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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아니면 백, 치앙라이 화이트 템플 & 블랙 하우스

  • Editor. 손예진
  • 입력 2017.09.28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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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 Chiang Rai
흑과 백, 대조의 묘미

하얗거나 까맣거나, 둘 중 하나에 이끌릴 것이다.
지금 당신을 둘러싼 세계에 따라.
 
몽환적인 자태의 왓롱쿤. 작가의 뜻을 하나하나 되짚으면 짚을수록 재미있다

●불교에 대한 유쾌한 통찰

태국의 겨울왕국인가. 이 백색 사원은 지금껏 본 그 어느 사원과도 다르다. 사원 입구에 있는 괴이한 장식들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 수백 개의 손이 바닥으로부터 위를 향하고 있는데, 이는 지옥 속의 고통을 의미한단다. 그렇다면 이 새하얀 왕국은 정녕 지옥이란 말인가?

다행히 사원에는 천국으로 향하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 ‘화이트 템플(White Temple)’이라 불리는 왓롱쿤(Wat Rong Khun)은 지어진 지 약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현대식 사원으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길을 형상화했다. 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여기는 게 이해가 더 빠르겠다.
 
태국 유명 아티스트인 찰름차이 코싯피팟(Chalermchai Kositpipat)이 자신의 불교적 해석에 근거해 설계했으니 말이다. 사당과 갤러리 및 승려를 위한 공간 등을 포함해 총 9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를 지나 사당 안으로 들어서니 황금색 부처님과 승려의 동상들이 죽 늘어서 있다. 여기까진 다른 사원들과 별다를 바가 없구나 싶은데, 뒤를 돌아보니 왓롱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한 벽면 가득 그려진 벽화에는 터미네이터와 마이클 잭슨, 키티와 배트맨 등 사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었다. 테러나 핵전쟁을 암시하는 그림도 있고, 휴대폰 등 기계문명이 진화하는 것을 표현한 부분도 보인다.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슈퍼 히어로와 같은 구세주를 기다리는 작가의 마음일까. 예상치 못한 그림 앞에서 한참 동안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했다.

왓롱쿤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통한다. 앞문으로 들어와 사당을 거쳐 뒷문으로 빠져 나오는 길이 유일하며,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 뒷문으로 향하는데, 하얀 사원의 기둥과 벽 지붕 장식들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비로소 천국이다. 왓롱쿤의 불교는 지금껏 접한 그 어떤 불교보다도 유쾌했다.
 
왓롱쿤 화이트 템플
주소: San Sai, Mueang Chiang Rai District, 57000 Thailand
전화: +66 53 673 579 
홈페이지: watrongkhun.org
 
 
 
안팎으로 어두운 기운으로 가득하지만 그 일관성이 반담의 포인트다
집집마다 다른 모양을 살피는 것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어둠은 어느새 단비가 되어

왓롱쿤이 흰 색 사원이라면 반담(Baan Dam)은 ‘검은 집(Black House)’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반담의 주인이 왓롱쿤을 만든 찰름차이 코싯피팟의 친구라는 것. 치앙라이 출신 예술가인 타완 두차니(Thawau Duchanee, 1939~ 2014년)는 초기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점점 그 독창성을 인정받아 2001년 태국 국민 화가로 지정될 만큼 유명세를 탔다. 언젠가 벨기에의 왕이 백지수표를 주고 그의 작품을 구입해 갈 정도였다니, 그는 엄청난 재력의 소유자였을 테다.
 
그의 집, 반담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웅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약 5만 평방미터 정도의 땅에 세워진 반담은 3년 전쯤 타완 두차니가 죽은 후 대중에게 공개됐다. 왓롱쿤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어둠의 집. 사원을 닮은 크고 작은 집 35채가 자리하고 있지만, 사원이 아니기에 복장 제한은 없다. 

메인 건물로 들어가니 어디부터 시선을 두어야 할지 난감할 정도였다. 물소의 뿔로 된 등받이가 달린 의자, 코끼리들이 실어 나른 것만 같은 길고 묵직한 테이블, 곳곳에 자리 잡은 동물의 뼈와 가죽 등 다소 스산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한편에 놓인 캔버스에는 흰 수염이 수북하게 난 작가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 타완 두차니의 얼굴을 마주하고서는 이 공간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했다. 그는 아마 인간에 잠재된 어둠을 깊게 탐구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개념 또한 반영됐을 거라 짐작했다. 동물의 뼈와 가죽, 뿔, 돌, 나무 조각 등 과거의 죽은 것들은 그의 손을 거쳐 지금 현재의 시공간에 머무르고 있었다.

반담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어두컴컴한 외딴 세계라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나는 반담이 참 좋더라. 진정한 ‘나’의 색깔을 찾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겪고 있기에. 모든 건 자신의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법이니까.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한창 고민 중이던 내게 반담은 그러므로, 아주 적기에 내린 단비와 같았다.  
 
반담 블랙 하우스 뮤지엄
주소: 414 Moo 13 Nanglae, Muang, Chiang Rai, 57100 Thailand
오픈: 매일 09:00~17:00(점심시간 12:00~01:00)
입장료 80B 
전화: +66 53 776 333
홈페이지: thawan-duchanee.com
 
 
▶예진’S  PICK
그랜드 비스타 호텔 치앙라이
Grand Vista Hotel Chiang Rai

치앙라이 시티와는 3km 떨어져 있다. 호텔 근처에 대형마트인 빅씨(Big C) 몰과 건너편에 센트럴 페스티벌 몰이 있어 편리하다. 객실이나 서비스가 아주 특별하진 않지만, 치앙라이에서 깔끔하고 현대적인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호텔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각 층마다 두 개 이상의 공동 테라스가 있다. 도마뱀을 조심할 것.
주소: 185 Moo 25, Tambon Robwiang, Amphoe Muang, Chiang Rai 57000, Thailand
전화: +66 53 746 053
홈페이지: www.grandvistachiangrai.com
 
글 손예진
 

글 김예지 기자, 태국 원정대 북부팀(김솔희,남지영,손예진)  사진 유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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