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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아의 여행과 인문] 패키지 부활의 3가지 필요충분조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6.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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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테마가 있거나 사진이 기가 막히게 잘 나오거나 싸면 된다. 남들이 모르는 좋은 장소를 찾아,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포인트(실제는 중요하지 않다)에서 물 좋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게 만들고, 그걸 싸게 팔면 대박이 나는 것이다. 

자유여행이 뜨면서 패키지 시장이 고전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테마만 확실하다면 패키지도 갱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조합해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일단, 싸게 파는 것은 자유여행이 넘을 수 없는 벽, 패키지의 본질 중 하나다. 불황 중에도 하나, 모두, 롯데와 같은 대형사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그들의 ‘바잉 파워(buying power)’ 때문이다. 인구는 한정되어 있지만 1가구 당 여행 빈도가 늘어나고, 여행자의 연령대가 어려지고, 비중이 커지는 등 인구대비 여행인구가 늘어나면서 박리다매가 가능한 환경도 마련되었다. 

사진 기술과 콘텐츠 확산능력은 말할 것도 없다. 캐논코리아에서 2015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카메라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DSLR 49%, 콤팩트카메라 34.7%, 미러리스 카메라 16.3% 순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약 3,650만개의 블로그가 있다고 한다. 네이버가 2,850만개로 1위, 다음·티스토리가 800만개로 2위다. 영아, 유아, 고령자를 제외하면, 성인 1명당 1개 이상의 블로그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네이버 블로그의 역사는 무려 13년이나 됐다. 인구의 반 이상이 사진작가, 홍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위대한 민족이다. 
 
‘몇 개국을 며칠에' 식으로 숨 가쁜 일정이 진행되는 패키지형 관광 상품 수요는 이미 정체나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휴양, 골프, 크루즈, 낚시, 등산, 박물관, 음악회 등 확실한 목적이 있는 테마여행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테마를 중심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 즉 동호회 성격의 여행자들은 특정한 성격을 가진 지역을 매번 바꿔가며 여행하기 때문에 여행사 입장에서는 충성도 높은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낚시 동호회는 남태평양, 팔라우, 산악회는 일본 홋카이도나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사진동호회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중국 유적지 등 모임 성격에 따라 선호 지역에 차이가 있고, 비슷한 멤버들이 매번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니는 식이다. 여행사는 이미 이들의 기호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지역을 다양하게 개발해 정보와 인맥만 구축한다면 ‘전문가’라는 멋진 타이틀을 달고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판을 짤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이 자기 분야와 연관이 있는 곳을 탐방하는 일정과 관광을 조화시킨 상품 구성도 늘고 있다. 약사들이 베이징 유명 약국을 돌아보거나 시인들이 프랑스 보르도 지방 문학 관련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 동화작가들이 독일 메르헨 가도를 둘러보는 여행은 패키지의 ‘싸구려’ 이미지를 압도하며, 부르는게 값인 상품으로 둔갑한다. 이미 모두 존재하는 장소, 사람, 체험이지만, 그걸 어떤 대상에게, 어떤 목적으로, 어떤 채널로 파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포장지를 입게 된다. 
 
#테마 #사진 #가성비 이 삼박자를 잘 맞춰 참신한 기획을 한다면 패키지 시장의 부활은 시간문제다. 
 
‘패키지’라는 단어 자체에 혼자 여행할 능력이 없는 분들을 위한 ‘효도관광’이나, 생각 없이 떼로 몰려다니며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민폐관광’, 여행사의 횡포 때문에 강제쇼핑을 해야 하는 ‘바가지’여행 등 부정적인 뉘앙스가 스며들면서 패키지로 여행을 가는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대부분의 이유는 옆집 아줌마, 친구에게 자랑하기 위함인데, 이런 점에서 패키지를 위한 패키지는 이제 멋이 없다.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핵심가치로 세계 100대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브랜드 가치가 무려 약 181조 6,839억원에 달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포장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제 대충 흐름은 알았으니 세 가지 중 하나만 하면 된다. CNN의 창립자 테드 터너(ted turner)는 ‘이끌던지, 따르던지, 꺼지(비키)’라고 했다.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청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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