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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자국민들의 거리,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 Editor. 김예지
  • 입력 2017.04.06 1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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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묘하다. 
히잡을 둘러쓴 여인들이 
차이나타운을 지나고, 
인도 음식을 먹는 와중에
중국어가 들려온다. 
싱가포르의 가장 큰 매력은 
도무지 하나로 표현하기 힘든 
이 모호함에서 온다.
 
새빨간 등이 훤히 불을 밝히는 차이나타운의 밤
 

싱가포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인구의 약 74.2%가 중국계, 13.3%는 말레이계, 9.2%의 인도계와 나머지 기타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는 싱가포르는 그야말로 복합적이다. 사람들의 외모와 언어, 문화는 당연히 가지각색이다. 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불교·기독교·힌두교 등의 종교를 믿으며, 세계 곳곳에서 건너온 여러 문화가 공존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영어라는 공용어로 서로 대화하고, 퓨전이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문화로 어우러진다. 따로 또 같이, 다양성 속의 공통점. 이번 여행에서 넘나든 묘한 경계들은 어쩌면 이 모순적 개념에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otic vs. Native
이국적인 자국민들의 거리, 차이나타운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은 한국의 차이나타운과는 다르다. 인구의 반 이상이 중국계인 싱가포르에서 이곳을 그저 ‘작은 외국’이라 부를 수는 없다. 이국적이지만 이국적이지 않은, 차이나타운의 풍경은 엄연히 싱가포르 국민들의 일상이다. 
 
차이나타운 스트리트 마켓. 먹을거리와 기념품, 사람들로 꽉 찬다
 
닭의 해를 기념해 곳곳에 진열해 놓은 루스터 장식들
차이나타운 스트리트 마켓에서 기념품을 고르는 여행객

과거가 만들어 낸 현재의 깊이

낮보다 밤이 좋다. 푹푹 찌는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것도, 곳곳에 붉은 등이 환하게 불을 밝히는 것도 밤이다. 층층으로 쌓인 불아사용화원(佛牙寺龙华院, Budda Tooth Relic Temple and Museum)*의 촘촘한 틈새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현지인과 여행객이 한데 모인 가게에 북적북적 활기를 띠는 것 또한 해가 진 후 차이나타운(China Town)의 광경이다.

차이나타운은 1800년 초중반부터 19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싱가포르에 이주해 살아온 중국인들의 터전이었다. 정착 초기 힘들었던 시절부터 1950년대 황금기까지 그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흐르고 있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은 올드하지 않다. 사우스 브리지 로드(South Bridge Road) 뒤편 안시앙 로드(Ann Siang Road)와 클럽 스트리트(Club Street)에 있는 레스토랑과 바(bar) 주위로 늘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차이나타운의 건물들은 대부분 나지막하고 옆 건물과 틈이 없이 오밀조밀 붙어 있다. 오래된 건물을 허무는 대신 부티크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으로 개조해 사용한 탓이다. 희끗희끗 오랜 시간을 버텨 왔지만, 그 모습이 진부하지 않다. 오히려 막 지어진 새로운 빌딩엔 있을 리 만무한 깊은 멋이 배어 있다. 200살을 훌쩍 넘긴 지긋한 차이나타운이 까마득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끄는 비결이다.

파고다 스트리트(Pagoda Street)에 있는 차이나타운 스트리트 마켓(Chinatown Street Market)으로 들어서면 중국 특유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강렬한 빨간색과 황금색 장식품들이 상점 건너 상점마다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닭의 해를 맞은 올해를 기념한 루스터(Rooster) 장식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데 솜 인형, 열쇠고리, 자석 등 그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 꼭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여행객들은 너도나도 기념품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의 당연한 일상이 여행자에게는 이국적인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 또한 모를 리 없으니까.
 
 
*불아사용화원│‘불아(佛牙)’라는 이름에서처럼 부처의 송곳니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층은 불당, 2층과 3층은 불교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부처의 송곳니는 4층 사리탑 안에 보관돼 있다.
 
 
▶싱가포르의 또 다른 세계
아랍 쿼터(Arab Quarter) &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아랍 쿼터와 리틀 인디아 역시 싱가포르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아랍 쿼터에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인 술탄 모스크(Sultan Mosque)를 비롯해 아랍 음식과 각종 향신료, 카펫 등이 늘어선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와 감각적인 패션 골목 하지레인(Haji Lane)이 있으며 리틀 인디아에는 히말라야 크림과 타이거 밤을 매우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무스타파 센터(Mustapa Centre)가 있다. 주변의 인도 로컬 음식점 및 전통 공예품 가게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RESTAURANT
 
 
마만다(MAMANDA)
아랍 스트리트 주위의 말레이 헤리티지 센터(Malay Heritage Centre) 바로 옆에 위치한 말레이 레스토랑으로, 할랄(Hala) 음식을 맛볼 수 있다. 173년 된 건물은 깔끔한 외관에 내부도 매우 고풍스러운데, 한때 말레이계 싱가포르 왕인 술탄 후세인(Sultan Hussein)의 후계자 텡쿠 마무드(Tengku Mahmud)의 집이었다. 커다란 원형 플레이트에 고기, 생선 야채 등이 함께 나오는 나시 암벵(Nasi Ambeng) 메뉴는 3~4명이 함께 먹기에도 푸짐하다. 
가격: 나시 암벵 59.90SDG부터
오픈: 매일 08:00~20:00
주소: 73 Sultan Gate S198497
전화:  +65 6396 6646
 
 
타이거스 밀크(Tiger’s Milk)
차이나타운 안시앙 로드의 더 클럽 호텔(The Club Hotel) 위층에 자리한 바. 작고 아담한 루프톱은 꼭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든다. 각종 페루 스타일 요리 및 칵테일 음료를 선보이는 이곳의 대표 칵테일은 피스코 사워(Pisco Sour). 레몬의 상큼한 맛에 계란 흰자 거품이 풍성하게 올려져 있다. 치킨, 생선, 양고기 등 신선한 재료로 요리한 메인 메뉴도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가격: 피스코 사워 18SGD
오픈: 월~토요일 05:00~24:00
주소: 28 Ann Siang Road, Singapore 069708
전화:  +65 6808 2183
 
글·사진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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