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EDITOR'S LETTER] 해외여행 꿀팁

  • Editor. 김기남
  • 입력 2017.08.30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팁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주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받는 사람도 큰 기대가 없습니다. 물론 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깃집이나 한정식집처럼 담당 종업원이 정해져 있으면 팁을 건네기도 합니다. 다만 순서가 다릅니다. 고깃집에서의 팁은 서비스가 시작될 때 같이 전해집니다. 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 테이블에 신경 써 달라는 의사의 표현입니다. 거꾸로 주방장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름 모를 특수 부위와 눈물주를 들고 찾아와 내가 이렇게 신경 쓰고 있음을 어필하면 팁을 꺼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팁 문화가 없는 탓에 해외에 나가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상황도 종종 접하곤 합니다. 팁이 의무에 가까운 미국을 처음 여행할 때는 계산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일이었습니다. 어리숙해 보이는 관광객에게는 종업원이 자신의 팁까지 포함된 계산서를 내미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모르고 이중으로 팁을 낸 후 정산은 더욱 꼼꼼해졌습니다. 미국 교포인 이모가 한국에서 팁을 건넬 때면 내심 멋져 보였는데 제가 미국에 가서 팁을 내려니 이게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습니다. 영어도 짧아 별다른 말도 섞지 않은 제게 밥값의 15~20%에 해당하는 팁은 배보다 배꼽으로 여겨지기 일쑤였습니다.    
 
과거에 ‘노팁’을 내건 여행상품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습니다. 패키지여행을 가면 1인당 하루 10달러 정도를 가이드팁이라는 명목으로 갹출하곤 했는데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자 이를 없앤 겁니다. 배보다 배꼽 같았던 팁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자 만족도가 올라갔을까요? 몇몇 부작용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노팁’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방식입니다. 팁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의도의 ‘노팁’ 상품을 접한 손님들은 ‘팁을 줄 필요가 없다’ 또는 더 나아가 ‘팁을 주면 안 된다’로 인식하기 시작한 겁니다. 개인적으로 팁을 주는 것은 여전히 자율이건만 팁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고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것이 없자 가이드의 서비스도 정해진 최소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얼마 전 태국의 한인 가이드 284명이 해외 가이드 최초로 노조를 결성하고 한국노총에 가입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1인 시위도 하고 여론의 주목도 받았습니다. 원가 이하의 패키지 상품으로 쇼핑이나 선택관광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여행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호소가 주요 내용입니다. 여행상품은 공산품과 달리 인적 서비스를 함께 구입하는 상품입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의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인적 서비스 비용을 줄이게 마련입니다. 가이드 노조의 요구는 1차로 여행사와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소비자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패키지여행은 가이드에 따라 만족도가 천차만별입니다. 이리저리 따져 봐도 문제가 없는데 터무니없이 저렴한 여행상품이 있다면 현지에서 만날 가이드의 표정을 미리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트래비> 국장 김기남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