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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Never ‘So-So’ 여행

  • Editor. 이종상
  • 입력 2017.09.0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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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을 다녀와서 어떤 게 가장 좋았는지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짚라인, 카누잉, 눈썰매 타기 등이 항상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답이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이색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저 그런 ‘So-So’ 여행이 되지 않기 위해서.
 
 
네핀 포인트(Nepean Point)에서 바라본 오타와강과 국회의사당
알렉산드라 다리(Alexandra Bridge)를 넘으면 등장하는 퀘벡주 가티노(Gatineau)
바이워드 마켓은 260여개의 로컬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과 아르티장(Artisans)들로 항상 북새통이다
 
 
●오타와 속으로 들어가기
 
2017년 우리 가족 여행지는 오타와(Ottawa).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맞이한 수도 오타와는 각종 뜨거운 행사들로 전 세계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타와는 수도 같지 않은 수도다. 국회의사당이 있고 박물관이 많은 건 맞지만 런던, 파리, 서울과는 다르다. 마천루도 교통 체증도 공해도 찾을 수 없다. 오타와의 표지 모델이라면 리도 운하(Rideau Canal), 바이워드 마켓(By Ward Market) 정도다. 
 
오타와의 풍경 속에 우리를 그려 넣었다. 맑은 하늘 아래 리도 운하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속에 들어가 봤다. 국회의사당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잔디밭에 앉아 보고, 바이워드 마켓에서 한가롭게 커피를 즐겼다. 르 물랭 드 프로방스(Le Moulin de Provence) 베이커리에서 ‘오바마 쿠키’도 사 들고 걸으면서 먹었다. 오타와 여행은 한마디로 여백이 풍부한 우리나라의 수묵화와 같다. 담백하면서도 한적하다. 
 
1812 전쟁*이 끝난 후 캐나다는 수도를 어디로 할 것이냐를 놓고 어퍼(Upper) 캐나다, 그러니까 지금의 온타리오주와 로워(Lower) 캐나다, 퀘벡주 사이에서 옥신각신했다. 실제로 킹스턴, 몬트리올, 토론토, 퀘벡 등이 번갈아 가며 수도였던 적도 있었다. 1857년 빅토리아 여왕은 토론토도 몬트리올도 아닌 오타와를 수도로 선택했고, 1867년 캐나다가 자치령 국가가 되면서 오타와는 공식적인 캐나다의 수도가 되었다. 그로부터 15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드디어 오타와에 닿았다. 
 
*1812 전쟁│1812~1814년, 미국이 캐나다를 침입해 벌어진 3년 전쟁. 
 
 
오바마 쿠키가 오바마 쿠키인 이유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오타와를 방문했을 때다.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딸들을 위해 르 물랭 드 프로방스 베이커리에서 메이플 모양의 쇼트 브레드 쿠키를 샀는데 그때부터 이 쿠키는 ‘오바마 쿠키’라는 닉네임을 얻게 됐다. 또 하나 빼먹지 말고 맛봐야 할 것은 비버 꼬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비버 테일(Beaver Tail) 페이스트리’. 포기김치를 돌돌 말아서 한입에 먹는 것처럼 접어서 입 안 가득 먹어야 제맛이다.
 
 
 
