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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에 자유를 주니, 나만의 울릉도!

  • Editor. 김선주
  • 입력 2017.09.27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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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패키지여행의 이점이 크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 맘대로, 
또 손쉽게 여행하기에는 여러모로 열악한 부분이 많아서다. 
그래도 나만의 홀가분한 자유여행을 포기하는 것도 퍽이나 아쉽다. 
그래서 패키지에 자유를 줬다. ‘울릉도 패키지 자유여행’이라고 하면 될까? 
 
도동항에서 시작해 행남등대까지 이어지는 도동 해안산책로는 화산섬의 지질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연인과 부부,가족끼리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상전벽해의 울릉도
비행기 날고 크루즈선 뜰 날

10년쯤 지났겠구나, 망망대해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 울릉도를 보면서 울릉도 첫 여행을 떠올렸다. 꼬리를 무는 여러 추억에 피식 웃었다. 압권은 배멀미였다. 독도 가는 날, 파도가 높아 너 나 할 것 없이 멀미로 배 바닥에 널브러졌던 참사, 하늘 쾌청하고 파도 잔잔한 오늘은 정말 운수 좋은 날이구나 안도했다. 

가이드도 2박3일 일정 내내 날씨가 좋을 것 같다며 설렘을 부추겼다. 그새 참 많이도 변했다. 사동항 인근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울릉공항과 해군기지가 들어설 자리란다. 대형 여객선과 크루즈가 들어올 수 있는 접안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비행기가 날고 호화 크루즈선이 오가는 울릉도, 상전벽해의 풍경이 그려졌다. 2020년을 목표로 한다는데, 이곳 사정을 잘 아는 울릉도 사람들은 거기서 4~5년 뒤로 늦춰 보고 있다. 여러 면에서 울릉도에서는 육지의 계산법이 통하지 않으므로! 울릉도 일주도로도 내년이면 열린다. 1963년에 착공했으니 이게 얼마 만인가. 워낙 난공사 구간이었던 탓에 미연결 상태로 있었던 내수전-섬목 4.75km 구간이 올해 초 드디어 터널로 뚤렸다. 터널 내부 공사와 도로 정비만 마치면 되니 울릉도 일주도로 완공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울릉도를 한 바퀴 휘감아 도는 일주도로는 울릉도에 또 어떤 변화를 안겨줄 것인가, 새삼 궁금했다. 그야말로 울릉도는 대변신 중이었고 급변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울릉도 육로관광에 나섰다. 울릉도 패키지여행의 필수 코스다. A코스와 B코스로 나뉜다. A와 B에는 별 의미가 없다. 가와 나로 바꿔도 되고 이와 저로 대체해도 상관없다. 울릉도 번화가인 도동을 중심으로 A코스는 시계 방향으로, B코스는 반대 방향으로 돈다. 일주도로가 완성되지 않아 생긴 코스다. 두 코스 모두 도로의 끝까지 간 뒤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일주도로가 완공되면 A와 B는 이제 사라질지 모른다. 어느 방향으로든 그냥 주욱 일주하면 그만이므로. 그 때까지는 그 이름 그대로 불러주어야겠다.
 
코끼리를 닮은 코끼리바위가 바다위에 떠 있다
내수전 전망대 오르는 길
예림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통구미 마을의 거북 바위
봉래폭포
 
 
●그대로의 울릉도
가이드 익살도 그때랑 똑같네 

변함없는 울릉도는 그곳에 있었다. 첫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관광버스 기사가 운전하면서 가이드 역할까지 겸했다. 심지어 우스갯소리 레퍼토리도 상당 부분 겹쳤는데, 한바탕 웃고 난 뒤에 그 사실을 알게 돼 어이없어 또 한 번 웃었다.
 
첫날은 울릉도까지 오느라 고생한 점을 배려했는지 상대적으로 몸 움직일 필요가 적은 A코스부터 시작했다. 도동항에서 시작해 사동항, 통구미, 구암, 태하, 현포, 천부를 거쳐 나리분지에 닿는 코스다.
 
