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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골목 기행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7.06.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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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부산의 골목으로 가야 하는 이유  

문화가 총체적인 생존방식이라면 마을과 골목은 분명 치열한 문화의 현장이다. 영도의 깡깡이길에서 들었던 생존을 위한 망치소리, 묘지 위에 집을 짓고 마을을 형성한 아미비석문화마을의 모습은 부정할 수 없는 삶의 흔적이자 우물처럼 깊은 문화유산이다. 
 
깡깡이길로도 불리는 마을은 최근 예술마을로 다듬어지고 있다
영도 대평동에는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부산의 조선수리소들이 밀집해 있다
조선소,철공소는 아직도 바쁘게 돌아가고 부두에는 수리를 기다리는 배가 가득하다
 
●영도구
이제 막 닻을 내린 
깡깡이예술마을

영도 하면 국내 최초의 연륙교인 영도다리와 기암절벽의 절경을 자랑하는 태종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궤도를 벗어났다. 이준경 대표가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을 하나 걸어 보자고 했다. ‘조선수리테마길’로 명명된 대평동 부두길에는 조선수리소들이 밀집해 있다. 골목마다 선박부품업체와 조선소, 철공소, 공업소, 상사들이 자리 잡고 있고 국제선용품유통센터도 이곳에 있다. 부두에는 거대한 닻과 밧줄, 폐 엔진과 부속물 너머로 수백 척의 소형 선박들이 빈틈없이 정박되어 있다. 그 역사가 구한말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100년 전에 시작된 수리조선업의 태동지다. 깡깡이길이란 별칭은 선박을 수리할 때 녹슨 페인트를 벗겨 내기 위해 망치를 두들기던 소리에서 유래했는데, 인건비가 낮았던 아낙들이 주로 그 일을 맡았다고 한다. 삶의 애환이 서린 소리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실 마을은 고령화되어 쇠퇴하는 중이었다. 노동자들이 주로 찾는 식당과 다방이 전부라서 외국인 노동자들만 분주히 오갈 뿐 외지인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 곳이다. 여행자가 잠시라도 머물 구석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삭막했던 골목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부산시가 문화예술형 도시재생 프로젝트 사업을 위해 감천문화마을에 이어 깡깡이마을을 두 번째 대상지로 선정했기 때문. 그 첫걸음으로 지난 4월 낡은 창고들에는 알록달록한 새 옷이 입혀졌고, 골목 사거리에는 깡깡이예술마을이라는 닻도 세워졌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올해 가을까지 더 많은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하고, 영도다리 개설로 끊어졌던 영도 뱃길도 다시 복원하고, 마을박물관과 마을사랑방을 오픈하는 등 남은 숙제가 많다. 기대도 있지만 걱정도 있다. 감천문화마을의 희비가 교훈이 되어 건강한 마을재생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깡깡이질을 마친 배가 새롭게 항해를 시작하듯 깡깡이마을에서 시작된 깡깡깡, 청아한 망치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져 많은 이들이 마을로 모이게 되기를 기대한다. 
 
깡깡이예술마을
주소: 영도구 대평동 
홈페이지: www.kangkangee.com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가면 정감 어린 벽화들이 있다

일본인 묘지 위에 마을을 만든 피난민들은 묘지석들을 건축 재료로 사용했다

무덤상석이 그대로 드러난 묘지 위의 집
가스통 아래 받침돌도 묘지석이다
 
 
●서구
묘지 위에 세워진 피란마을 
아미비석문화마을
 
한 해 180만명이 방문한다는 감천문화마을에서 고개 하나만 넘으면 아미비석문화마을이 있다. 아미동 산 19번지다. 몰라서 못 간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숨은 장소다. 두 마을 모두 전후 피난민들이 정착한 피난민 마을이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태극도의 영향으로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던 감천마을이 열린 느낌이라면, 아미문화마을은 앞뒤도 구별되지 않는 미로 같은 골목 안에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은 닫힌 마을이다.  

