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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원정대] 맛있는 하이퐁 골목길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5.09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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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퐁 (Hai Phong)
첫 걸음에 설렘이, 두 발짝에 행복이

마음을 빼앗겼다. 하이퐁, 이름도 몰랐던 곳에 떨어진 지 두 시간 만에. 점심 식사와 시티 투어 사이 짧은 짬이 생겼다. 하버가 보고 싶었다. 베트남 북부 제1의 항구도시라니 무언가 힘찬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도를 펼쳐 보니 멀지 않아 보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하버는 보지 못했다. 골목골목 숨어 있는 달콤한 유혹에 끌려 샛길로 빠져 버린 것이다.
 
글 박애진
 
이른 아침 하이퐁 골목길에서 만난 바게트 파는 아주머니. 따뜻한 미소를 지어 주셨다
하이퐁 도심을 통과하는 기찻길. 원정대는 이곳에서 많은 ‘인생사진’을 남겼다
 

하이퐁의 거리는 조화로웠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간직한 콜로니얼 빌딩이 강렬한 색의 베트남어 간판과 어우러져 있다. 건물 벽면에 거울을 걸고 차린 간이 이발소도 호황이다. 울창한 가로수 위로는 전깃줄이 어지러이 얽혀 있다. 담장에는 부겐베리아가 넘실거리고 발끝에는 빨간 목면화가 채였다. 차와 오토바이로 정신없이 바쁜 도로 위로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과일장수들이 오간다. 

유난히 꽃을 든 남자들이 많았던 그날은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설날과 함께 국가공휴일로 지정될 만큼 큰 경축일이다. 베트남 남자들은 이날 연인 혹은 아내뿐만 아니라 어머니, 여동생, 할머니까지 사랑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꽃과 선물을 주며 감사를 표한다. 저녁에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한다. 길일로 여겨져 결혼식도 많이 한다. 폭죽을 터트리는 오토바이 행렬과 웨딩카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거리는 전통 의상 아오자이를 입고 꽃다발을 든 여성들로 활기가 넘친다. 해피 바이러스가 도시를 감쌌다. 이보다 더 격한 환영이 어디 있을까? 하이퐁과 사랑에 빠져 버렸다.
 
묘기에 가까운 짐 운반. 하이퐁 거리에선 오토바이 또는 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좌) 베트남 어느 도시를 가나 꽃을 파는 상인들이 많다. 하이퐁도 마찬가지 (우) 오토바이가 달리는 길 옆, 거리의 이발소

▶Recommend to Visit in Hai Phong    
글 신혜린
 
 
경건함이 흐르는 붉은 탑 사원
쭈어 도(Chua Do)(Red Pagoda)
 
‘붉은 탑’이라는 뜻의 하이퐁 최대 사원. 그럼에도 현지인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발견하지도 못했을 정도로 골목 속에 깊이 숨어 있다. 형형색색의 건물들을 지나면, 이름처럼 붉게 빛나는 탑이 나타난다. 사원 밖에서는 노란 자몽 나무가 반기고 촛불뿐인 어두운 실내에서는 사람들이 다 함께 기도를 올린다. 사람들의 불경 외는 소리에 괜스레 경건해지는 곳, 오토바이의 경적에 지쳤다면 잠시 들렀다 가기를 추천한다.   
주소: Le Lai, May Chai, Ngo Quyen, Hai Phong
 
 
베트남의 여성 영웅을 기리다
레쩐 동상(Tuong dai nu tuong Le Chan)(Statue of General Le Chan)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정신없이 교차하는 하이퐁 시내 중심부에 높이 7m가 넘는 거대한 동상이 하나 있다. 중국의 지배에 맞서 베트남 독립을 이뤄낸 여장군, 레쩐을 기리는 동상이다. 레쩐은 현재 하이퐁의 시초인 안비엔 마을을 건설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를 기리는 꽃이 가득 놓인 동상 앞에 가면 도시의 역사에 감사하는 하이퐁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주소: Tuong dai nu tuong Le Chan, Me Linh, Quang Trung, Hong Bang, Hai Phong
 
 
 
●Food Tour in Hai Phong
걷는 맛이 있다, 하이퐁 푸드 투어

이른 아침이면 하이퐁의 길가에는 좌판이 펼쳐지고, 구수한 국수 냄새가 출근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어스름이 내리면 김이 펄펄 나는 솥단지와 석쇠 옆으로 목욕탕 의자와 미니테이블이 깔린다. 골목에는 달큰한 바비큐 냄새가 퍼진다. 리얼 베트남의 맛은 길 위에서 시작된다.
 
글 박애진
 
 
하이퐁에서 태어난 ‘게 맛 쌀국수’
반다꾸어(Banh Da Cua)

베트남의 별미는 뭐니 뭐니 해도 쌀국수다. 하이퐁의 쌀국수는 다른 지역의 그것과 좀 다르다. 호로록 호로록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손끝으로 갈색 면발이 보인다. 하이퐁에 왔다면 꼭 먹어 봐야 할 ‘반다꾸어’다. 베트남 북부지방에서만 먹을 수 있는 국수로 하이퐁이 본고장이다. ‘반다’는 면의 종류이고 ‘꾸어’는 게를 뜻한다. 붉은 쌀로 만든 반다 면은 갈색을 띄고, 면발이 두꺼워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강에서 잡은 민물 게를 사용하는데 내장까지 아낌없이 넣어 맛이 진하다. 새우와 어묵도 들어있다. 허브와 채소를 듬뿍 올리고 작지만 매운 베트남 고추도 송송 넣고, 칼라만시(Kalamansi)로 밸런스를 맞춰 주면 입에 착착 감기는 반다꾸어가 완성된다. ‘새우탕면’보다 100배 정도 더 고급스럽고 감칠맛 나는 맛이라면 상상이 될까. 한국까지 포장해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국수집 테이블 위에는 길쭉한 빵이 수북이 쌓여 있다. 밀가루를 튀겨서 만든 ‘꿔이’다. 국물에 적셔 두었다가 면을 다 먹은 후 마지막에 먹는다. 육수를 충분히 머금은 꿔이를 한입 베어 물면 반다꾸어의 깊은 맛과 튀김의 고소함이 터져 나온다. 새우와 게살로 속을 꽉꽉 채워 바삭하게 튀겨 낸 스프링롤 ‘냄꾸어비언’과 함께하면 금상첨화. 맥주를 술술 부르는 맛이다. 하이퐁에서 취하는 건 시간문제다.
 
