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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左)수영, 우(右)해운대의 매력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7.06.0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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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부산지리지(釜山地理志)
 
모든 여행자는 자신만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 
국가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골목으로, 
점점 더 세밀해진다. 당신의 부산은 어떤가? 
다시 부산의 지도를 펼쳐 보자. 
 
부산 브릿지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광안대교

 
Bridge  of  Busan 
광안대교 | 2003년 개통. 2층 복층 구조로 왕복 8차선. 총 길이 7,420m 중 900m 정도가 현수교다. 
남항대교 | 2008년 개통. 총길이 1,925m. 해상순환도로 중 유일하게 산책로가 있으며 왕복 6차선이다. 
부산항대교 | 2014년 개통. 총길이 3,368m. 남구와 영도구 사이를 연결하는 4~6차선이며 1,114m 정도가 사장교다. 

천마산산복도로전망대 
감천문화마을과 아미비석문화마을이 이쪽저쪽으로 등을 기대고 있는 산은 천마산이다. 이곳의 전망대는 부산 3대 아경의 명소다. 산 위에도 전망대가 있지만 차로 갈 수 있는 산복도로 전망대도 훌륭하다. 북항에서 남항까지 부산의 연안과 그 사이에 걸쳐 있는 여러 다리의 풍경을 두고 이준경 대표는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 같다고 했다.    
주소: 서구 초장동 천마산로 27 목화빌라 앞 
 
천마산산복도로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남항. 부산항대교, 영도대교, 남항대교가 한눈에 보인다
영도대교. 영도를 육지와 연결시켜 주었던 한국 최초의 연륙교이자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려 배를 통과시키는 도개교다
 

다리 위에서 배운 부산학개론

“부산은 대륙의 끝, 해양의 시작입니다. 한마디로 엣지 있는 도시라는 겁니다.” 
글로만 보았던 이 표현을 누군가의 목소리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이럴 때 말은 글보다 힘이 있었다. 그 화자가 부산에서 50여 년을 산 토박이라면 더욱 그렇다. 에코투어 거위의 꿈이라는 사회적기업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준경 대표는 부산을 제대로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환경운동에 투신해 온 활동가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부산은 골목골목이 모두 흥미로웠다. 좋은 안내자를 만나는 일, 그것은 인생에서도 여행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임이 분명하다. 

우선 다리를 건너 보자고 했다. 일명 ‘브릿지투어’다. 부산에는 총 7개의 해상교량이 있다. 광안대교~부산항대교~남항대교~을숙도대교~신호대교~가덕대교~거가대교로 총 길이가 52km나 된다. 

지금껏 바라보기만 했던 이 다리들을 실제로 이어 달려 보는 경험은 놀라운 반전이었다. 다리가 아니라 새로운 부산이 보였기 때문. 출발점은 동쪽의 해운대였다. 마린시티를 지나 광안대교(7,420m)에 오르니 요트가 정박되어 있는 수영만과 광안리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첫 번째 다리를 건너면 어느새 부산의 남구에 도착한다.
 
그 다음 레이스의 주자는 부산항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부산항대교(3,368m)다. 이 다리의 특이한 점은 중간에 나선형의 램프가 있다는 점이다. 마치 바다 위에 설치된 고공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라며 일부러 찾아오는 운전자들이 있을 정도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감만부두의 컨테이너 박스와 부산항의 모습은 세계적인 무역항구인 부산의 위상을 확실하게 보여 준다.
 
그 뿌듯함을 가슴에 채운 채로 부산역과 부산항을 지나고 나면 어느새 영도라는 섬에 도착한다. 영도대교를 경계로 나눠지는 부산의 남항쪽에는 수리를 기다리는 크고 작은 어선들이 도선장에 집결해 있다. 한국의 조선업이 시작된 곳이 바로 여기다. 여기서부터 남항을 가로질러 달리는 마지막 주자는 남항대교(1,925m)다.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공동어시장 등이 있어 부산의 역동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남항 안쪽의 풍경이 있는가 하면 다리 밖 묘박지에는 입항을 기다리는 수백 척의 배들이 정박해 있다. 여행자들은 알기 어려운 부산의 또 다른 장관이라고 했다. 남항대교는 부산의 해상순환도로 중에서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다리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다리를 건너면 송도다. 104년 전에 대한민국 최초의 공설해수욕장으로 개장해서 신혼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았다던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바로 그곳이다. 