태생적인 이유가 있다. 1950년대 감촌에서도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피난민들이 밀려온 곳이 일본인들이 남겨 놓고 간 공동묘지였다. 일본 귀신이 나타난다고 했지만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건축 재료도 구하기 어려운 시절, 무덤의 비석과 상석, 난간석 등은 집의 주춧돌과 건축 재료가 되어 주었다. 상자 위에 골판지와 상자를 덧대고, 시멘트를 발라 보강하는 식으로 딱 무덤한 단칸방을 만들어서 살았던 시절이었다. 그 흔적들이 여전히 골목 귀퉁이마다 남아 있다. 가스통을 받치고 있는 받침돌도, 계단의 아랫돌도 자세히 보면 잘 다듬어진 석재들이다. 발견된 묘지석들만 해도 대충 수백개다. 묘비명이 분명하게 남아 있어서 일본의 후손들이 찾아와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발굴과 보존이 잘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어둡고 좁은 골목 안쪽에 벽화를 그리고 형광스티커를 붙여 길을 잃지 않게 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부산의 여러 피난마을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미비석문화마을만큼 그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귀신보다 가난과 배고픔이 더 무서웠던 시절의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면 아미문화학습관에 있는 최민식 갤러리에 가서 확인할 수 있다. 실향민 출신으로 사진을 독학했던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민식(1928~2013)년 선생의 사진에는 부산 피난민들의 곤궁했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누구라고 먹먹해질 그 기록들 앞에 서면 연민과 감사가 동시에 느껴진다. 억척스럽게 살아야 할 각자의 이유들도 생각날 것이다.  
 
최민식 갤러리 
주소: 서구 천마산로  410-6  
 
1만5,000원의 도시공감여행
에코투어 거위의 꿈은 생태기행과 부산테마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매주 토·일요일에 부산 건축투어, 역사투어, 문화투어, 브릿지투어 등의 테마여행을 진행하는데 참가비는 단돈 1만5,000원. 미포 쪽에 레움게스트하우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전화: 051 507 9980  
홈페이지: www.gsgd-travel.com
 
 
●부산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산 맛집
 
 
시락국과 선어회 
영도 달뜨네
 
인테리어도, 메뉴판도, 상차림도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역시 주인이 그러하다. 함경도에서 온 피난민이었던 시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았다는 안주인 박정원 대표와 화가 출신으로 인테리어를 했다가 이제는 숙수가 된 남편 위승진 씨의 ‘합’이다. 한식에 대한 두 사람의 애정은 한식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의 곰장어껍질묵, 갈치식해편의 출연으로도 이어졌을 정도다. 
 
바다에서 직접 채취해 온 곰피의 진액을 넣어서 끊인 시락국(시래깃국)이 유명하지만, 공동어시장에서 구입해 적당히 숙성시킨 자연산 선어회가 최상의 상태로 나온다. 맑은 동동주를 곁들이면 달뜬 마음에 행복이 차오른다. 
 
달뜨네
주소: 부산시 영도구 절영로 205 1470 
메뉴: 회밥 1만원 자연산 숙성회 2~5만원 코스요리 2인기준 만원부터(하루 전 예약 필수) 
오픈: 주중 17:00~23:00 토,일 12:00~23:00, 화요일 휴무 
문의: 051 418 2212
 
 
갈매기브루잉 
Galmegi Brewing

한국에 왔더니 맥주가 너무 맛이 없어서 직접 주조하기 시작했다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스티븐 올솝(Steven Allsopp)이 미국에서 온 라이안 블라커(Ryan Blocker)와 함께 창업해 부산의 대표적인 수제맥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14년 광안리해변에서 소형양조장과 펍으로 시작해 지금은 해운대, 서면, 남포동 등지에도 매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 공수해 온 좋은 맥아와 홉은 아끼지 않고 사용한 맥주들은 캐릭터가 강한 편이다. 계절마다 혹은 수시로 개발하는 새로운 맥주들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홈페이지: www.galmegibrewing.com
 
 
명성횟집

이름은 횟집이지만 오뎅탕 마니아들의 성지다. 오뎅만 둥둥 떠다니는 오뎅탕이 아니라 스지탕이라고 불러도 좋을 푸짐한 건더기와 국물에 입이 탁 벌어진다. 오뎅뿐 아니라 소고기, 계란, 낙지, 소라, 무, 유부주머니 등이 다 들어있다. 여기에 회백반까지 주문하면 얼큰한 국물과 횟접시, 스지탕과 갖가지 반찬이 진수성찬으로 차려진다. 1968년 개업 당시에는 부산에서 손꼽는 고급 일식집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대중적인 노포로 사랑받고 있다. 
 
주소: 동구 고관로 128-1 
메뉴: 오뎅백반 8,000원 회백반 1만3,000원 생선초밥 1만원 
문의: 051 468 8089 
 

해운대기와집대구탕
 
부산에서 복국은 많이 먹었지만 대구탕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대구탕을 더 자주 먹을 것 같다. 두툼한 대구살과 진한 국물. 전날 먹은 술뿐 아니라 열흘 묵은 숙취까지 날아갔다. 식당 벽에 온통 유명인과 명사들의 서명이 빼곡한 이유를 알겠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104번길 46 
메뉴: 대구탕 1만원 
문의: 051 731 5020 
 
 
글·사진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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