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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에는 녹차밭, 치앙라이에는?

  • Editor. 남지영
  • 입력 2017.09.2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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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마음

마음에도 색깔이 있다면 
사람을 향한 마음은 초록색이 아닐까.
 
치앙라이의 도이 메살롱에는 예상치 못한 태국의 초록색이 펼쳐졌다
딱 1주일 정도만 살아 봤으면 하는, 산 중턱의 도이 메살롱
켜켜이 계단 모양의 차밭에서 이날따라 어찌나 신이 나던지
 
●무념무상, 녹색의 자유

“우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풍경에 감탄이 먼저 터져 나왔다. 계단 모양으로 착착, 푸른 밭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이상적인 기후와 토양으로 차 재배지에 탁월한 조건을 자랑하는 추이퐁(Choui Fong)은 1977년에 만들어졌다. 주로 중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차를 재배하며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밭 한 편에는 녹차 음료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추이퐁 티(Choui Fong Tea)가 있다. 주문한 녹차 프라푸치노 한 잔을 빨대로 죽 들이키니 그 진하고 시원한 맛에 습도 지수가 훅 낮아지는 듯하다. 이번엔 카페 공간과 연결된 기프트 숍으로 갔다. 우롱차만 세 종류, 그 외에 다양한 종류의 차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평소 차를 좋아하는 엄마가 떠올라 그녀와 어울릴 만한 우롱차를 하나 골라 담았다. 꽃이 그려진 분홍색 패키지의 소녀 같은 차.

추이퐁에서 다시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좀 더 올랐다. 미얀마 국경과 맞닿은 또 다른 차 재배지, 도이 메살롱(Doi Mae Salong)이 등장했다. 도이 메살롱은 왕족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60여 년 전 중국의 국공 내전*에 참전했던 중국군의 일부가 이곳에 넘어와 살고 있었고, 이를 본 태국 수상과 왕은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마을을 조성했다. 추이퐁이 정돈된 느낌이었다면, 도이 메살롱은 보다 자연에 가까웠다. 초록색 밭과 정말 하늘색인 하늘, 새하얀 구름이 겹겹이 펼쳐졌다. 

이날 햇빛이 어찌나 유난히도 듬뿍 들던지. 푸릇한 밭과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에 그만 정신을 홀딱 빼앗겼다. 일말의 걱정이나 여느 잡생각도 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차 밭을 마구 뛰어다니는 사진과 영상이 그 증거다.

*중국 국공 내전│1927~1950년에 걸쳐 일어난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의 전쟁이다. 공산당을 주도했던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면서 공산당의 승리로 끝났다. 도이 메살롱으로 넘어온 이들은 전쟁에서 패한 국민당군의 일부였다.
 
추이퐁 티
주소: 97 Moo 8 Pasang, Maechan, Chiang Rai 57110, Thailand
전화: +66 53 771 563
홈페이지: www.chouifongtea.com
 
 
도이퉁의 정원은 꽃과 나무로 잘 가꾸어져 있다
 
 
●온기 어린 마을을 짓다
 
미얀마, 라오스와 국경이 닿아 있는 치앙라이. 그 가장 북쪽의 끝에는 차와 마카다미아 재배지로 유명한 도이퉁(Doi Tung)이 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에는 주로 미얀마와 중국에서 건너온 소수 부족들이 신분도 없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나무를 베거나 마약을 재배했고 여성의 경우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했다. 1987년 처음 이곳을 방문해 이를 알게 된 라마 9세(Bhumibol Adulyadej, 1927~2016년)*의 어머니, 스리나가린드라(Srinagarindra, 1900~1995년)는 도이퉁을 살리기로 마음먹었다.

도이퉁 박물관에 가면 프로젝트 일련의 과정을 볼 수 있다. 라마 9세와 그의 가족, 당시 상황을 보여 주는 사진들과 설명, 아편 재배에 사용된 파이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스리나가린드라는 이곳에 마을을 형성해 커피와 차 재배지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서민 출신이었던 그녀는 서민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는데, 박물관에서 발견한 문장에서 그녀의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졌다.
 
“사람들이 스스로 도울 수 있도록 도울 것(Help people to help themselves).”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하게 할 수 있을까(How can we help human and nature coexist?)” 사진 속 곱게만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존경심이 더해졌다.

박물관에서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스리나가린드라가 생전에 실제로 머물렀던 로열 빌라Royal Villa를 볼 수 있다. 내부에는 그녀가 사용했던 물건들과 방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화려하다기보다는 소박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그녀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빌라의 포인트는 단연 테라스였다. 흐린 날이었음에도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이 바깥 풍경이라면, 맑은 날엔 얼마나 더 멋질까 싶었다. 수수한 그녀였다지만, 이 짙은 초록의 풍경만은 로열패밀리에 걸맞는 소장품이었다. 

*라마 9세│본명은 푸미폰 아둔야뎃(Phumiphon Adunyadet). 1946년부터 무려 70년을 재위했고, 지난 해 10월 서거했다.
 
도이퉁
주소: Mae Fa Luang, Mae Fa Luang District, Chiang Rai 57240, Thailand
오픈: 매일 07:30~17:30
전화: +66 53 767 015 
홈페이지: www.doitung.org
 
 
▶지영’S  PICK
아카족 마을

도이 메살롱에는 태국의 고산족인 아카족의 마을이 있다. 마을 중심에 건과일, 수공예품, 고산족 옷, 장신구 등을 파는 소소한 동네 시장이 있고 길을 가다 보면 고산족 전통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가 다 빠져 숭숭한 입으로 짓는 할머니의 미소에 나도 덩달아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글 남지영

글 김예지 기자, 태국 원정대 북부팀(김솔희,남지영,손예진)  사진 유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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