콧김을 뿜으며 용암 같은 눈으로 쿠모를 찾고 있는 롱마 
 
 
●최고의 흥행, 거미와 용의 거리 공연
 
첫날은 오타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칼립소 테마 워터파크(Calypso Theme Waterpark)에서 휴식을 취하며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2010년에 오픈한 이 워터파크는 2016년 암으로 사망한 기 드루앵(Guy Drouin)의 작품이다. 기 드루앵은 칼립소와 비슷한 크기의 발카르티에 바캉스 빌리지(Village Vacances Valcartier), 보라 파크(Bora Park), 아이스호텔(Ice Hotel)등을 만든 캐나다 동부의 ‘레저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오후 8시가 되니 두 마리의 우주 생물이 깨어났다. 오타와 쇼 센터(Shaw Centre) 앞 도로와 로리에르(Laurier) 다리는 점점 사람들로 점령되기 시작했다. 캐나다 150주년 이벤트, ‘라 마신(La Machine)’을 보기 위해서다. 웅장한 음악이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거미 모양의 거대한 우주생물, 쿠모Kumo가 등장했다. 높이 5.7m에 폭 6m, 다리를 벌렸을 때 길이가 20m. 정교한 나무 조각들을 쇠 위에 덧붙인, 말하자면 인조 피부를 가진 거미다. 쿠모가 우리 머리 위로 지나갈 때는 SF 영화의 조연이 된 듯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가로수, 가로등, 버스 정류장 등을 기어 다니지 않고 ‘넘어’ 다니니까. 쿠모가 로리에르 다리로 가까이 갈 때쯤, 갑자기 다리 위에서 거대한 용이 나타났다. 정확히 말해 머리는 용이고 몸은 말의 형상을 하고 있다. 롱마(Long Ma), 한자음으로는 용마(龍馬)다. 높이 12m에 폭 5m, 무게가 무려 45톤으로 숨을 쉴 때마다 가슴팍이 부풀어 오르고 화가 난 듯 콧김을 낸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군중 속을 뒤지던 롱마의 눈과 나의 눈이 딱 마주쳤다. 섬뜩하다. 저 눈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봤던 사우론(Sauron)의 눈이다. 용마가 머리를 쳐들고 불을 뿜자 쿠모는 흉부에서 물을 분사하더니 곧 도망쳐 바이워드 마켓 뒤 어두운 주차장 골목으로 숨어들었다.
 
이 두 우주생물이 오타와를 활보하며 쫓고 쫓기는 이유는 뭘까? 롱마는 9층천에 살며 인류를 보호한다. 사악한 세력인 쿠모는 그가 잠든 틈을 타 몰래 그의 날개를 불태우고 신전을 훔친다. 이때부터 롱마는 그의 잃어버린 신전을 찾아 7대양을 누비기 시작했고, 쿠모는 이내 오타와로 피신해 강 아래 깊은 지하에 신전을 숨긴다. 하지만 오타와시가 시작한 지하철 공사는 쿠모를 불안하게 만들고, 신전을 지상으로 다시 꺼내지만 힘을 잃어 신전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롱마는 수백년 전에 샹플랭(Samuel de Champlain)*이 탐험했던 루트를 따라 오타와로 오게 되는데….  
 
캐나다 전쟁박물관이 있는 르브레튼 평지(LeBreton Flats)에서의 전투를 끝으로 두 날개를 되찾는다는 내용의 이 쇼는 예술 감독인 프랑스와 드라로지에르(Francois Delaroziere)의 창작품이다. ‘라 마신’ 거리 공연을 본 관객은 4일간 무려 약 75만 명에 이르고, 그 경제적 효과는 무려 약 3억2,000만 달러나 된다고. 프랑스 낭트(Nantes)에 회사를 둔 ‘라 마신’을 초청하는 데 든 비용이 약 300만 달러였다고 하니 크게 남은 장사다. ‘라 마신’ 공연의 성공 비결은 ‘인형극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롱마와 쿠모를 들어 움직이는 특수 제작된 중장비들, 걷는 듯 달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다리 관절들을 조종하는 오퍼레이터, 붐 리프트와 지게차에 올라 사운드트랙을 연주하는 뮤지션과 오케스트라까지. 이 모든 것이 대규모 스케일로 움직이는 한 편의 인형극 같았다.
 
‘라 마신’ 덕분에 충분히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공연도 잘 봤으니 밥 먹으러 갑시다. 멕시코 레스토랑 엘 카미노El Camino 2호점이 바이워드 마켓 근처에 오픈했다고 하던데….”  
 
*사뮈엘 드 샹플랭│17세기를 살았던 프랑스 출신 탐험가로, 캐나다의 식민지를 개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 카미노의 바삭한 맛이 일품인 피시 타코
롱마와 쿠모가 다닌 거리의 총 길이는 27km가량 된다
한여름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잠드는 쿠모
 ‘라 마신’의 성공 뒤에는 3,613시간을 헌신한 252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었다  
 
칼립소 테마 워터파크
주소: 2015 Calypso Street, Limoges, Ontario K0A 2M0
홈페이지: www.calypsopark.com
 
엘 카미노El Camino
주소: 81 Clarence Street, Ottawa
 
글·사진 이종상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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