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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여행하라, 부산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7.09.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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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다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배달한 만두로 수 년을 버틴 <올드보이>의 오대수도, 흰여울문화마을에서 국밥을 들이키던 <변호인>의 송우석도. 부산을 영화처럼 여행할 필요가 있음이 확실하다. 마침 10월12일부터 21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도 열리니 완벽한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부산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요트투어. 바다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풍경은 역동적이다
 
 
●도심으로 녹아든 영화의 현장을 찾아서

작고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포개진 초량리 산복마을이나 묵직한 철강 크레인들이 거인들처럼 솟아있는 영도를 보라. 단 한 시간만이라도 머문 사람이라면 일상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정과 상상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부산이 영화의 도시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부산 무비 앤 더 시티’ 상품이 생겨났다. 영화 산업에 기여하고 있는 부산의 주요 시설과 영화의 배경이 됐던 장소를 둘러본다. 
 
 
영화의 전당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펼쳐지는 공간. 거대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둥근 지붕 아래 세 개의 건물이 모여있다. 축제 기간이 되면 새빨간 레드카펫을 따라 한껏 멋을 부린 배우들이 밴에서 내리는 바로 그 장면이 포착되는 장소다. 영화제 기간이 아닐 때에는 여러가지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고, 넓은 공터에서 젊은 청년과 가족들이 시간을 보낸다. 
 
영화의 거리
고층 건물이 모인 주거단지인 마린시티는 작은 만을 형성하고 있는데, 바다와 맞닿아 둥근 호를 그리고 있는 해안도로에 접해 ‘영화의 거리’가 있다. 총 800m 구간에 지나지 않고 국내 유명 영화인의 손도장 몇 족과 전망대가 놓여있는 ‘산토리니 광장’이 전부. 하지만 이곳의 진가는 영화같은 부산의 풍경을 보여준다는 데서 빛을 발한다. 오른편으로 광안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왼편으론 영영 잡히지 않을 수평선이 펼쳐진다. 복잡한 도심의 풍경과 달리 이곳은 여유를 품고 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배우 공유가 좀비와 전쟁을 벌였던 영화 <부산행>의 열차 세트가 있었던 곳은?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안쪽에 자리한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다. 단일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실내 스튜디오로, <도둑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등의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영화촬영이 있는 기간에는 실내 입장이 불가능했지만, 최근 유리벽을 설치해 촬영이 있는 동안에도 관람이 가능하게 됐다고. 운이 좋다면 촬영 현장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이벤트보다도 영화 한 편을 위해 들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사전설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소다. 
 
 
비프광장 
부산 중구에는 거대한 시장 상권이 형성돼 있다.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 됐던 국제시장과, 바로 접한 깡통시장, 비프광장, 그리고 건널목 하나로 연결된 자갈치시장이다. 한국전쟁과 피난, 그리고 광복까지 격동의 시간을 지내는 동안 국제시장 자리의 부평동 공설시장이 크기를 키워갔고, 상권을 정비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부산의 영도대교를 중심으로 가족을 찾기 위해 모였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상권이 더욱 활성화 됐다고. 포목과 가전, 군수물자 등이 거래되고 흩어져 피난을 내려온 피난민들의 절절한 사연까지 얽힌 그야말로 영화적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 중 비프광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시즌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다. 이 시즌에는 골목에 늘어선 노점들이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잠시 영업을 멈추기도 한다고. 광장 골목에 숨어있는 배우들의 핸드프린팅을 찾아보는 재미도 즐겨보시라. 참, 골목 안쪽에는 한국 최초의 영화관이었던 ‘행좌’ 건물도 있다. 지금은 밀면 가게가 들어서 있지만 건물은 역사를 그대로 품고 우아한 멋을 풍기고 있다. 
 
 
시네마하우스
영화인들은 어디서 잠을 잘까? 영화 촬영이 많이 이뤄지는 만큼 관련 영화인들의 방문도 많은 부산이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영화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호텔 ‘시네마하우스 호텔’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영화를 테마로 만들어져 있는데, 특히 로비는 작은 영화 촬영 스튜디오를 연상시킨다. 객실은 정갈하고 깨끗해서 일반 호텔과 다를 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영화인들이 이곳에 모여 콘티를 논의하고 내일 촬영을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건 왜일까? 영화와 관련된 숙소를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부산 무비 앤 더 시티’ 상품의 가장 큰 메리트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올해 7월 개관했다. 영화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박물관과, 영화의 여러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설을 겸비했다. 레코딩, VR체험, 더빙 등의 체험 시설은 영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의 발목을 붙잡는다.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에게 반응이 좋다. 
 
