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모든 것이 좋았다
두바이, 모든 것이 좋았다
  • 손고은
  • 승인 2017.05.15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게 가장 놀라운 기적은 사랑이다. 
지구상에 그 어떤 훌륭한 수학자라도 당신과 나, 오직 단둘이 
사랑에 빠질 확률은 명쾌하게 풀어내지 못할 테니. 
그러니까 우리가 허니문을 떠나게 된다면 목적지는 두바이가 당연하다. 
척박한 사막 위에 눈부시게 세워진 기적의 도시,
두바이는 우리와 많이 닮았다. 
 

알 파히디 역사지구 입구에는 아랍식 전통 요리를 선보이는 티 하우스 레스토랑이 있다. 화사한 인테리어로 여심을 자극한다.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한 아보카도 주스는 어디에서도 흔히 맛볼 수 없는 메뉴다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두바이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함께 가겠다고. 그것은 나의 다짐이자 당신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고백이었다. 가장 애정하는 도시에 함께 가자 말했으니 그건 일종의 프러포즈였으리라. 
그러나 결국 나는 이번에도 혼자였다. 아직 약속을 지키진 못했지만 할 말은 있다. 고개를 갸우뚱했던 당신을 충분히 설득하고도 남을 두바이의 낭만을 또 가득 챙겨 왔으니. 사랑에 이유가 없다는 말은 틀렸다. 내가 두바이를 사랑하는 이유, 당신과 함께이고 싶은 이유는 이렇게나 많다. 
 
과거 크릭을 중심으로 주변국에서 들어온 물건들이 사고 팔렸다. 지금도 크릭을 사이에 두고 수크(Souk)가 조성돼 있다
금시장에는 세계 최대 크기의 금반지가 있다. 금 가격은 시세에 따라 매일 다르게 책정된다
향신료 시장에 있는 상점들은 각종 향신료를 가득 쌓아 놓고 판매하고 있다. 이란에서 들여온 품질 좋은 샤프란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Old Dubai 올드 두바이
 
당신을 만난 것은 이토록 행운 

투둑. 빗방울이다. 토끼눈을 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니 길을 지나던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당신, 운이 참 좋네요. 두바이에서 빗방울을 맞았으니.” 두바이에서 비가 내리는 날은 고작해야 일 년에 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을 정도라는데 도착한 첫날부터 격한 환대를 받은 셈이다. 

짐작하건대 두바이에게 가장 큰 행운은 지도자 셰이크 라시드를 만난 일이다. 이렇게 눈부신 도시가 한때 가난에 허덕였다면 믿을 수 있을까? 과거 두바이 대표 산업은 대추야자와 진주 채취, 물고기 잡이 정도뿐이었다. 1966년 두바이 해상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두바이는 산유국으로 주변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하지만 두바이는 엄청나게 벌어들인 오일 머니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 당시 두바이 지도자였던 셰이크 라시드는 자원이 가진 유한함을 예견하고 크게 벌어들인 오일 머니를 세계 금융센터, 호텔, 관광 어트랙션 등에 투자해 척박한 사막 위에 눈부신 도시를 건설했다. 이 도시가 가진 최상급 수식어는 그의 선견지명이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그럼에도 옛것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 시절의 추억 한 장을 꺼내 보고 싶을 땐 올드 두바이(Old Dubai)에 가면 된다. 두바이가 사막의 기적을 이뤄 내기 전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곳이다. 문명이 발달하게 된 역사는 비슷하다. 사막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두바이 민족들은 정착생활을 하기 위해 강과 해변이 있는 곳으로 점차 내려오기 시작했다. 도시의 서쪽, 그러니까 지금의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시를 가로지르는 크릭(Creek)이 있다. 이 크릭을 중심으로 주변국에서 배를 타고 건너 온 상인들이 물건을 사고 팔았다. 지금은 황금과 향신료, 직물 등을 내놓고 판매하는 수크(Souq), 시장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주로 이어지지만. 

