되니 퍽 행복한 일이다. 그가 골라 들어선 집은 호루몬만 야끼니꾸.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좁은 식당 안에는 고기 굽는 연기가 담배연기와 함께 피어오른다. 더 정확히는 고기 냄새가 강하고 향긋해 담배 냄새는 존재감을 잃는다. 과연 가게 고르시는 눈썰미가 날카롭다. 셰프님은 여러 부위를 골고루 주문하시고는 일본 사람들의 고기 취향이 한국인과 달라 갈빗살, 안창살 등의 부위를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고급 정보도 알려 주었다. 바에는 어깨 굽은 한 남자가 홀로 앉아 고기를 굽는다. 이 순간만큼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고기를 맛있게 굽는 일. 남의 눈치 안 보고 온전히 몰두한 고독한 미식가의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코우란테이의 타이피엔면. 얼큰한 국물 입은 당면이 술술 잘도 넘어간다
 
코우란테이(kourantei)
주소: 1-15 Kamitōrichō, Chūō-ku, Kumamoto
전화: +81 96 352 3812  
홈페이지: www.kourantei.com
 
호루몬만 야끼니꾸 내부는 지글지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소리가 끊임없이 난다
 
호루몬만(Horumonman)
주소: 1 Chome-4-17 Tetorihoncho, Chūō-ku, Kumamoto
전화: +81 96 355 4129
 
 
구마모토 유노쿠라 온천의 노천탕
 
 
료칸 마을의 인생 닭집 

마지막 날,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야마가시(山鹿市)에는 아름다운 료칸 마을과 인생 최고의 닭집이 있다. 구마모토 외곽의 전원 풍경이 인상적인 히라야마 온천마을은 알칼리성 유황온천이 샘솟는, 총 30개 정도의 온천 숙소가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중 유노쿠라 료칸을 잠시 들렀다. 모든 객실에 노천온천이 있고 료칸 이곳저곳을  산책하다 보면 마치 시골 마을 길을 걷는 느낌이라 금세 평온해진다. 완벽한 힐링의 장소가 되겠다는 포부로 경영하는 만큼 결과도 좋다. 2011년 기준 일본 전역을 통틀어 4위에 랭크된 이력도 있을 정도다. 온천 내 식당에서 판매하는 말고기 덮밥이 유명해 이것 먹으러 일부러 료칸을 찾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유노쿠라 료칸 바로 옆 가게 ‘산초 지도리’에는 료칸의 말고기 덮밥을 무색하게 만드는 식재료가 있다. 닭이다. 아마쿠사다이오라고 부르는 아마쿠사산 대왕닭을 식탁 위 커다란 화로에 올려 구워 준다. 대왕닭은 이름 그대로 몸집이 크다. 10개월 자란 수탉은 크기 1m, 무게 10kg까지 자란다. 사라진 품종을 복원한 것으로 껍질에 콜라겐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닭의 3배나 많은 콜라겐을 함유하고 있단다. 불판 위에 오른 고기를 보자. 노랗고 두꺼운 부위가 있는데 그것이 콜라겐이다. 닭의 여러 부위는 생으로도 먹는다. 모래집, 가슴살, 간을 생으로 손님에게 낸다. 처음 먹어 보는 사람일지라도 입에 넣는 순간 심리적 저항 따위 아득히 사라질 맛이다. 간은 푸아그라와 비슷한 식감이지만 더 고소하다. 꼬들꼬들할 거라 예상한 모래집은 생각 외로 부드럽다. 후쿠오카나 구마모토에서 아마쿠사 대왕닭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이곳뿐이라 주말이면 인산인해다. 산초 지도리 덕에 온천마을이 잘 된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구마모토 다마다시(玉名市)에 위치한 ‘우라노 카페(裏乃カフェ)’는 음악을 듣는 어른들을 위한 카페다. ‘뒤’라는 뜻의 카페 이름은 의미가 다양하다. 약국 뒤에 있어서 뒤, 카페 앞에 우라카와라는 이름의 강이 흐르고 있는데 강 이름 앞 글자에 소유격조사를 붙여서 또 우라노다. 약국을 운영하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뒤쪽 부엌에서 겸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다짐의 의미가 있다. 우라노 카페는 전망이 아름답다. 통창으로 드는 햇살이 좋고 그 바깥으로는 우라카와 강줄기를 따라 녹음 우거진 산책로가 펼쳐졌다. 야무진 인상의 주인 아주머니는 흐린 날은 클래식을, 맑은 날은 재즈 앨범을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고 귀띔해 준다.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 평균율이 카페에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창밖 풍경은 멋진 그림 같다. 음악의 리듬과 살랑 부는 바람의 리듬이 맞는 어느 순간엔, 마치 잘 만든 동영상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비가 오면 좋겠고 눈 내리는 풍경도 아름다울 것 같다. 여기에선, 온종일 날이 흐려도 괜찮겠다 싶었다.   
 
산초 지도리의 닭간요리 
 
산초 지도리(Sanzo Jidori)
주소: 5205 Hirayama, Yamaga-shi, Kumamoto-ken 861-0556 
전화: +81 968 42 8138 
홈페이지: sanzo-jidori.com
 
카페 우라노의 정갈한 커피 한 상
 
우라노 카페(Cafe Urano)
주소: 865-0025, 164 Takase, Tamana, Kumamoto 
전화: +81 968 72 2057
 
유노쿠라 료칸(Yunokura Kumamoto)
주소: 5255-2 Hirayama, Yamaga, Kumamoto 
전화: +81 968 43 4070 
홈페이지: www.yunokura.jp 

‘부탁해요 리나상’
일본 여행 전문 엔타비여행사가 제공하는 신개념 서비스다. 맛집, 공연, 체험 등을 위한 예약 서비스를 오키나와 출신의 리나씨가 소정의 비용을 받고 대행해 준다. 리나상만 있다면 까막눈이 되어 홀로 다니는 일본 여행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 3월31일까지는 5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www.ntabi.co.kr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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