울릉도 기사 가이드는 유머 테스트를 하고 채용하는지 첫 여행 때 못지않게 익살스러웠다. 자기 농담에 반응이 없거나 딴소리하는 손님이 제일 싫은지, 작은 로터리에서 느닷없이 버스를 빙글빙글 회전시키면서 “대답할 때까지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놀려대며 웃었다. 그 다음부터는 대답도 척척, 웃음도 깔깔! 그렇게 버스와 기사와 손님은 하나가 됐다. 졸지에 통구미 마을 ‘거북바위’에서 보이지도 않는 거북이를 보인다고 맞장구쳐야했다.
 
‘코끼리 바위’는 울릉도 육로관광에서 만나는 바위 중 가장 유명하다. 첫 여행 때는 방파제로 나가서 코끼리 바위를 감상했는데, 다시 오니 더 좋은 포인트가 생겼다. 예림원이다. 해안가 비탈에 개인이 조성한 정원인데, 무엇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일품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입장료 4,000원이 아까웠을 듯. 들를 곳 다 들른 버스는 지그재그 비탈길을 꺾고 넘어 A코스의 종착지 나리분지에 멈췄다.
 
“육지에는 조껍데기 막걸리가 있지요, 울릉도에는 씨껍데기 술이 있으니 궁합 맞춰 꼭 맛들 보세요.” 음담패설의 경계에 닿을 듯 말 듯했지만, 씨껍데기 술 두 어 잔 마실 겨를 밖에 없어서였는지 다들 받아치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다소 시간에 쫓긴 A코스와 달리 이튿날 B코스는 여유로웠다. 대신 품은 좀 팔아야 했다. 야트막하나마 10여분 정도 산길을 올라 봉래폭포를 만났다. 가뭄을 겪은 탓인지 물줄기는 기대 이하였지만 어디 물 귀한 울릉도에서 폭포를 만나기가 쉽겠는가, 하고 의미를 부여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로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잠시 견뎌내니 호쾌한 풍광이 펼쳐졌다. 죽도와 관음도 같은 울릉도에 딸린 섬들이 해변과 항구, 하늘과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저동 촛대바위며 도동 행남등대도 쏙 들어왔다. 나중에 도동 해안산책로를 걸어 행남등대에 오르니, 이번에는 내수전 전망대가 풍경 속으로 들어왔다. 울릉도에서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풍경으로 반짝거렸다.
 
독도와 여행객들

●울릉도 자유시간 활용법  
시간이 없지 어디 할 게 없겠는가!

패키지여행의 편안함과 안락함에 무뎌질 때 쯤 자유여행의 기회가 찾아왔다. 일정표에는 ‘선택관광’이라는 이름으로 표기돼 있기도 하고 ‘자유일정’이라고도 쓰여 있다. 하나의 단체버스에서 벗어나 개별적으로 뿔뿔이 흩어질 수 있는 기회다. 선택의 여지는 넓다. 시간이 없지 어디 울릉도에서 할 게 없겠는가!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독도

예전 첫 울릉도 여행에서는 독도 입도에 실패했다. 기상 탓에 내리지 못한 채 독도 주위를 선회하다가 돌아왔다. 그 아쉬움 때문에 독도를 선택할 때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굳이 그런 아쉬움이 아니더라도 울릉도에 오는 여행객 십중팔구는 독도를 품는다. 배에 오르기 전, 태극기며 ‘독도는 한국 고유의 영토’ 등의 글귀가 적힌 수건을 사는 게 일종의 통과의례가 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독도경비대에 전달할 위문품으로 물과 휴지, 간식거리를 챙기는 풍경은 또 어떤가. 울릉도에서 뱃길로 1시간30분, 앞서 출발한 선박은 접안했는데 뒷배는 내리지 못할 수도 있는 변화무쌍한 날씨, 독도에 내린다 해도 고작 20분인 체류 시간, 그마저 제한된 공간…. 그 모든 제약과 한계는 그저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로 아무 의미가 없다.

바다가 잔잔하면 시간도 빨리 흐른다. 가수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 노랫소리가 커진다 싶더니 선장이 독도에 도착했고 접안한다고 알렸다. 20분 뒤 뱃고동이 울리면 다시 배에 오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 걸음이라도 먼저 독도에 서고 싶은 조바심이 출구 앞으로 몰려들었다. 곧이어 역사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우리나라 최동단 독도와의 만남에 여기저기서 감격의 셔터가 터졌다. 독도는! 우리땅! 김치나 스마일을 대체한 구호는 단호하고 우렁찼다. 앳된 얼굴의 독도경비대원은 인기스타였다. 이 사람 저 사람, 특히 중년 여성들이 경쟁하듯 함께 사진 찍기를 청했다. 익숙해졌는지 기꺼이 응했다. 저마다의 뭉클함과 뿌듯함이 그 작은 공간을 채웠다. 독도의 동도와 서도가 물끄러미 그 광경을 바라봤다.  
 
