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쿼이아 너머 대숲 청량하고도 청량한 나무의 노래
메타세쿼이아 너머 대숲 청량하고도 청량한 나무의 노래
  • 김선주
  • 승인 2017.08.08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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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여행의 키워드는 단연 나무라야 했다. 
대나무, 메타세쿼이아,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그야말로 나무의 마을이었다. 
여름 한 낮, 땡볕이 거칠수록 나무는 
짙은 그늘로 서늘했고, 그 어둑함 사이로 
서걱서걱 청량한 노래가 흘렀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여름이면 푸른 터널로 여행객들을 보듬는다
여름날의 메타세쿼이아 길 산책
 

●메타세쿼이아 길
푸른 터널 속으로

담양하면 당연히 죽, 대나무다. 아니 그랬었다. 담양의 상징으로서 대나무가 누린 독보적 명성에 메타세쿼이아가 도전장을 내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은 ‘아름다운 거리 숲’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유명세를 누리면서 대나무 버금가는 담양의 나무가 됐다. 

원래는 담양과 순창을 잇는 24번 국도였다. 길 양 옆으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도열하고 터널을 이루는 낭만의 드라이브 길이라는 게 남다르다면 남달랐다. 길이는 대략 8.5km. 1970년대 초반 담양군이 가로수 조성사업을 위해 심었던 3~4년생 메타세쿼이아 묘목이 높이 10~20m의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터널을 이뤘다. 계절마다 새 옷을 입고 날씨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니, 터널을 통과하는 이들을 행복으로 이끈다. 봄이면 연푸른 신록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여름이면 맘껏 원뿔형 푸른 덩치를 부풀린다. 이파리가 지고 황혼이 물드는 가을의 소슬한 정취는 가히 낭만적이다. 여름날의 초록 터널이 새하얀 눈꽃 터널로 변하는 겨울에도 나무의 품은 아늑하다.

새 도로가 나면서, 학동리 부근의 1.5km 구간은 아예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산책로로 꾸며졌다. 으레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이라고 하면 이곳을 말한다. 매표소에서 입장료(성인 2,000원)를 치러야 한대서 잠깐 멈칫거렸지만, 이내 메타세쿼이아 터널이 뿜어내는 푸른 기운에 스르륵 이끌려 들어갔다.
 
이 길의 메타세쿼이아 408주는 2015년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양묘에 의해 생산된 묘목으로 가로수 숲길을 조성했다는 역사적 의의가 크고, 담양 지역 주민은 물론 탐방객에 대한 정서 순화 기능과 도시 숲으로서 생태적 역할을 하고 있는 명소’라는 설명이 딸렸다. 

양 옆으로 늠름하게 늘어선 메타세쿼이아의 호위를 받으며 흙길을 걷노라니 왜 ‘정서 순화 기능’이라고 했는지 이해할 만 했다. 길 한 가운데서, 길가 벤치에서, 굵은 나무 아래에서 연인이, 부부가, 가족이 메타세쿼이아의 청량함을 즐겼다. 여름 햇볕이 거셀수록 나무 아래 그늘은 선명했다. 제 품에 안긴 사람들을 위해 나무는 불어오는 바람에게 시원스레 통로를 내줬다. 모두들 눈을 감고 바람 냄새를 맡는 듯 했다. 저 멀리 메타세쿼이아 터널의 소실점 속으로 한 커플이 아득히 스며들었다.   
관방제림
분수광장

●관방제림
둑 위에 숲, 숲 속에 둑
 
메타세쿼이아 길의 끝은 또 다른 숲의 시작이다. 관방제림, 오래된 숲이다. 조선 인조 26년(1648년)에 수해를 막기 위해 둑을 만들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철종 5년(1854년)에 다시 제방을 축조하면서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제방림이니 메타세쿼이아 길보다 역사가 한참 위다. 맑고 싱그러운 기운은 똑같다. 담양읍내에서 흘러나온 개천 옆으로 제방이 볼록한 채 따르는데, 그 길이가 지금 남아 있는 곳만 쳐도 대략 2km다. 제방을 단단하고 촘촘하게 만드는 것은 나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막상 보면 낯설지 않은 푸조나무를 필두로 팽나무, 개서어나무, 음나무, 느티나무 등이 제방을 덮고 있다.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나무들이다. 수령 200~300년의 노목들이지만 굵기가 한 아름인 거목도 많아 숲의 품은 넓고 깊숙하다. 

제방과 개천 사이로 사람과 자전거를 위한 도로가 뻗어있었다. 걷다 지쳤는지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자전거로 그 길을 내달렸다. 4인용 네 바퀴 자전거도 뒤따랐다. 한 번 타볼까 고민도 찰나, 땡볕에 쫓겨 관방제림의 노거목 품으로 후다닥 파고들었다. 
 