향신료 시장에 들어서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상점마다 피우는 향이 자욱한 연기와 함께 후각을 강하게 자극한 탓이다. 시야를 흐리는 연기를 손부채로 살며시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이름도, 생김새도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어마어마한 양의 향신료들이 수북이 쌓인 채 팔리고 있다. 그중 유리병에 담으면 제법 예쁠 법한 말린 꽃차와 계피 몇 조각, 이란에서 수입해 최고로 쳐준다는 샤프란을 조금 챙겼다. 두바이의 소박한 이면. 그마저도 사랑스럽다. 
 
 
 
 
알 파히디 역사지구는 과거 두바이 사람들이 실제 살았던 집들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곳이다. 지금은 각종 갤러리며 카페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Bastakia 바스타키아
 
꽃길만 걷게 해줄게 

‘순이를 사랑하게 된 날부터 길거리에 수많은 순이가 걸어 다닌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말을 좋아했다. 한 명뿐인 순이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순간을 경험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마법을 본 셈이다. 

마법은 (구)바스타키아(Bastakia·알 파히디 역사지구)에서 일어났다. 좁은 골목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깜짝 놀랄 만큼 당신이 자꾸 나타났으니까. 알 파히디 역사지구는 나무만큼 높은 흙빛 담벼락이 서로 마주하거나 아슬아슬하게 맞댄 채 미로 같은 길을 만들어냈다. 과거 두바이 사람들이 실제로 살았던 집들이 그대로 보존된 곳으로 민속촌과 비슷하지만 비밀의 정원과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집들은 흙으로 지어졌다. 고운 사막 모래를 가진 두바이에서 좋은 집은 바다 속에서 끌어낸 자갈과 모래가 섞인 진흙으로 만든 집이다. 주재료가 흙이라고 얕잡아 봐선 안 된다. 한여름이면 섭씨 40도에 가까운 뜨거운 나라에서 친환경 냉방 시설도 개발했다. 집집마다 눈에 띄는 정사각형의 윈드 타워(Wind Tower)는 마치 굴뚝처럼 생겼는데 위에서 뜨거운 바람이 사방에서 들어와 마찰을 일으키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시원해지는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똑부러지는 건물에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레스토랑, 작은 갤러리와 박물관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음악에 취해, 향기에 취해 작은 입간판을 달고 있는 문을 대뜸 열고 들어간 모든 곳들은, 지금 당장 열고 들어온 문을 닫아 걸고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누군가 두바이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이곳이라 말하리라. 최근 알 파히디 역사지구는 예술이 더해지면서 사랑스러움이 배가 됐다. 예술가들은 모퉁이마다 저마다의 화려한 손짓으로 만든 예쁜 작품들을 선물처럼 놓아두었다. 건조하고 탁한 흙빛 골목은 꽃길이 됐고 어느새 나는 당신과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요술 램프를 문지르지도 않았는데 지니가 마법을 부렸나 보다.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는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레지던스, 호텔 등이 밀집한 곳이다. 해변가를 따라 전 세계 맛집들이 입점해 있다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의 해변가 ‘더 비치(The Beach)’. 두바이를 상징하는 로고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여행객들이 많다 
더 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여행객들.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얕아 어린 아이를 동반하고 방문하기에도 좋다
럭셔리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두바이 마리나. 화려한 야경을 배경 삼아 둘러보는 요트 투어가 인기다 

●Jumeirah Beach Residence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
 
일생에 한 번, 지출의 권리 

낙타를 보았다. 난생 처음 본 진짜 살아 있는 낙타다. 커다란 콧구멍에 축 쳐진 눈, 살짝 올라간 입매가 왠지 온순해 보인다. 당신은 지금 사막 사파리를 상상하고 있겠지만 틀렸다. 생애 첫 낙타는 두바이에서 가장 핫한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Jumeirah Beach Residence)의 해변, 더 비치(The Beach)에서 만났다. 푸껫 빠통 비치에서도 아기 코끼리를 만나지는 못했으니 눈앞의 풍경이 신기할 수밖에 없다. 

