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BNB] 샌 안토니오에 생긴 나만의 집
[AIRBNB] 샌 안토니오에 생긴 나만의 집
  • 김진
  • 승인 2017.11.16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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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치를 편한 대로 바꿔 봤다.
소파에 누워 감자칩 한 봉지를 뜯었다.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가. 집에서야 가능한 일이다.
 
숙소에서 떠나는 날. 아쉬워서 한 컷

햇빛 쨍한 날의 펄 디스트릭트(Pearl District)
 
 
샌 안토니오(San Antonio)라는 다소 낯선 도시로 여행을 오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댈러스(Dallas)에서 업무를 마치고 며칠의 시간이 남아, 갈 곳을 찾다가 텍사스 남부로 눈을 돌렸다. 오랜 역사가 배어 있는 유적지와 힙한 레스토랑, 깔끔한 거리.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구석구석 포근한 인상을 가진 이곳이 맘에 들었다. 샌 안토니오의 분위기에 맞는 편안한 여행이 하고 싶어 에어비앤비를 택했다. 
 
널찍하고 안락했던 거실. 뒹굴뒹굴하기에 제격이었다
 크지 않은 침실의 아늑한 공기가 맘에 들었다
 
 
●당연히 앞문을 찾았건만

숙소를 빌리는 데는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 별도로 차를 렌트하지 않으므로 중심지와 가까울 것. 둘째, 집이 넓어도 방은 아담할 것. 방이 크지 않아야 한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 봄 체코 여행 때 한 아파트에 머물게 됐는데, 침실 자체도 큰 데다가 천장이 족히 3.5m는 될 만큼 높았다. 넓은 방 안에 가득 찬 휑한 공기가 깊은 잠을 방해했던 기억이 있어, 그 이후로 나는 혼자 여행을 다닐 때마다 아늑한 느낌의 침실을 선호하게 됐다.  

공항에서 우버Uber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청계천과도 비슷한 리버워크(River Walk) 근방에 자리잡은 2층짜리 아파트였다. 이름은 아파트지만 실은 다가구주택이라고 보는 게 나을 듯한, 각 층마다 두 집이 데칼코마니처럼 마주하고 있는 옅은 회색의 목조 주택이었다. 호스트인 저스틴(Justin)은 사전에 “이 집은 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시스템”이라 일러 주었는데, 1층 공동 현관으로 들어가니 키패드가 없었다. 혹시 내가 집을 잘못 찾았나 싶어 급히 메신저로 저스틴에게 긴박한 문자를 보냈더니, 현관이 집 뒤쪽이라는 거다. “Up the back stairs behind the house집 뒤쪽 계단을 오를 것”이라는 설명을 미처 보지 못했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영어일수록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얻었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인 부엌
샌 안토니오 애쉬비 거리
 
 
●집이라서 가능한 여행

집은 아늑했다. 현관을 열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 침실이라는 점이 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침실을 지나치면 복도에 욕실과 세탁실이 마주하고 있고, 꽤 넓은 부엌을 지나면 그야말로 ‘미국스러운’ 거실이 나온다. 거실은 여러 개의 작은 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기자기한 느낌이 든다. 곳곳에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각종 베스트셀러 책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둔 센스가 맘에 들었다. 내가 원하던 대로 침실은 적당히 아담했다. 

식탁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작업을 하려는데 부엌 천장에 달린 커다란 선풍기가 영 거슬려 4인용 나무 식탁을 끙끙대며 거실로 옮겼다. 뭐, 5일 동안은 내 집이니 가구 위치만 살짝 바꾸는 인테리어를 한 셈이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컴퓨터를 하다가, 책을 읽다가, 꾸벅 졸다가. 감자칩까지 사다 먹으니 그야말로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다. 좀 게으르면 어때. 별 생각 없이 마냥 나태해질 수 있는 자유를 한껏 누렸다. 

집은 그런 곳이다. ‘Do Not Disturb’를 굳이 달아 놓지 않아도, 아침 조식 시간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레스토랑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누군가를 의식해 생활할 이유도 없다. 미지의 세계에 뚝 떨어진 고독함을 즐기러 떠나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서리쳐지도록 외롭고 싶지는 않다. 낯섦을 즐기는 이방인, 그러나 동시에 익숙한 현지인이 되고픈 마음.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게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한적한 동네인 애쉬비(Ashby)에 위치한 집 주변은 오후 4시만 되면 조금 바빠진다.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 하교하는 아이들을 픽업하러 오는 차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택배도 오고, 수리공들도 마주친다. 옆집에 사는 사람은 며칠 내내 나무를 깎아 뭔가를 만들고 있었고, 앞집 할아버지는 작은 강아지를 잔디에 풀어 놓고서 “이리 와~”를 반복했다. 강아지는 아무리 봐도 ‘저리 갈’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소소한 마을 풍경에 미소가 번졌다.
 
숙소를 떠나는 날은 아침부터 소나기가 내렸다. 비가 그치고 나니 파란 하늘에 무지개가 펼쳐졌고, 마당에서 나는 비 젖은 풀냄새는 레모나처럼 향긋하고도 와사비처럼 톡 쏘았다. 십여 년 전, 남반구의 섬나라에서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마을을 가득 채우던, 나무 타는 그 냄새를 나는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사진에 담을 수 없는 향기는 추억으로만 존재한다. 그날의 그 풀냄새도 이렇게 어설픈 몇 개의 단어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을 것 같다.  

▶에어비앤비 샌 안토니오 숙소 정보
Cozy Apartment near Riverwalk

호스트│저스틴(Justin)
유형│아파트형, 침대 1개, 거실 1개, 부엌, 세탁실, 욕실, 작은 발코니
기타│무료 와이파이, 주차 가능, 스마트 록
주소: 806 East Ashby Place, San Antonio, Texas, USA
(리버워크에서 1.5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
홈페이지: www.airbnb.co.kr/rooms/3987748
 
글·사진 김진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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