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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취향을 저격할 밖에, 태국 후아힌

  • Editor. 정은주
  • 입력 2017.09.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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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의 ‘특별한’ 취향 저격 여행
태국 중부 지역의 유래 깊은 도시 후아힌에는 그야말로 여자들을 위한 진수성찬이 가득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깃든 아름다운 명소들과 신나게 놀기 좋은 테마파크, 흥미진진한 야시장에 더해 멋진 숙소와 한 끼도 똑같지 않았던 다양한 음식들까지! 이 원정기는 순전히 여자들의 코드에 맞춘 취향 저격 여행 보고서다. 
 
유럽식과 중국, 태국 양식이 고루 섞인 라마 4세 여름 별궁

후아힌 Hua Hin
왕실 휴양지 너머, 진짜 후아힌을 만나다

‘태국 왕실의 휴양지’, ‘방콕 근교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해변과 리조트’. 보통 후아힌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진짜 후아힌의 모습은 이 너머에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샘솟는 옛 기차역과 땀 흘린 보람을 느끼게 하는 사원, 크게 붐비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테마파크, 여행자의 지갑을 탐하는 신선한 감각으로 무장한 마켓…. 몰랐던 후아힌의 숨은 매력이 쉼 없이 이어졌다. 
 
후아힌역에 있는 로열 웨이팅 룸. 라마6세가 왕실 사람들을 위해 건립한 VIP대기실이다
붉은색 지붕과 기둥이 도드라지는 후아힌역

●아날로그 감성을 품은 옛 기차역

후아힌 여행의 관문 격인 후아힌역(Hua Hin Railway Station)은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 가운데 하나다. 방콕에서 남부 지역으로 통하는 열차는 모두 이 역을 거친다. 1911년 처음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후아힌역에서는 열차가 오고 가고, 사람이 내리고 타고, 물건이 오르내리는 풍경이 재생 반복 버튼을 누른 것마냥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녹슨 철로를 따라 지나간 시간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랜 역사 이외에도 후아힌역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태국 전통 양식이 배인 아름다운 건물 때문이다. 붉은색 지붕과 기둥이 도드라지는 작고 아담한 역 건물은 진갈색 침목과 어우러져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역사 바로 옆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건물이 하나 더 있는데, 1920년대 라마 6세가 이곳에 여름 별궁을 지을 때 만든 로열 웨이팅 룸이다. 후아힌에 왕실 휴양지를 세우면서 기차를 이용해 오가는 왕실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VIP 대기실인 셈. 비록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세상 어느 기차역이 이처럼 고급스럽게 꾸며진 대기실을 갖고 있을까 싶다.  

후아힌역의 서정적인 풍경을 완성하는 건 사람들이다. 한가롭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한 이곳엔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누구 하나 바쁜 기색이 없다. 시간이 이대로 멈춰 버린다 해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여행자들만이 플랫폼을 넘나들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느라 바쁠 뿐이다. 기차역이든 철로 위든 카메라를 갖다 대는 곳마다 감성 넘치는 컷을 얻을 수 있으니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느낌을 카메라에 담느라 기차역 곳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다 같이 인생사진 한 장씩은 건졌다. 
 
TIP
방콕에서 후아힌까지 기차를 이용하면 약 3시간 30분~4시간 정도 소요된다. 후아힌과 감성적인 첫 만남을 기대하는 여행자라도 태국의 기차는 지연이나 연착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인내심을 갖고 탑승하기를 권한다. 
 
후아힌역
주소: Phra Pokklao Road, Hua Hin Subdistrict, Hua Hin District, Prachuap Khiri Khan
 
 
 
▶Hua Hin  Cafe Tour

기찻길 옆 카페 투어
플랫폼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후아힌 커피 스테이션(Hua Hin Coffee Station)은 기차를 콘셉트로 꾸민 작은 카페다. 한 쪽에 후아힌역 풍경이 담긴 엽서와 재미난 스탬프들이 놓여 있어 여행 중에 편지를 쓰거나 다이어리를 꾸미기 좋다. 엽서와 함께 우표를 구입하면 국제 우편 배송도 가능하다. 엽서와 우표 각각 20B*씩. 

역 맞은편에는 폐열차를 활용한 작은 도서관 겸 북 카페가 있다. 옛 기차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가 소박하고 정겹다. 과거로 훌쩍 넘어간 기분이 이럴까. 이곳에선 선명한 컬러보다는 연한 흑백사진이 잘 어울린다. 기관차를 배경에 넣어 찍어도 멋지고 기차 안에서 찍어도 근사하게 나온다. 
 

*이 기사에서는 태국 화폐 ‘바트(Baht)’를 ‘B’로 표기하기로 한다. 2017년 9월 기준 현재 환율은 10B에 약 340원 정도 된다.
 
라마 6세 왕실 여름 별궁에서 꽃반지 끼고 찰칵
치유와 힐링의 공간, 라마 6세 왕실 여름 별궁
 
 
●시간도 쉬었다 가는 치유의 공간

왕실 휴양지답게 후아힌에는 옛 왕들이 지은 여름 별궁이 여럿 들어서 있다. 왕족들이 방콕의 불볕더위를 피해 휴양을 즐기던 그곳은 이제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후아힌역에 로열 웨이팅 룸을 만들었던 라마 6세는 1923년 바닷가 근처에 아름다운 여름 별궁을 지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가 방콕에서 가깝고도 공기가 좋은 이곳에 지은, 이른바 라마 6세 왕실 여름 별궁(Maruekhathaiyawan Palace)이다. 그래서인지 여느 궁전들과는 달리 건물도 화려한 느낌보다 단정하고 평온한 분위기다. 태국 전통식과 유럽식 건축양식이 혼합된 건물은 온전히 ‘쉼’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인다. 길게 이어진 회랑 끝에 잔잔하게 파도치는 옥빛 바다가 안긴다. 왕궁 주변은 푸릇한 잔디와 우거진 수목들이 감싸고 있어 눈 닿는 곳마다 싱그러운 기운이 흐른다. 시간도 잠시 쉬었다 가는 듯 모든 순간이 여유롭고 한가롭다.

