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의 완성, 섬을 돌아보다
통영 여행의 완성, 섬을 돌아보다
  • 트래비
  • 승인 2017.06.0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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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섬을 품은 통영의 바다
 
통영 동피랑 골목은 벽화로 가득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르면 탁월한 전망이 펼쳐진다. 하지만 ‘섬’이 빠진 통영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다. 무인도를 포함해 250여 개에 이르는 섬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품고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통영 8경 중 하나인 연화도의 용머리해안
연화도 트레킹 코스의 끝인 동두마을은 한적한 어촌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Route 1
통영 연화도
선착장→  연화사→  연화봉→  동두마을→  용머리해안
 
바다 위에 핀 연꽃

사람이 걷는 속도는 참 느리다. 자동차가 1시간에 80km 이상 달리는 반면 보통 사람의 걸음으로는 1시간에 고작 4~5km를 간다고 하니, 사람의 걸음은 자동차보다 약 20배 정도 느린 셈이다. 대신 ‘걷기’에는 깊이가 있다. 자동차를 탈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담을 수 있다. 그중 섬을 돌아보는 걸음은 올레길, 둘레길 트레킹 코스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몇 권으로 짜인 단편소설 같다고나 할까. 수많은 섬으로 가득한 통영의 한 섬 한 섬을 걸으면, 마치 수많은 단편소설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보는 듯한 기분이다.

통영의 섬 중 연화도는 특히 불교와 깊은 인연을 가진 섬이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에서 이름을 딴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연화도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억불정책*으로 핍박을 받았던 스님들이 이 섬으로 들어와 불공을 드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연화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 통영항이나 삼덕항에서 배를 타는 것이다. 그중 삼덕항에서 타는 게 조금 더 가까운데, 배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면 섬에 도착한다.
 
 
연화도의 해수관음상은 항상 푸른 남해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화사하게 핀 목련의 모습
동두마을에 세워진 구름다리는 용머리해안과 연결되어 있다
 

항구에 닿으면 정겨운 시골마을 풍경이 이어진다. 유난히 낮은 지붕에는 해풍을 이겨 내기 위한 선조의 지혜가 배어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조그마한 연화분교가 나오는데, 학생 수가 몇 되지 않는 분교에는 아이들 대신 꽃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동백, 목련 등의 꽃들이 마을길을 넘어 연화사에 이르는 길 곳곳까지 이어진다.

연화사는 아담한 규모의 사찰이다. 30년 남짓 전, 쌍계사의 고산스님이 여러 섬을 돌던 중 이곳에서 조선시대 연화도인이 수련했던 토굴터를 본 이후 창건한 절이다. 언덕을 넘어 연화봉 쪽으로 오르면 실제로 토굴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연화도인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유명한 고승인 사명대사도 수련을 했다고 한다.
 
연화도에는 사명대사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당시 수련 중이던 사명대사를 찾아 전국을 떠돌던 부인과 여동생, 연인 세 여자가 마침내 이 섬에서 극적으로 만났다는 이야기. 이후 세 여인은 모두 출가해 비구니가 되었고, 이들이 각각 지은 한시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토굴터에서 조금만 더 위로 오르면 연화봉 정상이다.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정자 옆으로 아미타대불이 다른 섬들을 내려다보고 있고, 대불의 시선을 따라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보덕암과 해수관음상이 등장한다. 관음상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자한 표정만큼은 어느 관음상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연화사에서 선착장으로 가는 길목에 놓인 삼거리는 용머리해안으로 이어진다. 용머리해안은 용이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가는 형상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통영 8경에도 속할 만큼 그 명성이 자자하다. 용머리해안 아래로는 동두마을이 자리한다.
 
연화도의 새로운 명물인 출렁다리가 동두마을과 용머리해안을 연결해 주고, 다리를 건너면 반대편으로 기암괴벽과 함께 보덕암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연화도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 대략 3~4시간 정도 걸린다. 당일치기로 충분한 트레킹 코스다.
 