7개의 해상교량 중에서 3개만을 관통한 짧은 드라이브였지만 바다 위에 퐁당퐁당 놓인 다리들을 이어 달리는 경험은 부산의 보배들을 한 줄로 꿰어 주었다. 동에서 서로, 현대에서 과거로 달려온 느낌. 부산이라는 도시의 무지개빛 매력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해운대 수영만 매립지에 우뚝 선 마린시티. 부산을 대표하는 초고층 마천루이자 부유한 주거단지다
 
 
좌左수영, 우右해운대의 매력 
수영강을 경계로 왼쪽은 수영구, 오른쪽은 해운대구다.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재생하는 수영구, 초고층 빌딩을 키워 내는 해운대구가 마주선 풍경은 기이하고 흥미롭다. 
 
●해운대구
부산의 또 다른 시티들 

부산의 건축적 자산은 나날이 풍부해지고 있다. 모든 도시 개발이 그러하듯 찬반과 논란이 따라다니지만 어쨌든 부산의 스펙트럼은 다양해지고 있다. 수영강변에 서서 센텀시티를 바라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져 버린 영화의 전당뿐 아니라 크고 높고 웅장한 건축물들이 강 건너편에 도열해 있다. 영화의 전당은 기둥 하나에 의지해 세워진 대형 지붕으로 기네스북에 올랐고,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여기서 시선을 하구 쪽으로 옮기면 수십억을 호가한다는 마린시티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우뚝 서 있다.
 
해운대 건너편 미포 쪽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엘시티가 마린시티와 자웅을 겨루듯 2019년 완공을 목표로 101층 초고층 건물을 쌓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전후 남루한 판잣집으로 가득했던 산복도로의 풍경을 생각하면 전혀 다른 도시에 와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초호화 주택벨트는 스스로를 새로운 ‘시티’로 명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풍경을 바라보던 이준경 대표가 말했다.
 
“부산 사람들의 DNA 속에는 건축적인 기질이 있다고 봅니다. 피난 온 사람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라면 무엇이든 가져다가 직접 집을 지었으니까요. 부대자루로 바람을 막고, 박스와 판자를 붙이면서 집을 완성해 갔습니다.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바로 건축가였던 셈이죠.” 눈앞의 현실과 너무나 괴리된, 그러나 완벽하게 공감되었던 그의 말이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해운대 영화의 거리  
마린시티 앞 방파제 도로에 조성된 영화의 거리는 약 800m 길이의 산토리니풍 해변산책로다. 지난해 이곳을 덮쳤던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영화의 도시인 부산의 면모도 알아보고, 광안대교를 조망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보이 위드 호프  
동서대학교 센텀시티 R&D타운 빌딩 앞에 서 있는 높이 9.3m의 청동상. 누구라도 첫눈에 피노키오라고 단정하겠지만 작가 짐 다인Jim Dine이 붙여 준 이름은 ‘보이 위드 호프(Boy With Hope, Walking Forward)’다. 
 
 
▶영화의 전당  
나선형 지지대 위해 초대형 트러스트 구조물을 올린 것으로 유명한데, 그 빅루프의 길이가 162m, 폭이 60m나 된다. 기둥 하나로 지탱하는 건축물 중 세계 최장이라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지붕 아래쪽에는 4만2,600개의 LED전구가 설치되어 있어서 부산의 대표적인 야경명소로 꼽힌다. 
 
