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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여행자의 특별한 융프라우 기억법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7.11.0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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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가득한 메인 거리보다 한적한 산책길이 좋았다.
아무도 없는 트레킹 코스를 터벅터벅 내려오고, 캄캄한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굳이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일주일. 
 
라우터브룬넨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두 손을 꼭 잡고 길을 걷는 노부부
 
Travel like a Local 
일상을 여행하는 재미
 
아침 햇살을 받으며 아레강(Aare River)을 걷고, 한 세기를 훌쩍 넘게 자리를 버텨 온 샬레(Chalet·스위스식 작은 주택) 옆 공원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를 부리는 건 어떤 기분일까. 때로는 따가운 햇살 아래서 미니골프를 즐기고, 마트에 들러 화이트와인과 치즈를 구입해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것까지. 관광객이 아닌 스위스 사람처럼 여행하는 재미가 궁금했다.
 
독자들은 아레강을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을 보고 한동안 근처를 떠나지 못했다
한가로운 운터젠의 거리. 조용하고 여유롭게 인터라켄의 구시가지를 느낄 수 있다
 
●Interlaken & Schnige Platte
인터라켄 & 쉬니케 플라테
 
한때는 찬란했던 그곳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한 인터라켄 회에벡(Honeweg)거리. 융프라우 여행의 중심이자 유명한 레스토랑이며 호텔, 명소 등이 모여 있는 곳, 바로 인터라켄(Interlaken)이다. 빙하가 녹아 내려온 튠(Thun) 호수와 브리엔츠(Brienz) 호수 사이에 있어서 ‘호수 사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 인터라켄은 융프라우 여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묀히Monch, 아이거(Eiger), 융프라우(Jungfrau)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에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일 테다.

융프라우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회에벡 거리를 걸었다. 큰 나무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아레강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다시 빗속으로 걷기를 반복하면서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알려진 회에마테 공원(Hohe-Matte)과 카지노 쿠어잘(Casino Kursaal)도 기웃거렸다. 그리고 이내 방향을 틀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메인 로드가 아닌 아레강 건너편을 향해 걸어 보기로 했다.

카지노 쿠어잘 내부로 들어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자 한적한 산책로가 나왔다. 강을 따라 이어져 있는 산책로는 메인 로드와 다르게 고요했다. 상가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회에벡 거리는 새삼 낯설기까지 했다. 투명한 강 위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마저 여유로워 보였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한참을 머물렀다. 천천히 다시 발길을 돌려 걷기 시작하니 어느덧 구시가지인 운터젠(Unterseen)에 닿았다.

운터젠은 인터라켄의 구시가지. 13세기에 지어진 교회와 구 시청, 융프라우 지역 관광 박물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한때 인터라켄의 행정을 담당하기도 했다. 운터젠 시청 광장에서는 유럽의 중세 건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은 14세기, 15세기에 큰 화재로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된 상태다. 지금은 레스토랑과 갤러리, 오버랜드 오스트(Oberland Ost)의 등기소로 운영되고 있다. 13세기에 지어진 건물뿐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최근에 지어진 듯한 레스토랑이며 상점들도 쉽게 볼 수 있는데, 기존 건물들과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화롭다. 도시 전체의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구시가지의 건물 모습과 유사하게 지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적해진 운터젠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스위스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다. 
 
▶Stay
접근성·가격 모두 만족
스위스 유스 호스텔(Swiss Youth Hostel)

융프라우 철도를 탑승하는 여행객에게는 더 없이 좋은 위치에 자리한 유스호스텔. 융프라우 철도의 시작 지점인 인터라켄 오스트(Interlaken Ost)역에서 도보로 5분 내에 위치해 있어서 많은 여행객들이 선호한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인터라켄 여행객들에게는 입소문 난 곳. 6인실 도미토리부터 샤워실, 발코니를 겸비한 더블룸까지 있다. 샤워실·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6인실 도미토리 기준, 조식 포함 35.5CHF(스위스프랑), 샤워실과 화장실, 발코니까지 갖춘 더블룸은 130CHF이다.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고, 체크아웃 후 무료로 짐 보관이 가능하다. 체크인 데스크에서 10CHF을 보증금으로 지불하면 변환 플러그를 대여해 준다. 반납시 보증금은 돌려받는다.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주소: Am Bahnhof Ost, Untere Bonigstrasse 3a CH-3800 Interlaken, Switzerland
전화: +41 33 826 1090
홈페이지: www.youthhostel.ch/interlaken
 
