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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보다 아름다운 우리의 밤, 타이완 등불축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3.29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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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wan Lantern Festival
첫 번째 타이완 여행을 떠올린다. 로맨틱한 크루즈 여행이었다. 
하지만 저녁 6시만 되면 신데렐라처럼 배로 돌아가야만 했고, 그 화려하다는 
타이완의 야경은 구경조차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두 번째 타이완 여행은 ‘야경’이 주제다. 
정월대보름의 타이완 등불축제를 운명처럼 여행했다.
 

타이완 등불축제의 밤, 거대한 등불 사이로 오색찬란한 불꽃이 수를 놓는다
해가 지자마자 찾아오는 마법의 시간 ‘매직아워’에 사진을 찍으면 등불과 하늘의 노출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로맨틱한 등불의 향연  
타이완 등불 축제
 
타이완 사람들의 등불 사랑은 유별나다. 새 건물보다는 낡고 오래된 건물을 마주치기가 쉬운 타이완의 도시들은 밤만 되면 화려하게 변모한다. 골목마다 각양각색의 오색찬란한 등불이 불을 밝힌다. 

타이베이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윈린현(雲林縣)을 찾아갔다. 올해로 28회, 등불축제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타이완 등불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축제의 무대인 후웨이(虎尾) 지구는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음력 1월15일은 1년 중 달이 가장 크고 밝은 날이다. 달을 보며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소원을 비는 날로 한국에선 ‘정월대보름’, 타이완에선 ‘원소절(元宵節)’이라 부른다. 원소절은 중국의 오랜 전통에서 시작되어 무려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타이완에서는 원소절에 등불을 켜고 찹쌀로 만든 동그란 새알심 ‘탕위안(汤圆)’을 먹으면서 둥글둥글 화목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원소절 타이완 각 지역에서는 특색 있는 행사들이 펼쳐지는데, 모두 빛에 관한 축제들이다.

점등식과 함께 축제가 개막하는 오후 5시. 아직 어둠이 내리진 않았지만 축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윈린 고속철도역 주변의 농업박람회 생태단지 곳곳에 설치된 3,000여 개의 등불 조형물이 관람객들을 반겼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손을 꼭 잡은 연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조형물을 구경하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축제의 장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행사장 한쪽에선 타이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야시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꼬치구이, 대왕오징어 튀김, 구운 옥수수, 타피오카 펄을 넣은 밀크티 등 다양한 먹거리가 발길을 붙잡았다. 한국인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취두부 향과 고수 향도 곳곳에서 진하게 풍겨 나왔다.
 
 
화려한 색감, 어마어마하게 큰 등불의 크기에 한 번 놀라고, 눈썹까지 움직이는 등불의 디테일에 두 번 놀란다
비상하는 봉황을 바라보며 새해 소원을 빌어 본다

타이완 등불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해마다 그 해에 해당하는 십이지신(十二支神)이 주등이 된다는 점이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그에 걸맞게 올해의 주등은 봉황이다. 봉황이 머리를 들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거대한 주등 ‘봉황래의(鳳凰來儀)’는 4D 굴절방식으로 제작됐다. 어떤 각도에서든 천변만화(千變萬化)의 광학적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이 ‘세계 최고의 축제 가운데 하나’로 조명한 타이완 등불 축제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답게, 달걀 모양의 등불이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주등이 점화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한곳을 향했다. 주등이 환히 불을 밝히는 순간, 사람들의 소망도 높이 비상한다. 곳곳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등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즐기고 있었다. 올해 등불축제는 윈린의 다원문화와 토지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을 스토리로 내세웠다. 로하스, 고향, 인형극, 연희, 종교기복, 공예전통 등 윈린현의 상징들과 독특한 자연 생태, 친환경 과학기술, 민속 문화 등을 등불로 표현했다.

어둠이 내려앉자 빛의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불이 들어온 등불의 영롱한 색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아이들도 신이 난 듯 포켓몬, 아이언맨, 토토로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불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기에 여념이 없었다. 끝없이 걸려 있는 등불 아래로 엄청난 인파들이 오갔다. 우리나라 불꽃축제만큼 복잡하고 사람이 많은데도 행사장은 질서정연하다. 샤오츠(小吃·가볍고 간단한 길거리 음식)를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앞에서 새치기하는 사람도 없고, 앞사람에 가려 등불이 잘 안 보인다고 언성을 높이는 사람도 없다. 행사장에 서서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고 있으면 안내요원이 바로 말을 걸어온다. “좀 도와 드릴까요?” 그들의 몸에 밴 친절을 대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밤이 깊을수록 축제의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등불 아래 간절히 소원을 비는 타이완 사람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까만 밤하늘 위로 레이저빔이 정신없이 춤을 추었고, 색색의 등불 사이로 오색찬란한 불꽃이 수놓았다. 수천 발의 폭죽을 하늘로 쏘아 올릴 때마다 마음에도 불꽃이 팡팡 터졌다.
 
 
타이완 등불축제의 유래

타이베이의 주요 사찰들은 언젠가부터 원소절을 앞두고 아름답게 장식한 화등(花燈)을 밝히는 행사를 열곤 했다. 이 특별한 화등 장식을 구경하러 타이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람객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자, 각 사찰에 거는 화등을 한곳에 모아 좀 더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모였다. 타이완 교통부 관광국 주관으로 1990년, 한장소에 화려한 등을 모아 전시하는 행사가 처음 열렸다. 그렇게 시작된 행사는 오늘날 주민들과 세계 각국의 방문객들이 함께 즐기는 타이완 등불축제로 발전하게 됐다. 
 
 
야시장 안 스린츠시엔꽁(士林義誠宮)의 등불

예로부터 타이완의 대다수 사람들은 도교나 불교를 믿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사원 주변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스린 야시장도 마찬가지다. 야시장 안에 위치한 도교 사원인 ‘스린츠시엔꽁(士林義誠宮)’의 화려한 등불은 큰 볼거리다. 사원 계단에 앉아 길거리 야식을 먹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글·사진 Travie writer 유호종  에디터 고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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