 
산꼭대기까지 집이 빽빽한 감천문화마을
별세계에 온 듯 구도시의 풍경과 상반되는 해운대 마린시티

●‘영화적’일 수 밖에 없는 부산의 이야기

부산은 ‘사람’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단다. 사투리에서 빗어지는 친근한 이미지를 넘어서, 20세기 격동의 역사 속에서 전국의 사람들이 모여 지금의 부산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 밀려밀려 내려왔지만 바다에 가로막힌 사람들은 바다 언저리에 따개비처럼 집을 짓고 살았다. 60~70년대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대의 애환을 담은 마을들은 또한 영화적일 수 밖에 없다.
 
 
 
(좌)사십계단  (우)감천문화마을
 
근대사의 슬픔을 나누었던 우리, 계단따라 놓인 이야기 

언덕에 마을이 들어서니 자연스레 모든 길은 계단일 수밖에 없었다. 규격도 없이 벽과 벽 사이를 가로질러 난 계단은 끝을 찾아 고개를 한참 들어올려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다. 부산 중구의 40계단은 산복도로로 가는 첫 계단이다. 평지에서 언덕이 시작되는 초입이란 것이다. 피난민들이 모여 살며 피난살이를 했던 곳으로, 40계단을 시작으로 언덕 꼭대기까지 길이 이어진다. 상징적 의미 덕분에 지금은 정비를 거쳐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정면을 가로막는 40계단의 독특한 생김은 영화인들에게도 매력적이었나 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명장면을 탄생시킨 곳이다. 

부산역 앞으로 병풍처럼 둘린 초량동도 마찬가지다. 초량이바구길이란 이름으로 관광 명소가 된 이곳은 일제강점기 부산항 개항 당시부터 지금까지, 부산의 슬픈 이야기를 듣기에 가장 적합한 곳일지 모른다. 해방과 산업화 시대를 지나는 동안 수많은 일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은 초량동에 모여 이리저리 부대끼기도 하고 보듬기도 하며 살았단다. 누구의 말마따나 엄마가 없으면 옆집 할머니가 아이를 봐주고, 비가 오면 옥상을 건너 띄어 옆집 빨래도 걷어주던 동네란 것이다. 서로 고통과 애환을 나누었기 때문에 더욱 애틋한 공동체였으리라.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인 백제병원, 부산 최초의 창고인 남선창고, 40계단을 훌쩍 넘어서는 168계단 등 동네 곳곳에 근현대사가 남긴 역사가 흩어져 있다. 초량동 산허리를 질러가는 산복도로를 타고 시인 유치환을 기리는 전망대에 갈 수도 있다. 

한국의 산토리니로 뜨고 있는 감천문화마을도 사실 낭만적으로만 바라보기엔 슬픔이 있는 동네다. 마찬가지로 평지로 가지 못하고 비탈진 산등성이에 집을 지어야 했던 애환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렷다. 감천문화마을 전망대에서 보면 아득히 멀리 산업화된 부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분홍, 파랑으로 단장한 마을은 관광객들에 의해 새로이 평가받고 있다.
 

●부산에서 꼭!
 

부산을 한 눈에 담자! 부산타워 

마린시티와 광안대교에서 느끼는 첨단을 달려가는 부산의 이미지와 초량동과 40계단에서 느끼는 슬픔 가득한 부산의 이미지는 너무나 대조적이고 같은 공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다. 부산타워에서 내려다 보이는 부산은 양면적 이미지 혹은 다면적 이미지 그대로다. 해안선을 따라 어쩐지 위압감을 주는 항구가 자리하고 있고, 홀로 높이 뻗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복잡하게 뻗은 길을 따라 들어선 국제시장 등. 이곳에서도 언덕엔 집들이 가득이다. 한 가지 얼굴이 아니기 때문에 부산은 매력적이다. ‘영화적 미학이 있는 도시’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노을이 피는 부산의 바다, 요트투어 

항구가 발달한 부산 에는 관광과 여가를 위한 마리나 센터가 여럿이다. 다이아몬드베이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한 요트투어를 제공한다. 광안대교에서 해운대, 마린시티를 거쳐 돌아오는 일정이다. 광안대교 밑을 통과해 해운대 해안가 깊숙이 들어가는데, 항상 바다를 바라보다 육지를 바라보는 기분이 또 남다르다. 요트타기 가장 좋은 시간은 석양이 지는 오후 6시~8시 사이다. 날이 좋으면 청명한 하늘 가득히 노을이 번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광안대교에 점등이 되면 분위기는 더욱 아찔해진다. 짙어지는 어둠과 그 사이로 반짝이는 광안대교의 모습은 처음 보는 세계에 닿은 듯 오묘하다.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한세투어 [부산 무비 앤 더 시티] www.hanseitour.com
 
 
 
글·사진=차민경 기자 cha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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