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지구별의 화양연화를 만나다
[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지구별의 화양연화를 만나다
  • 트래비
  • 승인 2017.09.28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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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지된 곳, 캄보디아에서야 비로소 오늘을 사는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확신은 종이에 발묵(發墨)되듯 몸과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의 하늘처럼 낮게 구름이 드리워진 하늘을 본 적이 없다. 신과 가까이에 있다는 증거일까 
어떤 것으로도 담을 수 없는 아이의 미소 
일일 선생님 바람개비서포터즈와 캄보디아 아이들의 ‘함께 놀이’ 시간 
 

한 남자가 석조 건물의 구멍에 대고 자신의 비밀을 읊조리며 쓸쓸하게 사라진다. 내 인생의 수작으로 꼽는 영화 <화양연화>의 엔딩장면이다. 남자 주인공 양조위가 놓쳐 버린 사랑의 아쉬움을 봉인하기 위해 찾은 곳, 캄보디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곳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는 앙코르와트의 거대 사원과 심장도 녹여 버릴 만큼 잔인한 더위, 아이들이 길거리를 신발도 없이 뛰어다니는 먼지 폴폴 나는 곳. 캄보디아는 내게 딱 그만큼의 이미지로만 떠오르는 곳이었다. 캄보디아로의 첫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부끄럽지만, 해외로 봉사를 가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지인 몇몇이 삼삼오오 떠나는 여행에 익숙한 까닭에 나이 터울이 꽤 있는 낯선 이들과의 동행은 스스로가 방관자이자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15인의 청춘 ‘바람개비서포터즈’를 만나는 순간, 나 스스로가 얼마나 오버의 정점을 찍었는지 혼자 머쓱해졌다. 자발적으로 하나투어와 아동자립지원단이 함께하는 ‘지구별 여행학교’의 문을 두드린 ‘바람개비서포터즈’는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 보호아동의 자립 멘토로 활동하는 청년들이다. 첫 만남부터 그들은 스스럼없었고 긍정적이었으며 내가 보아 온 어떤 청년들보다도 충실했고 듬직해 보였다. ‘연식’만 더해진 내가 이들을 만나게 된 건 어쩌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쓸모’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던 시점, 낯선 이들과 한 팀이 되어 낯선 곳을 향한다는 것, 이미 가슴에 ‘희망’을 품고 시작한 출발이다. 
 
 
동양 최대 담수호이자 베트남전쟁 당시 이주해 온 난민들의 삶의 터전, 톤레삽 호수  

희망의 증거, 15인의 ‘바람개비서포터즈’ 

청년들에게 이번 여행은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하루 1번,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밥퍼’ 급식사업에 일손을 보태고 아이들과 어우러져 ‘함께 놀이’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최일도 목사님의 ‘밥퍼’ 운동으로 유명한 다일공동체는 2005년부터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톤레삽 수상가옥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에게 매일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한 번에 400여 명이 넘는 아이들의 식사를, 그것도 주먹밥이나 한 그릇 요리가 아닌 한 식판에 3~4가지가 넘는 반찬을 매일 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 

밥은 하루에 딱 한 번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캄보디아 아이들은 다일공동체가 제공하는 무료식사 한 끼를 먹기 위해 2~3시간의 거리를 걸어서 온다. 아이들은 무더운 날씨에 그 먼 거리를 걸어오느라 얼굴은 검게 타 있었고 손발은 먼지로 새카맣다 못해 검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날 하루, 겨우 반나절 봉사활동만으로 내 몰골 역시 말도 아닌데, 이 아이들은 오죽했을까? 그리고 또 아이들은 배식 받은 식사를 남기거나 온전히 싸 들고 다시 먼 길을 걸어 가져가기도 한다. 아파서, 어려서 오지 못한 가족을 위해. 

그럼에도 캄보디아의 아이들은 언제나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참기 힘든 배고픔에 서둘러 수저를 입에 대는 대신 두 손을 모아 감사의 말을 먼저 꺼낸다. “어꾼 찌란(고맙습니다).” 순수의 힘이 가장 강력함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그 아이들에게 바람개비서포터즈는 서슴없이 두 팔을 힘껏 벌리고 가슴으로 꼭 안아 주는 언니가 되고 목마를 태워 주는 형이 되었다. 마치 어제도 만난 오빠 언니처럼, 맨발에 난 상처를 보듬어 주고 어디든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거침없이 솔직하게 마음 가는 대로 소통하는 모습, 팔뚝에 올라오는 소름을 아무도 모르게 쓸어내렸다.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위해 공부를 잠시 멈췄거나 회사에 휴가서를 쓰고 3박 5일의 짬을 내어 이번 희망여행에 동승한 청년들. 타인이 건네는 ‘순수’를 받은 기억을 간직한 채 그 마음을 오랜 시간 농축시켜 다시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내주는 그들의 마음씀씀이가 깊고 넓다. 내가 아파야 비로소 보이는 사람이라는 기둥! 내 주머니에서 내준 것만 기억하는 셈을 하던 우리에게 서포터즈의 활동은 진정한 ‘기브앤드테이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바람개비서포터즈가 만든 바람이 전파력 강한 바이러스가 되어 이곳의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뿌리내릴 것이다. 마치 내게 그랬던 것처럼.
 
하루 중 아이들이 먹는 유일한 ‘한 끼 식사’ 밥퍼 급식에 바람개비서포터즈가 함께했다

나의 쓸모를 발견하는 순간

봉사 일정 후에 프놈꿀렌, 톤레삽 호수를 탐방해 현지의 문화를 체험한 뒤 이어 방문한 앙코르와트 사원에서야 비로소 일정 내내 궁금하던 의구심이 한순간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왜 캄보디아인가’. 신이 만든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천년의 신비를 가진, 거대하고 웅장한 규모의 사원은 압도당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알지 못하던 지난 시간이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 오롯이 현재를 살아가는 힘을 가진 곳. 내가 어찌해 볼 도리 없는 과거에 휘둘리는 대신 현재에서 출발이 가능한 곳, 그곳이 캄보디아다.  

시간이 정지된 곳, 캄보디아에서야 비로소 오늘을 사는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확신은 온몸과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생각을 잠시 접어 두고 나를 열고 나의 ‘쓸모’를 찾아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엔 나의 쓸모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삶은 다시 시작된다. 

‘바람개비서포터즈’와 함께 출발하고 함께 떠나왔지만 마음으로는 도착선 제일 앞에서 그들을 환영하고 싶어졌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 속 유명한 고백 장면처럼 커다란 피켓을 들고 15인의 청춘, 바람개비서포터즈에게 고백하고 싶다. 

“당신들 참 멋있어”라고. 

덥고 낙후되어서 내내 불편함이 느껴지던 캄보디아는 내 여행 기록 중에 가장 떠나오기 싫은 곳이 되었다. 캄보디아를 떠나온 순간부터 ‘앓이’가 시작된다.  

*지구별 여행학교는 하나투어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 희망여행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번 희망여행에서는 ‘바람개비서포터즈’ 15명이 참가해 2017년 8월5일부터 9일까지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자연·문화체험과 더불어 현지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하나투어 및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이 주최하고 하나투어문화재단이 주관, 다일공동체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글 한서연(더시드컴퍼니 대표) 사진제공 하나투어문화재단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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