 
▶APEC 나루 공원  
영화의 전당 앞에 있는 수변공원이다. 지역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이 지역으로 이어지는 광안대교를 지하로 내리고 상부 부지를 공원화할 수 있었다. 곳곳에 부산비엔날레 출품작이 전시되어 있다. 
 
자신을 희롱하는 일본군과 싸워 물리쳤다는 송씨 할머니를 모신 할매당
수영성의 남문이었던 홍예문 뒤로 천연기념물인 곰솔이 자라고 있다
독도수호에 공을 세웠던 안용복 장군의 충혼탑과 사당도 공원에 있다 
 
●수영구
엣지에서 발견한 소중한 것들

다시 ‘엣지(Edge)’ 이야기를 해야겠다. 바다로 통하는 대륙의 끄트머리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바깥세상과 만나는 관문이 된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부산이 역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가 된 것도 외부의 위협 때문이었다. 집요하게 약탈을 계속했던 왜구를 막기 위해 지금 수영구 자리에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설치됐다. 낙동강 동쪽에서 경주까지 방어하기 위해 예하에 7개의 진을 두고 65척의 전선과 40척의 나룻배를 지휘했었다고 한다. 

243년간이나 존재했던 수영성의 흔적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일부 유적만이 수영사적공원에 남아 있다. 평지가 아니라 언덕에 자리 잡은 이 공원에는 임진왜란 전부터 뿌리를 내려온 신령 같은 노거수들이 있다. 20m가 넘게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푸조나무 아래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장기를 두는 동네 노인들의 존재도 덩달아 신성하다. 무지개를 닮아 홍예문이라고 부르는 수영성 남문 밖에는 특이하게도 작고 야무진 두 마리의 개 석상이 서 있는데, 왜군들을 감시하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족발 안주에 탁주 한 사발을 털어 넣고 어깨춤을 추는 노인들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이 정도면 태평성대가 온 것 같지만 남문 아래 팔도시장에는 야시장 활성화를 위한 고군분투가 진행 중이라니 어디라도 ‘엣지’를 지키는 일에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F1963의 대숲정원. 공장바닥을 뜯어서 정원석으로 사용하고 주변에 대나무를 심어 정원을 꾸몄다
외부에 타공판을 씌우는 등 제강공장의 특성을 유지한 채 문화공간으로 재생시켰다 
 
공장의 폐기계와 부품들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이용한 카페테라로사는 단숨에 명소로 떠올랐다
 
와이어 가득한 문화공장

수영공원에서 멀지 않은 F1963은 엣지가 돋보이는 곳이다. 고려제강이 1963년에 세웠던 와이어 공장으로, 2008년 이후 사용이 중단되었다가 지난해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복합문화시설로 변신한 곳이다. 고려제강은 1945년 고려상사로 시작해 60년대 고려제강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해 40년 후 광안대교의 케이블을 제작했을 정도로 세계적인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바로 옆에 있는 키스와이어 뮤지엄은 고려제강의 기업홍보관이자 건축투어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두 장소 모두 건축가 조병수씨가 설계했다. 트러스 구조(Trussed Structure) 덕분에 가능했던 넓은 공장 내부는 갤러리나 카페로 활용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공장의 바닥을 뜯어내서 대나무 숲의 조경석과 디딤돌로 사용했고, 철거한 트러스 구조의 폐목들은 나무 벤치로 되살아났다. 지금도 갤러리, 카페, 펍, 서점 등을 담은 복합문화공간이 계속 들어서는 중인데 특히 이곳의 테라로사 카페는 단숨에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노출된 천장 구조물과 커튼처럼 드리워진 와이어들, 곳곳에 배치한 폐기계들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분위기에 반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 
 
 
F1963
특수선재 글로벌 기업 고려제강이 설립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구 공장 건물을 재생한 자리에는 테라로사(커피 전문점), Praha993(체코 전통 맥주펍), Yes24 중고서점, 복순도가 등이 들어서는 중이다. 
www.f1963.com
 
글·사진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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