죽녹원 대나무 숲에는 청량감이 쭉쭉 뻗어 오른다
 

●죽녹원
서늘한 대숲 그늘에 서면
 
관방제림에서 개천을 건너면 죽녹원이다. 대나무 푸른 숲으로, 담양여행의 필수 코스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 아니던가! 담양의 대나무 숲 면적은 2,400ha(2,400만㎡) 정도라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대숲의 25~30%에 해당한다고 한다. 각종 죽순 요리와 죽통 밥이 담양의 별미로 입맛을 돋우고, 죽부인부터 돗자리, 깔개, 발, 부채, 베개 등 담양산 죽제품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죽녹원은 담양군이 2003년 5월 31만㎡ 규모로 조성해 오픈했다. 울울창창한 대나무 숲에는 전망대와 산책로, 정자, 쉼터, 미술관, 카페가 그윽하게 안겨 있어 죽림욕장으로 손색이 없다. 대숲 1ha당 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370kg의 산소를 발생시킨다고 하니 죽림욕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죽녹원 안내문을 인용하면 ‘뇌에서 알파파 활동을 증가시켜 스트레스 해소, 신체 및 정신적 이완운동, 심신 안정효과’가 있다. 입장료(성인 3,000원)가 아니라 죽림욕비라고 해야 할 것도 같다.  

폴짝폴짝 징검다리를 건너니 죽녹원으로 오르는 계단이 코앞이었다. 분수광장을 거쳐 계단으로 향하는데, 분수광장 바닥에서 물이 솟구칠 때마다 까르르 꺄아아 까불어대는 꼬마들이 마치 재잘대는 댓잎들 같았다. 여름 죽림의 기상은 과연 어떨까, 궁금했다. 일 년 중 대숲이 가장 울창하고 싱그러운 시기는 5월이다. 매년 5월초에 이곳에서 대나무 축제가 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쉽게 죽림의 하이라이트 시기에는 맞추지 못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사시사철 잎 푸르고 대 꼿꼿한 대나무이니 말이다. 

역시 그랬다. 대나무 숲에는 청량감이 쭉쭉 뻗어 올랐다. 어른 종아리만한 대나무들이 땅을 뚫고 거침없이 하늘로 솟구쳤고, 댓잎들은 빼곡하고 촘촘해 햇살 한 줄기 비집고 들어오기조차 힘들었다. 간신히 댓잎 사이를 뚫고 대숲에 내려앉은 햇살은 어둑하고 서늘한 대숲 그늘 속에서 맑게 반짝였다. 마치 수면 위에 퉁퉁 튕겨나가는 햇살처럼…. 솨아솨아 바람이 불면, 그 결을 따라 나무가 살랑였고 이파리들은 서걱거렸다. 죽림 산책길은 작은 미로 같아서, 아까 걸었던 길이네, 하며 다시 방향을 잡곤 했다. 대숲에서는, 젊든 늙었든 모두가 풋풋했고 혼자든 여럿이든 다 함께 홀가분했다.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을 지닌 제월당 등 이름만으로도 자연미 물씬한 건물들이 소쇄원을 이룬다
 

●소쇄원
솨아솨아 청량한 바람
 
소쇄원의 대숲도 죽녹원 못지않게 맑고 시원하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꼽힌다. 담양 사람들이 담양을 자랑할 때 빼먹지 않는 명소이기도 하다. 소쇄원은 조선 중종 25년(1530년)에 선비 양산보(1503~1557)가 꾸몄다. 자신의 은사인 조광조(1482~1519)가 기묘사화로 유배되고 세상을 떠나자 자연 속에서 숨어 살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을 지닌 제월당, ‘비 갠 뒤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의 광풍각 등 이름만으로도 자연미 물씬한 건물들이 소쇄원을 이룬다. 소쇄원 중앙으로 자연 계류가 흐르는데, 물길은 담 밑으로, 바위 틈 사이로, 나무 사이로 이어지며 운치를 더한다. 

소나무, 단풍나무, 등나무 등 정원 곳곳의 나무도 소쇄원의 풍류를 더한다. 압권은 대나무였다. 굽이진 대나무 숲길이 소쇄원의 첫 인상이었다. 소쇄원은 그 굽은 대나무 길 너머에서 다소곳했다.
 

죽통밥 다음에는 담양 떡갈비!

대나무의 고장이니 담양의 별미로 죽통밥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대나무 통에 멥쌀, 찹쌀, 검은콩, 은행, 밤, 잣 등을 넣고 만든 영양밥이다. 담양의 대나무는 결이 곧고 크기가 커서 죽통밥을 만들기에도 제격이다. 대나무 향이 밴 죽통밥 한 통 정도야 간장에 쓱싹 비벼 먹어도 그만이고, 짭조름한 된장찌개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죽통밥 인기에 다소 가려진 듯도 하지만 떡갈비도 담양의 향토 음식이다. 전라도 지방으로 유배 내려온 선비들이 전했다는 설 등 여러 가지 얘기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증거는 떡갈비 전문식당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TV프로그램 요리 대결에서 우승한 집도 있고 소고기는 물론 돼지, 오리 등으로 떡갈비의 지평을 넓힌 곳도 있으니, 입맛에 맞게 고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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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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