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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그 이상의 임실의 쫄깃한 멋

  • Editor. 김예지
  • 입력 2017.08.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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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고 방심하진 마

임실에 치즈라. 반전 없는 조합이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고소하고 쫄깃한 맛, 임실에는 그 이상의 이야기와 재미가 있었으니. 터덜터덜. 임실 치즈마을로 향하는 수단은 자동차도 자전거도 아니었다. 푸른 논밭을 가로지르는 경운기다. 눈치 챘을까. 반전이 없다 했지만 반전이 있는 게 임실의 반전이란 사실을.
 
산과 나무와 지붕이 서로 맞닿아 있는 필봉문화촌의 취락원
 

장담한다. 임실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에 ‘지정환’ 신부는 당연히 있을 거라고.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는 1966년, 이곳 임실에서 산양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농민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유제품을 생산할 목적에서다. 물론 쉽지 않았다. 아직 치즈가 생소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는 물론 생산과정에서 수많은 실패에 맞닥뜨려야 했다. 그러나 놓지 않았다. 그는 직접 유럽에서 기술을 배워 오는 열정을 발휘하는가 하면, ‘우유로 만든 두부’라며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1967년, 임실 치즈공장이 설립됐다. 지정환 신부가 이토록 강력한 치즈의 연관 단어가 된 사연이다.   

임실 치즈마을에서는 직접 치즈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이날 미션은 스트링 치즈였다. 덩어리로 된 치즈를 우선 뜨거운 물에 넣어 조물조물 반죽을 한 후 물에서 꺼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뜨려 적당한 길이로 자르니, 신기하게도 결결이 찢어지는 스트링 치즈가 완성됐다. 그 자리에서 먹고 남은 치즈는 통에 고이 넣어 숙소로 가져 왔건만, 그새 치즈끼리 서로 달라붙어 다시 덩어리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때서야 생각이 났다. 치즈 만드는 법을 일러 주던 선생님 왈, “시간이 지나면 그냥 모짜렐라 치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석이조라고 해야 하나, 스트링에 모짜렐라까지! 이미 말하지 않았나. 임실 여행의 반전에 대해. 
 
*지정환 신부│본명은 디디에 세스테 벤스. 1964년 임실 성당에 주임신부로 부임한 이후 가난한 농민들의 터전을 일구는 데 힘썼다.
 
임실 치즈마을에 펼쳐진 드넓은 논밭. 경운기가 제격인 풍경이다  
치즈 만들기 체험 현장. 결국은 모짜렐라 치즈가 될 운명이었던 스트링 치즈
 
임실 치즈마을
주소: 전라북도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길 96
전화: 063 643 3700/ 3772
홈페이지: cheese.invil.org
 
 
 
스위스와 임실의 만남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의 치즈를 좀 더 이국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 스위스 아펜젤을 모티브로 한 건물이 이목을 끈다. 치즈체험, 홍보관, 놀이시설, 포토존 등으로 구성돼 있고 메인 건물인 치즈 캐슬 1층으로 가면 피자, 치즈 돈까스 등 치즈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주소: 전라북도 임실군 성수면 도인 2길 50
전화: 063 643 2300/ 3400  
홈페이지: www.cheesepark.kr
 
우리의 가락을 잇는 젊은 예인들의 터, 필봉문화촌
흥이 최고조에 달했던 창작 타악 ‘흥’의 공연. 얼씨구나~ 좋다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 까닭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장단은 자꾸 빨라만 지는데 표정이 한결 평화로워지고, 주변 공기는 후끈한데 가슴 한쪽이 뻥 뚫리는 것이다. 순간 머릿속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더니, 귓속에서 맴돌던 울렁임이 금세 마음속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통과 젊음은 상반된 개념이라 여겼다. 구수한 복장을 하고서 무대에 오르는 공연자들이 생각보다 너무 젊어 흠칫 놀라기 전까지는. 필봉문화촌은 우리 전통의 필봉농악을 지키고 이어나가는 예인들이 모인 곳이다. 전북 전주, 남원뿐 아니라 전남 보성, 곡성 등 호남 동부 지역의 농악을 ‘좌도농악’이라 부르는데, 그중 필봉농악은 이 좌도농악 고유의 방식을 가장 고스란히 전수해 나가고 있다.
 
필봉농악이라는 개념을 그제야 알게 됐지만,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판타스틱’ 팀의 사물놀이 공연, 우아하면서도 청초한 창작 무용 ‘날개’, 절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창작 타악 ‘흥’까지. 공연을 감상하는 내내 별다른 생각과 말이 필요치 않았다. 이제 와 말로 설명하기가 이렇게 막연하고 막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절정은 누군가가 가장 간절해진 순간이었다. 흥은 오를 대로 한껏 올랐는데 맞장구를 쳐 줄 이가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얼씨구~” 하면 “좋다!”를 외쳐 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가락이 이렇게나 흥겹구나, 한바탕 신명나게 수다를 떨 만한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어쨌든 글은 기승전 ‘사람’으로 끝나지만, 이번 여행이 실로 그랬다. 그 사람이 다름 아닌 너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필봉문화촌
주소: 전라북도 임실군 강진면 강운로 272
전화: 063 643 1902/2901
 
▶ACTIVITY
몸으로 배우는 안전
전북 119 안전체험관

아이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장소.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지진, 화재, 태풍 등 재난 상황을 직접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안전놀이 문화공간이다. 재난종합체험, 위기탈출체험, 어린이 안전마을, 물놀이 안전체험 4개 주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전예약 필수.
오픈: 화~일요일 09:00~18:00(월요일 및 매년 1월1일 휴무)
주소: 전라북도 임실군 임실읍 호국로 1630
전화: 063 290 5676
홈페이지:  safe119.sobang.kr
 
글·사진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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