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휴가의 역발상
[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휴가의 역발상
  • 트래비
  • 승인 2017.07.24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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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친구와 함께 선택한 곳이었어요. 사람 소리보다 바람소리, 자동차 소리보다 새소리, 컴퓨터 자판 소리보다 파도 소리가 듣고 싶어 떠난 거였죠. 이곳에서 모든 것을 찾았습니다. 게다가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풍경과 세련되고 깔끔한 이곳은 여유와 안정을 찾기에 제격이었습니다.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좋았고요. 편리한 주방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다시 한 번 감동했어요. 아주 매력적인 곳이네요. 또 시간을 내어 그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싶네요.”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후기다. 이거라면 지난달부터 우리 가족이 고민해오던 여름 휴가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는 지난해에 다녀온 하와이의 한적한 금모래 해변으로 여름휴가를 가고 싶어 했고, 첫아이는 태국 치앙마이의 동물원과 전통시장을, 그리고 둘째는 비행기를 타고 동남아의 새로운 섬나라에서 물놀이를 하고 싶다고 오래전부터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필자는 예전에 살았던 미국이나, 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는 유럽의 익숙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각자 선호하는 여행지가 다른 것도 문제였지만 모든 여행지가 현실적으로 조건이 맞지 않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던 필자에게 이 후기는 오랜 가뭄 끝에 만난 단비 같았다. 필자는 에어비앤비의 수십만 개의 후기 중에 찾았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에 젖어 가족에게 이 후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이렇게나 멋진 경관을 지녔음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곳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자고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필자는 가족에게 이 생생한 후기와 함께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사진도 여러 장 보여주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떠나기 하루 전날까지 알려주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가 떠날 여름 휴가지였다. 그곳은 하와이도 태국도, 동남아의 섬나라도 아닌 전라남도 고흥군 동일면 덕흥리였다.
 
후기만 보고 찾은 전라남도 고흥은 환상적이었다. 멋진 숙소에는 느긋하게 쉬며 읽을 수 있는 책이 수백여 권 있었다. 숙소에서는 산과 바다가 보였고, 바비큐 핏도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근교 마을의 드넓은 갯벌에서 굴, 바지락, 꼬막 및 각종 조개를 캤고, 우리가 캔 조개와 신선한 해산물을 넣어 해물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인근 나로도항에서는 어부와 상인 간 독특한 손짓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재미난 경매 장면을 구경했다. 

전라남도 고흥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없다. 그래서일까. 여느 관광지에 비해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고흥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절경이 있는 곳이요, 마을 사람들의 후한 인심을 듬뿍 체험할 수 있어서 우리 가족 모두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되었다. 관광지가 아닌 곳이기에 최고의 관광지가 될 수 있는, 역발상의 휴가지인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는 여름휴가를 계획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큰 비용 들이지 않고 해외여행이 가능해진 데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이 더욱 편리하게 여행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외국인과 소통이 가능하고, 음식점과 숙소 검색은 물론, 액티비티와 택시 예약, 그리고 길 찾기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여행 트렌드에 힘입어 작년 한 해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이 2,000만 명이 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해외여행이 대세라고 하지만 국내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멋지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다. 숙소와 교통편 등 정보가 부족해 갈 수 없었던 숨겨진 휴가지도 이제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보다 쉽게 접근이 가능해졌다. 

국내여행은 생각만 해도 정겹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여행가방을 싸서 멀리 인천공항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공항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비자와 여권 그리고 환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안전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어디 그뿐인가? 운이 좋으면 맛있는 제철 음식을 지역의 맛집에서 맛볼 수 있고, 민박의 주인과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국내여행을 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제 곧 본견적인 휴가철이다. 휴가지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이번엔 국내로 떠나시라!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국내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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