발 아래로 호수와 산길을 지나는 기차를 볼 수 있는 쉬니케 플라테. 출발역에서 내리던 비는 쉬니케 플라테 정상에 오르면서 눈으로 바뀌었다

허락된 시간에만 오를 수 있는 산

푸른 초원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알펜호른(Alpenhorn)을 연주하는 사람들. 쉬니케 플라테(Schnige Platte)에 대한 이미지였다. 야생화가 만발한 알파인 가든(Botanical Alpine Garden)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밀의 화원,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곳. 푸른 초원을 기대하며 천천히 길을 나섰다. 1년 중 쉬니케 플라테를 오를 수 있는 시즌은 보통 5월부터 10월. 열차를 비롯해 레스토랑과 호텔도 시즌에만 운영한다. 스위스 국화인 에델바이스가 가장 만발하는 시기는 7~8월로 우리가 다녀온 9월 말은 시즌 막바지로 볼 수 있다.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 기차를 탑승하고, 5분 후 도착한 빌더스빌(Wilderswil)역에서 쉬니케 플라테로 향하는 전용 산악열차로 갈아탔다. 쉬니케 플라테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산악열차의 철로는 톱니바퀴 모양이다. 비탈진 산길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다. 3량의 노란 열차는 쉬니케 플라테까지 52분을 달린다. 지금 우리가 탄 전동기차로 바뀐 지는 약 80년. 내년이면 빌더스빌에서 쉬니케 플라테까지 이동하는 산악열차의 창립 125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열차와 관련된 전시도 준비 중이다.  

산악열차는 다른 열차들과 비교해 천천히 이동한다. 하나의 철로를 이용해 오르고 내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올라갈 때는 왼쪽 창가, 내려올 때는 오른쪽 창가에 앉는 것을 추천. 창밖 산 아래로 점점 작아지는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쉬니케 플라테의 알파인 가든에는 600여 종의 야생 꽃과 식물이 자라고 있다. 알프스 산들 중 가장 처음 만들어진 야생화 정원으로 하이커들을 위해 파노라마 트레일 하이킹 코스도 마련했다. 코스 입구에는 자그마한 기념품 숍과 홍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는데, 미처 준비하지 못한 하이커들을 위해 스틱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 열차가 운행하는 시즌에는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 이상을 머물 수도 있다. 레스토랑 테라스에서는 아이거와 묀히,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고, 이른 아침 융프라우 산맥들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식사를 할 수도 있다. 매일 11시부터 2시까지는 알펜호른 공연도 진행된다.
 
 
▶Stay & Eat
6개월만 머물 수 있는 산장
호텔 쉬니케 플라테(Hotel Schynige Platte)

쉬니케 플라테에 위치한 유일한 호텔이자 레스토랑으로 토마스(Thomas Willem)와 아내 재스민(Jasmin)이 운영하고 있다. 산장에 더 가까운 호텔은 2층 규모에 총 18개 객실을 갖췄다. 객실 내 샤워룸과 화장실이 없는 대신 각 층별로 2~3개 샤워실과 화장실이 마련됐다. 더블룸 기준, 1인 125CHF. 모두 조식과 5코스 저녁을 포함한 가격이다. 3인실, 5인실과 같은 패밀리 룸과 두 방을 이어주는 커넥팅 룸 등이 있으며 몇몇 객실은 창밖으로 묀히와 아이거, 융프라우가 보이는 마운틴 뷰다. 각각의 객실은 인원, 객실 구성에 따라 요금에 차이가 있다. 650개 좌석이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차부터 식사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그중 알파인 시럽(Alpine sirup)은 쉬니케 플라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달콤한 차다. 허브와 레몬, 꽃잎 시럽 등이 있는데 주로 차갑게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격은 차 3~5CHF, 식사 19CHF부터. 호텔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주소: 1km from Schynige Platte train station, Wilderswil, Interlaken 3812, Switzerland
전화: +41 33 828 7373
홈페이지: www.hotelschynigeplatte.ch 
TIP 마운틴 뷰 객실은 남향 객실로 예약 순으로 배정된다
 
 

★첫 유럽,그리고 융프라우
 
 
꿈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청년
강화송

대학생에게 필수코스나 다름없는 휴학을 한 화송씨(이하 화송). 휴학 중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SNS를 통해 공개된 여행지 사진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여행 기자가 되기 위해 사진을 배웠던 터라,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기 위해 사진으로 휴학 기간 내내 쉼 없이 달려왔다. 어느덧 본분인 학생으로 돌아가 학교생활을 마무리 할 시간. 한 학기를 남겨 두고 마지막일 수 있는 대학생활을 첫 유럽여행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소문 자자한 융프라우의 모습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것 역시 화송이 기대하던 바였다. 사진은 물론 글과 함께 직접 융프라우의 이야기를 전할 준비를 마치고 함께 융프라우로 길을 나섰다.
 
히맨(He-Man)이라 불리는 청년 
김희남

아무리 하이킹을 좋아할지라도 6개월 동안 4,265km를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낸 청년이 있다. 약 2년 전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Pacific Crest Trail)에 도전한 희남씨(이하 희남)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PCT를 완주했고, 긴 여정의 이야기와 풍경을 직접 기록했던 그는 얼마 전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순례’의 PCT 자문으로도 활약했다. 길을 걷는 자신의 모습도 누군가에게 기록되었으면 했던 그. 융프라우 여행을 통해 첫 유럽 여행과 형용할 수 없는 융프라우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던 희남은 언젠간 장기간 머물며 융프라우의 하이킹 코스를 걷고 싶다는 새로운 약속을 하며 돌아왔다.
 
 
취재협조 융프라우 철도 한국총판 -동신항운(주) 
02 756 7560 www.jungfrau.co.kr
 
글 양이슬 기자  사진 Photographer 문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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