 
죽도에는 대나무가 많아 터널을 이룬다
여행객에게 더덕 주스를 판매하는 죽도 총각, 지금은 남편이 됐다 
 

● 죽도 총각은 장가갔어도 인기 

죽도는 울릉도에 딸린 44개의 부속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다. 대나무 숲이 우거져 죽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울릉도 사람들은 총각섬이라고도 불렀단다. 2004년인가, TV 프로그램에 죽도와 죽도에서 더덕 농사를 지으면서 홀로 살아가는 총각 이야기가 방영되고 나서부터다. 그게 계기가 돼 죽도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가 잠시 주춤했는데 요즘 다시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2년 전 그 죽도총각이 46세 나이에 결혼에 성공하면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죽도 거주 인구가 한 명 늘어난 셈이다. ‘죽도부부’를 만나러 가는 이들도 꽤 많은 모양이다.

도동항에서 15분 만에 닿았으니 멀지는 않다. 죽도총각을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원형계단 365개를 밟아야한다. 누구는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인생을 되짚어 볼 기회라고도 했는데, 스무 계단도 올라가지 못하고 세다 까먹었다. 계단을 오르고 대숲 터널을 지나니 죽도부부가 사는 집이 나왔다.
 
예상 밖의 크기와 화려함에 부러움이 일었다. 이 큰 섬을 독차지하니 얼마나 좋을까. 마침 부인은 치과에 다니러 울릉도로 나갔고 죽도총각으로 불렸던 아저씨가 더덕주스로 관광객들을 맞고 있었다. TV에서 봤다며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죽도부부에 대한 부러움은 타당했다. 울릉도를 바라보는 그 아름다운 경치, 낭만적인 대나무 터널, 대나무만큼 많은 소나무들…. 섬을 도는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나니 그 부러움이 더 커졌다. 스쳐 지나치는 뜨내기 여행자의 설익은 부러움이었겠지. 
 
죽도 산책로

성인봉 오르는 길은 원시림의 매력이 크다
성인봉 정상 표지석
 
●울릉도 최고봉의 자태

숙소인 울릉관광호텔이 성인봉 등산로 초입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옳거니 했다. 해발고도 986m로 울릉도 최고봉이다. 산림청이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로도 뽑았다. 그러잖아도 벼르고 있던 참에 숙소 위치까지 도와주니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여러 가지 등산 코스 중 이곳 코스는 편도 2.8km의 최단거리인 안평전 코스였다. 원점회귀 코스로 넉넉잡아도 4시간이면 가능하다. 마침 육지로 돌아가는 배 출발시각까지 4시간 여유! 못 오를 산도 없지만 만만한 산도 없는 법인 것을, 너무 무모하게 올랐다. 최대 난코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최단 코스의 함정이다. 70~80도는 될 법한 가파른 경사길이 처음부터 이어졌다. 너무 가팔라 등반길은 계속 지그재그를 반복했다. 이러다가 배를 놓치면 낭패인데…. 무려 한 시간을 경사길과 싸웠다. 중도 포기의 유혹이 임계수준에까지 올랐을 때 능선 길에 다다랐다. 능선 길은 쉽다. 성인봉까지 40분 만에 주파! 쫓기듯 정상을 찾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성인봉 풍경은 하산하면서 천천히 마주했다. 원시림의 아늑함, 고사리 숲의 싱그러움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그 꽃들….    
 
 
 
● Food  
자유일정을 이용해 들를 만한 식당도 많다. ‘신비섬 식당’은 물회로 유명하다. 이곳을 다녀 간 수많은 연예인 사진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전복물회가 인기 메뉴다. 생선회, 해삼, 멍게, 뿔소라, 전복, 야채가 그릇을 가득 채운다. 2만원. 054-791-4460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한국드림관광 [신비의 섬 울릉도] www.koreadreamtour.co.kr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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