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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의 기술] 좋은 여행사진을 만드는 10가지 빛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6.01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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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잘 찍기 위해 여러 가지 중에 딱 하나만 알아야 한다면 아마 ‘빛’일 것이다. 
사진(Photograph)의 어원이 “빛으로 그리다(phos+graphos)”인 만큼 사진에 있어서 빛만큼 절대적인 요소도 없다. 
빛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다른 부분들은 양념 정도라고 할 수 있을 터. 
이번 호에서는 좋은 여행사진을 만드는 10가지 빛에 대해 알아보자.
 

촬영지 | 이탈리아 토스카나 발 도르차
카메라 | 캐논 EOS 6D , 초점거리 50mm, 촬영모드 M(매뉴얼)모드, ISO 200,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200초

●빛은 사진을 만드는 물감

보정기술이 첨단의 극을 향해 달리는 요즘이지만, 전지전능한 ‘뽀샵신’께서도 어쩔 수 없는 회생불가의 사진들이 있으니 구도가 잘못된 사진, 흔들린 사진(혹은 초점이 엉뚱한 사진), 그리고 빛이 엉망인 사진이다.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디지털의 범람으로 인해 사진의 개성이 없어졌다고 개탄하는 요즘, 이 세 가지 요소-구도, 초점(심도), 빛이야말로 사진의 개성을 살려 주는 가장 중요한 표현 방식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빛이야말로 사진가의 개성과 의도를 확연히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다. 당연히 구도와 심도도 무척 중요하지만, 파격적으로 틀을 깨지 않는 한 전형적인 공식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힘든 반면 빛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느낌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빛으로 그린다”라는 사진의 어원처럼 빛은 사진에 있어 그림을 그릴 때의 물감과 다름없다. 그러나 문방구에서 ‘뚝딱’ 하면 살 수 있는 물감처럼 빛은 사고 싶다고 언제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니, 빛이라는 물감을 만드는 사람은 아주 심술궂고 변덕스러운 ‘영감님’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수요자들이 좋은 품질의 물감을 구하려 목을 매는 엄연한 상품일진대 KS 마크는 고사하고, 품질도 천차만별이요. 심지어 어떤 물감은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은 데도 절대 순순히 파는 법이 없다.

그만큼 빛은 예측하기 힘들고, 변수가 많다는 이야기.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여행에서 정말 발이 부르트도록 발품을 팔면 아주 드물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빛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이해하기

빛에 대한 이해와 진심을 갖고 빛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좋은 빛에 집착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빛에 대한 연구를 진득하게 했기에 빛의 다양한 성질을 다 파악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빛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시간대와 기상 조건, 그리고 특수한 경우에 따라 각기 빛의 성질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해 사진을 찍을 때 효과적으로 빛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풍이 물러난 뒤 청명한 여름날, 아주 새파란 하늘색을 찍고 싶다면 해를 등지고 순광으로 하늘을 찍으면 될 것이고, 역광으로 사진 찍기 좋을 때는 일출이나 일몰 때임도 알 것이다. 이때 해가 뜨고 지는 방향으로 피사체를 찍는다면 멋진 실루엣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보다 늦은 오후의 부드럽고 풍부한 빛을 사광(반역광)으로 활용한다면 훨씬 인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날이 아주 흐린 날이라면 인물사진 찍기에 호기라고 생각해도 된다. 맑은 날이라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 머리 위에서 빛이 내려오는 직하광(Top Light)이, 흐린 날에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 부드러운 사진(확산광)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빛의 방향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상황에 따른 빛의 성질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빛에 대해 이해하려면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끝없는 노력으로 하늘을 감복시키는 게 우선이지만, 빛의 특성을 구분할 수 있고 빛 상황에 맞게 대처를 한다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번 호에는 여행사진에 필요한 빛을 10가지로 구분하고 정리해 보았다.

●좋은 여행사진을 위한 10가지 빛의 이해
 
 
1. 직하광(Front Light)
독일 베를린 개선문 앞

바로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빛(Top Light), 해가 중천에 뜬 대낮의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순도로 따지면 너무 강해 외려 안 좋은 빛. 위에서 떨어지는 빛은 그림자와 노출차를 생기게 한다. 맑은 날, 대낮에 사진가들이 풍경촬영을 지양하는 이유다. 이 시간대는 골목의 차단광이나 건물 안의 입사광을 찾아 찍는 게 더 좋다.
 
 
2. 순광(Plain Light)
한국 경기도 파주 교하의 양귀비밭

지평선(수평선) 위로 해가 가까이 있을 때, 촬영자가 해를 등지고 찍는 빛. 해가 있는 쪽 반대편 하늘을 보면 하늘이 파란색으로 가장 아름다울 때다. 정보를 줘야 하는 풍경사진에서 활용하면 좋으며, 인물을 촬영할 때는 광원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게 될 가능성이 많다.
 
