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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동생과 함께 DMZ 트레킹, 말없이 그렇게 봄을 걸었네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7.05.10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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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곳을 잊으리오.
양구, 사연 깊은 그 동네를.
겨우내 찬바람이 몰아치던 강원도 끝자락 양구. 까칠한 가칠봉 산등성이에도 봄바람이 불었다.
쉽사리 손닿을 수 없는 비무장지대(DMZ)에도 
말없이 그렇게 봄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롯데관광개발
[양구 DMZ탐방! 두타연 누리길 트레킹]
 
두타연 트레킹 코스 초입 조각공원 내에 있는 작품. 작품명은 ‘잃어버린 신발’
DMZ에는 맑고 맑은 물이 흐른다. 징검다리에선 동생
두타연 트레킹 코스 초입에 있는 조각공원에서는 각종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명은 ‘헌화’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려온 물로 이뤄진다
 ‘흔들다리’라고도 불리는 두타교
 
●두타연
하얀 연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가곡 비목이다. 노래를 시작하는 마디인 ‘초연’은 처음 만난 인연도, 처음 올린 공연도 아니다. 화약 초(硝), 연기 연(煙)을 사용한 화약 연기를 뜻한다. 두타연 트레킹 출발점에서 만난 김영란 양구 문화관광해설사는 바로 이 곳 두타연이 가곡 비목의 배경이 된 곳이라고 말했다. 

“두타연은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에요. 대포나 총을 쏘면서 화약 연기가 생겼겠죠. 연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수많은 사상자들이 남았고,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들은 양지 바른 곳에 묻고 비석을 세웠죠. 이름 모를 비목이 된 거예요. 그 현장이 이곳이기도 합니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으로 시작된 두타연 트레킹은 함께 간 동생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생소하기도, 낯설기도 했다. 양구에서도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방에 있는 곳인 이곳은 1,000년 전 두타사라는 절이 있었던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6·25 전쟁 이전에는 북한이었고 육로로 금강산을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지금도 금강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폭포를 이루고 있는데, 물의 깊이가 무려 12m. 맑고 깊은 수심을 자랑하는 두타연은 천혜의 비경을 가진 국내 최대 열목어 서식지로 꼽힌다.

트레킹 코스 곳곳에서는 쉽게 전쟁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철조망과 지뢰 표시가 대표적이다. 일반인에게 일부 구간의 출입이 허가됐지만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지뢰가 많기 때문에 허락된 코스 외에는 입장을 통제하고 있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두타연에서는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삼림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를 기억하고 기리기 위한 많은 노력들도 보인다. 트레킹 코스 초입에 자리한 양구 전투 위령비와 조각 공원, 지뢰 체험장 등에는 양구 지역에서 발생한 주요 전투 지역과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특히 조각 공원은 지난 2013년 휴전 60주년에 맞춰 젊은 아티스트들이 31개의 작품을 제작했다. 젊은 작가들이 선보인 작품은 분단의 아픔과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트레킹 코스 초입에 있어서 본격적인 트레킹 전 당시의 기억과 그 마음들을 꾹꾹 눌러 담을 수 있다. 두타연 삼림의 꽃잎 하나, 나뭇잎 하나에도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좌) 제4땅굴 입구 (우) 을지전망대에서는 남한과 북한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을지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펀치볼 마을
 
●을지전망대
남북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최전방

“언니, 저기가 북한이래. 나 지금 북한을 본거야?” 
6.25 전쟁에 지뢰, 비무장 지대까지. 평소에 잘 쓰지도, 듣지도 않는 단어와 이야기를 들으며 트레킹에 동행한 동생은 낯선 마음이 들었나 보다. 을지전망대에 올라 창밖으로 보이는 산봉우리들을 한참 보더니 ‘북한’이라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타연에서 말로만 듣던 북한이 눈앞에 있다며 신기함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동시에 쏟아냈다.

저 멀리 창밖으로 북한이 보이는 이곳은 을지전망대다. 해발 1,049m DMZ 철책 위에 세워진 전망대로 최전방 안보관광지이자 안보 교육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망대 내부에는 6·25 전쟁 당시 사용했던 총탄, 식기 등이 그대로 전시돼 있고, 안보 관련 영상을 보거나 전망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돼 있다. 

을지전망대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남북한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남쪽 창밖으로는 가칠봉에서 내려다 본 펀치볼(Punch Bowl)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인 북쪽 창밖으로는 북한의 매봉, 운봉, 간무봉, 무산 등이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금강산의 비로봉과 월출봉, 차일봉 등도 또렷하게 들어온다고. 전망대 내부에 설치된 대형 망원경을 이용하면 북한군의 근무상황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을지전망대를 가득 채운 사람들은 전시된 물품을 차근하게 살펴보기도, 북쪽 창밖을 바라보며 이름 모를 감탄을 내뱉기도 했다. 망원경으로 건너편을 살피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전망대를 나설 때는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 양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며 천천히 발을 옮겼다. 알 수 없는 아쉬움이 가득 채워져서 였을까. 그렇게 어렵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DMZ 야생화 이곳에서 보세요
양구생태식물원

비무장지대에서 가까이 하지 못했던 자연 생태계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숲 배움터와 숲 놀이터, 숲 맑은터의 3가지 테마로 꾸며져 있어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은 물론 꽃과 나무, 숲길 사이로 산책하고 싶은 중·장년층에게도 인기코스. 야생화 정원과 습지원, 명상의 숲길로 구성된 숲 배움터는 봄에 화려한 꽃들이 만개한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는 숲 놀이터다.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피크닉 광장과 외계 캐릭터로 만든 우주과학 놀이터는 아이들의 건강은 물론 창의력 발달에도 좋다. 언제 방문해도 사계절 내내 푸른빛을 볼 수 있는 숲 맑은터는 다양한 국적의 선인장과 스토리가 있는 꽃들, 멸종위기 식물 등을 테마별로 관람할 수 있다. 생태공원에는 히어리, 미선나무 등 수목류와 깽깽이풀, 모데미풀과 같은 생소한 초화류 170여종, 기암성, 술병란을 포함한 선인장과 다육식물 250여종 등이 있다. 연중 오픈하고 있어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지만 다양한 종의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5월말부터 8월까지다. 2017년 5월에는 생태식물원 바로 맞은편에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분재로 선보이는 분재생태원을 새롭게 오픈한다. 

▶Travel info
 
롯데관광개발은 1971년 창업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행사 중 한 곳이다. 여행사업 부문에서는 내국인 해외여행과 국내여행, 외국인 유치 사업 등을 다각도로 전개한다. 동화면세점을 운영하며 개발 및 교육 사업도 펼치고 있다. www.lottetour.com 1577-3700
 
양구DMZ 탐방! 두타연 누리길 트레킹 당일 상품은 강원도 양구 DMZ을 트레킹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이다. 두타연 누리길을 걸으며 전쟁과 분단의 흔적과 만나며, 을지전망대와 양구생태식물원 등도 거친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전용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요금은 2만7,900원이다. 
 
글·사진=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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