아쉽게도 여름 별장은 올해부터 7년간 보수 공사에 들어가 궁전 내부 관람은 제한된다. 그럼에도 이곳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라마 6세가 공들여 만든 치유의 공간에 잠시 머물러만 가도 힐링 에너지가 샘솟는다.
 
TIP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 차림은 입장이 금지된다. 입구에서 약간의 기부금을 내고 싸롱(태국식 긴 치마)을 빌릴 수 있다. 
 
라마 6세 왕실 여름 별궁
주소: T1281 Phetkasem Road, King Rama VI Army Camp, Cha-am, Cha-am District, Phetchaburi 76120, Thailand   
오픈: 월, 화, 목~일요일 08:30~16:30(수요일 휴무)  
입장료: 어른 30B, 어린이 15B 
전화: +66 32 508 443 
홈페이지: www.mrigadayavan.or.th 
 
 
까오 따끼엡 언덕 위에 세워진 새하얀 사원
후아힌 시내와 바다 전망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 앞에서 

후아힌 최고의 경치를 만나기 위해선 언덕 정상까지 이어진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마와 콧등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즈음 언덕 꼭대기에 세워진 새하얀 사원 앞에 닿는다. 까오 따끼엡(Khao Takiap), 후아힌 시내와 푸른 바다를 한눈에 조망하는 전망 좋은 언덕이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뒤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튀어나왔다. 땀 흘리며 올라온 수고로움을 단번에 보상해 주는 순간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노라마 풍경에 원정대원 모두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연신 감탄사를 쏟아 냈다. 

언덕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후아힌 시내는 푸른 숲과 높고 낮은 건물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도시와 맞닿아 있는 후아힌 해변이 자연미를 물씬 더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란 바로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이었던가.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전혀 질리지가 않는다. 여운이 길게 남은 그곳, 돌아서는 발걸음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PROLOGUE
지난 5월 말 태국 원정대는 중부팀, 북부팀 각각 3명씩 2팀으로 나뉘어 <트래비>와 함께 취재여행을 떠났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두 팀의 성격과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중부팀은 여리여리했습니다. 꽃을 사랑하거나 우아하거나, 향긋한 커피 향에 한없이 감성에 젖곤 했죠. 천생 여女행자를 모집한다는 애초 원정대의 성격에 매우 부합하는 팀이었습니다. 반면 북부팀은 으리으리했다고나 할까요. 난데없이 코끼리의 이름을 부르거나 어깨춤을 추고, 동네 할아버지들이 갖고 있을 만한 <특급퍼즐>을 풀곤 했습니다. 활기 넘치는 신비의 조합이었습니다.
다만 설레는 여심만은, 모두의 것이었습니다. 푸짐한 음식과 세련된 리조트에 연달아 감탄사를 쏟아 내고, 하늘이 발갛게 물드는 해 질 녘이면 본능이다시피 말을 잃었으니까요.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않겠습니다.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여행자들의 스토리는 바로 다음 장으로 이어집니다. 여女 혹은 행幸. 어느 글자가 더 커 보이냐는 철저히 보는 이의 성향이라 믿습니다.  
 
 
 
태국 원정대 중부팀
여행기간: 5월24~30일
여행지역: 태국 후아힌, 방콕 주변 도시
완벽히 여자들로만 구성된 여행이었다. 기자부터 사진가, 원정대원, 동행한 태국관광청 관계자까지 모두 여자인 진짜배기 여자 여행.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무더운 날씨와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밤늦게까지 이어진 일정에 지치고 힘들기도 했지만 누구 하나 얼굴 찡그리는 일이 없었다. 태국의 명소들을 거닐며 함께 추억을 나눴고 아름다운 숙소에 다 같이 열광했으며 입에 쫙쫙 달라붙는 음식 앞에선 한 목소리로 찬사를 보내며 접시를 싹싹 비워 냈다. 처음 만난 이들과 5박 7일간 동고동락하며 지낸 시간이 짧고도 길었다. 모두에게, 컵쿤 카(감사합니다)! 
 

“그립고도 아쉬운 만남”- 임소정
‘여女행자’들의 여행이라는 취지에 맞게 호텔, 즐길 거리, 여행지 등 모든 게 여자들의 입맞에 딱 맞는 여행이었다. 여럿이서 함께하는 여행이 오랜만이라 출발부터 설레었고, 모든 걸 함께하며 즐거움을 배로 나눌 수 있어서 더욱 좋은 여행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만남의 끝은 늘 그립고 아쉽다.
 
“최고의 팀워크”- 최아름
최정예 여성 군단들은 솟아오르는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고 넘치는 열정을 고스란히 품에 껴안았다. 감탄은 거침없이 내뱉고, 피곤함은 외면하며 서로의 리듬을 채워 줬던 완벽했던 조합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또 한 번 태국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곳을, 이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매 순간이 꿀팁으로 남은 여행”- 최지원
그 어떤 여행보다도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했던 5박 7일. 모든 일정을 재밌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태국’이라는 나라의 끝없는 매력, 그것을 ‘여행’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나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행지에서는 몰랐지만 막상 돌아와 보니 매 순간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꿀팁으로 남았다.  
 
 
 
글 정은주, 태국 원정대 중부팀  사진 장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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