 
▶하이퐁 반다꾸어 맛집 ‘바꾸(Ba Cu)’
하이퐁 사람들에게 반다꾸어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모두 이 집부터 꼽는다. 민물 게와 각종 해산물로 진하게 낸 육수는 향도 맛도 아주 깊다. 국수가 나오기 전 허기를 달랠 수 있는 프라이드 스프링롤은 다 먹은 뒤에도 자꾸만 입맛을 다실 정도로 맛있다. 이 집에 가면 고민하지 말고 한 사람당 프라이드 스프링롤과 국수를 각각 1인분씩 주문하길 추천한다. 둘이서 1인분을 나눠 먹겠단 생각으로 적게 주문했다간 여지없이 추가 주문을 하게 된다.
주소: 179 Cau Dat, Ngo Quyen, Hai Phong, Vietnam
전화:  +84 904 666 053  
가격: 반다꾸어 4만VND(한화 약 2,000원), 프라이드 스프링롤 5만VND(한화 약 2,500원)
 

서민들의 소울푸드
분짜(Bun Cha)
 
분짜는 반다꾸어와 함께 베트남 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남들처럼 목욕탕 의자에 걸터앉아 호기롭게 분짜 두 개를 외쳤다. 순식간에 물기를 뺀 소면과 고기가 들어간 국물, 채소가 테이블을 채웠다. 먹는 법을 몰라도 괜찮다. 팔꿈치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은 옆 자리 사람들이 친절하게 알려줄 것이다. 한국의 포장마차에서처럼, 이곳의 길거리 식당에서도 정이 통한다.

분짜는 쌀로 만든 면발 ‘분’을 소스에 담가 먹는다. 오리지널은 냉국수지만 따뜻하게도 가능하다. 새콤달콤한 소스 맛의 비결은 ‘느억맘’! 느억맘은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소스로 모든 베트남 요리와 잘 어울린다. 촉촉하게 양념을 머금은 고기와 면을 야채에 싸서 먹는다. 실로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다. 육즙이 가득하면서도 깔끔하고 은은한 숯불 향이 기분 좋게 남는다. 스프링 롤도 함께 시켜 느억맘 국물에 푸욱 적셔 먹으니 더 맛있다.

양도 어마어마해 세 명이서 분짜 2인분을 끝내지 못했다. 셋이서 배 터지게 먹었는데 맥주 각 1병씩 포함해 우리 돈으로 5,000원이 나왔다.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 주는 음식답다. 오늘도 하이퐁에서는 퇴근시간이 되면 하나둘씩 천막 아래로 모여들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치열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건배를 외칠 것이다. 분짜는 오늘도 그들의 속을 토닥거리며 곁을 지키고 있다.
 
하이퐁의 철길 위에서. 원정대 그룹사진 ‘찰칵’
하이퐁의 거리는 모든 이에게 개방된 상점이다. 찻집도 많고, 밥집도 많고, 이발소도 많다
하이퐁 붉은 탑 사원에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벗어 놓은 ‘농’
 
 
 
 
▶TRAVEL INFO HOTEL
보랏빛 미소로 반기는 호텔
아바니 하이퐁 하버뷰(AVANI Hai Phong Harbourview)

하이퐁에서 가장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4성급 호텔. 지난 2월 방송된 KBS <배틀 트립> 베트남편에서 택연과 김광규가 묵은 바로 그 호텔이다. 고풍스러운 외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췄지만 스태프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응대 때문에 동네 사랑방에 온 듯 편안하다. 아바니 호텔을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로비부터 객실 내부까지 곳곳에 포인트를 줬다. 조식 레스토랑에는 신선한 열대 과일과 요거트, 빵은 물론 쌀국수, 스프링롤 등 베트남 전통식까지 깔끔하게 나온다. 호텔 1층에 자리한 베트남 음식점에서는 우리 돈 5,000원 정도면 반다꾸어 쌀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데, 노점에서 파는 쌀국수와는 또 다른 깔끔한 맛이어서 꼭 한 번 먹어 볼 만하다. 
주소: 12 Tran Phu Street, Ngo Quyen District, Hai Phong, Vietnam
전화: +84 31 3 827 827  
홈페이지: avanihotels.com
 
베트남 원정대 Vietnam Expedition
여행기간 | 2017년 3월8~12일(3박 5일)
원정대원 | 박애진·서지훈·신혜린·이동윤·이승하
5명의 원정대원은 <트래비> 고서령 기자, 유운상 사진작가와 함께 베트남 제3의 도시 ‘하이퐁’, 베트남을 대표하는 비경인 ‘하롱베이’, 하롱베이를 품은 도시 ‘하롱’을 여행했습니다. 날씨는 내내 궂었고 우여곡절도 끊이지 않았지만 서로의 긍정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잊지 못할 추억을 한아름 만들었습니다.
 
 
취재 트래비아카데미 베트남 원정대  
사진 Photographer 유운상  진행·에디터 고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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