두바이에서 낙타를 만난 것이 뭐 그리 호들갑 떨 일이냐고 하겠지만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가 어떤 곳인지 알게 되면 크게 공감할 테다. 일단 두바이에서 ‘주메이라(Jumeirah)’라는 이름이 곁들여 있으면 호화스러운 동네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에는 두바이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레지던스나 호텔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렇다 보니 호화스러운 동네에 살고 있는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을 음식도 당연히 많다. 그것도 모두 반가운 얼굴들이다. 치즈케이크 팩토리(The Cheesecake Factory), 피.에프. 창(P.F. CHANG’S), 파이브 가이스(Five Guys), 라뒤레(Laduree) 등 세계 각국의 유명 레스토랑과 디저트 카페가 해변을 따라 자리를 잡았다. 눈에 보이는 반가운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 보며 끝까지 걸었다. 당신과 함께할 곳은 마음속에 담아 두고 아쉬움은 달콤한 길거리 아이스크림으로 달랬다.   

사실은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어느 호텔을 선택하느냐가 여행의 절반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두바이에서는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는 팜 주메이라에 위치한 리조트들보다 합리적이라는 거다.
 
호텔마다 프라이빗 비치를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해변으로부터 500m 이내에 위치하고 있고 실컷 자랑했던 것처럼 각국의 인기 레스토랑들이 몰려 있다. 객실 가격도 성수기 기준으로 30~40만원대, 비수기에는 20만원대에도 만나 볼 수 있다. 팜 주메이라에 위치한 호텔과 리조트들의 성수기 객실가격이 1박에 적게는 60만원, 많게는 80만원까지 치솟는 것을 생각하면 고마울 정도 아닌가. 그래, 일생에 한 번 기꺼이 지불할 권리를 누리겠다면 지금이 적기다.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모래 바람 때문이 아니다. 이 풍경을 잊지 않기 위한 연습이 필요했다. 덕분에 지금 눈을 감아도 그날의 장면이 가슴으로 차오른다. 마음이 궁핍한 날이면 나는 모래 언덕에 서 있다.  
 
▶travel info Dubai
 
AIRLINE
한국에서 두바이까지는 약 9시간 30분 소요된다. 에미레이트항공과 대한항공이 매일 운항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을 투입한다. 에티하드항공 인천-아부다비 노선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는 경우도 있다. 아부다비에서 두바이까지는 차량으로 1~2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를 활용해도 좋다. 
 
 
WEATHER
두바이 여행의 최적기는 ‘겨울’이다. 12~2월은 최저 기온이 15도를 웃돈다. 바람도 선선하고 따뜻한 봄·가을 날씨로 여행하기 최적의 기후를 자랑한다. 5월에서 9월 사이는 4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 덕분에 낮에 야외활동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수기에 속하는 만큼 호텔 가격은 성수기의 반값으로 뚝 떨어진다. 레스토랑이나 쇼핑몰에서도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가 진행된다. 두바이에도 비가 내린다. 하지만 일 년 중 열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고 동남아시아에 내리는 스콜처럼 쏟아지는 비가 아니다. 가랑비가 잠깐 내리는 정도니 비를 걱정할 일은 거의 없다. 
 
 
FESTIVAL
두바이의 달력은 축제로 빼곡하다. 2~3월이면 두바이 푸드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해변에는 각종 레스토랑들이 음식을 선보이고 유명 셰프들의 요리 대회도 열린다. 그중 밀레 두바이 레스토랑 위크(Miele Dubai Restaurant Week) 기간에는 두바이에서 Top15에 속하는 레스토랑들이 훌륭한 3코스 요리를 199디르함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미슐랭 스타가 쏟아지는 두바이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상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기회다. 두바이는 면세 지역이다. 언제나 면세 가격으로 쇼핑을 할 수 있는데 겨울에는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쇼핑 페스티벌도 진행된다. 
 
 
ROMANTIC  DINING
아르마니 호텔 하시(Hashi)

정통 일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두바이에서 가장 인정받는 일식 레스토랑으로 아틀란티스 더 팜(Atlantis The Palm) 호텔의 노부(Nobu)와 함께 손꼽힌다. 숙성회와 참치 타다키, 튀김 요리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다. 두바이 음악 분수쇼를 감상하며 식사 가능한 장소다. 
주소: P.O.BOX 888 333 Burj Khalifa, Dubai, UAE 
전화: +971 4 888 3666 
홈페이지: www.armanihoteldubai.com
 
 
글 손고은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문미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