 
3. 사광(Side Light)
한국 창덕궁

찍는 방향과 카메라를 연결하는 선에 대해 좌우로 약 45도 범위에 있는 빛. 반역광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무난한 빛이므로 촬영하기도 가장 쉬운 광원이다. 2/3 정도가 빛을 받게 되고 노출차도 적으므로 야외의 인물촬영(특히 단체촬영)에서 주로 활용하면 좋다. 단 인상적인 느낌을 주기는 힘들다.
 
 
4. 측면광(Top Light)
일본 나라 와사쿠사산

빛을 받는 피사체의 90도 위치에서 비추는 빛. 측광이라고도 하지만 빛을 측정하는 용어의 ‘측광’과 혼동될 수 있어 측면광이라 부르는 게 좋다. 자연계의 측면광(Side Light)은 생각보다 그렇게 활용이 많이 되지 않지만 콘트라스트가 필요한 인물이나 피사체에 활용하면 좋다.
 
 
5. 반역광(Cross Light)
인도 푸쉬카르 낙타축제장

피사체 약간 뒤에서 비추는 빛으로 피사체의 윤곽이 도드라지게 나타남. 렘브란트가 자신의 그림에서도 자주 표현했던 빛. 주간시 가장 주목해야 할 빛이다. 피사체의 약간 뒤에서 비추기에 인물의 경우 머리카락이나 어깨에 아름다운 윤곽이 나타난다. 이 경우 노출을 좀 밝게 해서 빛번짐(할레이션)을 유도해 봐도 좋다.
 
 
6. 역광(Back Light)
한국 강원도 양양 하조대의 일출

지평선(수평선) 위로 해가 가까이 있을시 촬영자가 해를 마주치고 찍는 빛. 해와 촬영자 사이의 피사체는 대부분 실루엣으로 표현된다. 풍경 사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일출, 일몰 사진이 대부분 역광으로 찍는 경우이며 드라마틱한 사진을 얻고 싶다면 역광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광원과 촬영자 사이에 실루엣으로 표현할 피사체를 넣으면 좋다.
 
 
7. 입사광(Borrowed Light)
미얀마 바간의 한 파고다 

건물 안에 있을 때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생각하면 쉽다. 단어 정의가 좀 애매하지만 영어로는 (Borrowed Light), 즉 빌린 빛이라 할 수 있다. 창가를 통해 부드럽게 들어오는 빛은 제한적이지만 잘 활용하면 음식이나 정물, 인물촬영에 무척 유용하다. 성당 같은 곳의 아주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무척 인상적인 장면을 만든다.
 
 
8. 차단광(Shadow Light)
한국 서울 경복궁

위의 입사광과는 좀 다른 빛이다. 골목의 그늘이나 파라솔 아래의 빛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입사광보다는 훨씬 광도가 약하다. 생각보다 광량이 많이 부족한 광원이므로 셔터스피드에 항상 신경을 쓴다. 주간의 직하광 상태에서 찍다가 갑자기 그늘로 들어가게 될 때 특히 A모드(조리개우선) 촬영시 측광에 혼동이 온다.
 
 
9. 투과광(Cloudy Light)
이탈리아 나폴리

구름이 있는 흐린 날의 빛 상황. 의외로 무척 많이 만나게 되는 빛이다. 확산광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비 오는 날의 빛도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촬영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흐린 날을 만나면 싫어하지만 일출이나 일몰 사진 찍을 때나 그런 것이지 주간에는 외려 환영할 만하다. 가장 차분한 빛이며 색깔도 가장 본연의 색에 가깝게 표현된다.
 
 
10. 투사광(Dawn Light)
인도 조드푸르 사다르 시장의 새벽
 
사진에 있어 가장 황금과도 같은 중요한 빛이다. 통상 해가 뜨기 직전, 해가 진 직후의 빛으로 광도가 무척 약하지만 또 그만큼 아름다운 빛이다. 태양이 지평선 위에 있는 상황에서의 일출몰도 아름답지만 일출몰 촬영의 꽃은 이 여명을 활용하는 것이다. 광량이 부족하기에 삼각대를 사용해야 하며 특히 야경촬영은 여명이 남아 있을 때 해야 좋다. 
 
 
글•사진 김경우 작가   에디터 트래비 
 
*여행사진가 김경우 | 10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마치고 틈만 나면 사진기 한 대 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좋아 발 닿는 대로 다녔으나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에게 보여 줄 오래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www.woos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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