*억불정책│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된 이후 불교를 탄압한 정책. 태종 이방원은 종단을 축소하고 사찰의 재산을 몰수하는 등 억불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삼덕항 연화도 여객선 
운행시간: 하절기 09:00, 12:15, 16:30(하루 3차례), 동절기 16:00
요금: 대인 기준, 7,600원(평일, 주말 동일)
경남해운 055 643 7732
 
연화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가진 용초도의 용머리해안
용초도 내 번화가인 호두마을. 항구를 비롯해 편의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다
 
 
●Route 2
통영 용초도
선착장→  포로수용소 유적→  용머리해안→  용호분교→  호두마을
 
한가로운 섬을 느긋하게 거닐다

전날부터 날씨가 불안하다 싶더니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비소식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그래도 걸을 만한 부슬비라는 것. 새벽부터 서둘러 통영항에서 한산누리호를 타고 용초도로 향했다. 항해 시간은 40분가량, 배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나니 어느새 도착이다. 용초도는 연화도보다 조금 큰 섬이지만 그리 많이 알려진 섬은 아니다. 다시 말해, 사람이 없어 보다 한적하고 느긋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6·25 포로수용소 유적 안내도다. 포로수용소 유적 하면 사람들은 흔히 거제를 떠올리지만, 용초도는 특히나 주의가 필요한 포로들을 수용했던 섬이다. 전쟁 당시 포로수용소를 짓기 위해 이곳 주민들은 인근 섬으로 강제이주를 해야만 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몇 년 동안이나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니, 그 상처로부터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쉬이 상상할 수 없다. 마을 언덕의 중턱에는 포로수용소의 유적으로 남은 급수장도 자리하고 있다. 

포로수용소 유적과 소나무 숲을 지나 섬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용머리해안이 보인다. 용머리해안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와 용초선착장을 거쳐 호두선착장으로 향하는데,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해가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곧 바다를 운동장으로 삼고 있는 학교에 다다랐다. 2003년 개봉한 <국화꽃향기>에서 죽음을 앞둔 연인이 마지막 여행지로 찾은 그곳, 용호분교다. 지금 보이는 건물은 영화 속에 나왔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데, 그해 태풍 매미가 원래 건물을 휩쓸어 간 탓이다. 이후 현대식 건물이 지어졌으나 결국 분교는 2012년 3월에 폐교됐다. 비록 분교는 문을 닫았지만 영화 속 풍경을 찾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섬을 찾고 있다.

용호분교는 용초마을과 호두마을의 딱 중간 지점이니, 걸어온 만큼만 더 가면 호두마을에 도착한다. 용초마을과 비교하면 호두마을은 상당히 큰 마을로, 공중화장실과 편의점 등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마을 내 골목길을 누비다 보니 어느새 육지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언제나 헤어짐은 아쉬운 법. 배 난간에 기대 서서 멀어지는 용초도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통영항 용초도 여객선 
운행시간: 하절기 07:00, 11:00, 15:00(하루 3차례) 동절기 14:30(주말 추가운행)
요금: 대인 기준, 평일 9,300원, 주말 1만300원
경남해운 055 643 7732

▶info
TRANSPORTATION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통영으로 가는 고속버스는 약 1시간 간격으로 하루 23차례 운행한다. 순창행 버스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10분까지 하루 5차례 운행한다.
 

▶RESTAURANT
칼칼한 국물이 진국
원항회식당

통영 삼덕항에서 배를 타기 전 출출한 허기를 채우기에 제격인 곳. 선착장 바로 앞에 자리한 원항회식당에서는 신선한 회와 매운탕으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추천 메뉴는 어른 손바닥만 한 볼락이 두 마리나 들어간 볼락매운탕. 부드러운 볼락과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가격: 볼락매운탕 1인 기준, 1만2,000원
주소: 경남 통영시 산양읍 원항1길 7-14  
전화: 055 646 1163
 
글·사진 Traviest 김민수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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