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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몽골에 가야 할 이유

  • Editor. 강한나
  • 입력 2017.12.05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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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몽골의 온천, 순한 눈을 끔벅이는 낙타를 타고 오르는 사막에 투명한 어기호수까지. 몸과 마음을 몽실몽실하게 녹여 버린 겨울 몽골 여행기를 소개한다.
 

물 웅덩이 부근에서는 좀 더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뽀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쳉헤르 온천의 아침 

●추울수록 좋은 온천

“저 몽골 여행 갈 거예요.” 느닷없이 겨울 몽골 여행을 선언한 내게 지인들은 “왜 하필 지금?”이라는 의문을 던졌다. 몽골 여행의 성수기인 여름을 훌쩍 넘겼으니 그럴 수밖에. 길고 긴 몽골의 겨울은 혹독한 추위 탓에 여행자의 수도 급감한다. 하지만 추위를 감수하면서도 몽골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유는 바로 쳉헤르(Tsenher)온천 때문이다. 

하지만 쳉헤르 온천까지는 울란바토르(Ulaanbaatar)에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5시간 이상 달려야 했다. 웬만한 열정으로는 가겠다고 결심하기도 쉽지 않은 강행군. 그렇지만 수고를 들인 보람이 있었다. 유황 냄새가 진하게 나는 순도 높은 유황 온천에서의 시간은 긴 여정으로 뭉쳐 있던 근육을 사르르 풀어 줬다. 

사방으로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기에 온천욕을 즐기며 소가 풀을 뜯는 풍경을 감상하기도 제격이었다. 주변에 어둠이 드리우면 별들이 반짝이는 환상적인 하늘이 펼쳐졌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 사이로 몽골의 밤하늘을 오래도록 감상했다. 촘촘히 박힌 저 별들을 뭐라고 표현할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낭만’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내 시원한 맥주가 간절해졌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근 채로 얼음장 같은 맥주 한 잔. 겨울 몽골을 방문한 이유였다.
 
낙타 위에서 바라본 엘승 타사르해.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사막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엘승 타사르해(Elsen Tasarhai)는 몽골어로 ‘고립되고 찢어진 모래조각’이라는 의미. 드넓은 초원 한가운데에 놓인 작은 사막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고 모래에 맨발을 파묻는 것. 차갑고 보드라운 감촉의 모래가 발가락 사이사이로 들어오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마치 발을 스쳐간 모래가 중력을 앗아간 듯, 구름 위로 붕 뜬 기분이다.

사막의 매력을 알아 가는 데 첫걸음 떼었다면, 다음 걸음은 낙타에게 맡겨야 한다. 몽골에서 소와 말은 지겹게 보겠지만 낙타는 그리 흔한 동물이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예외다. 엘승 타사르해에서는 유목민들이 낙타를 키우기 때문이다. 느릿느릿 모래 언덕을 오르는 낙타의 혹 위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자. 드넓은 풍경에서 거짓말 같은 정적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테니.

언덕을 모두 올랐다면 이제 단번에 내려갈 차례. 가이드가 자신 있게 꺼내 드는 물건의 정체는 어릴 적 눈썰매장에서 보았던 플라스틱 재질의 썰매다. 그래 봐야 얼마나 빠르겠냐며 코웃음 쳤던 것도 잠시, 높은 경사와 부드러운 모래 입자가 만들어 내는 속도는 여느 익스트림 스포츠 못지않게 짜릿했다.
 

●지금이니까, 나 홀로 호수

몽골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아르항가이 아이막(Arkhangai Aimag)에는 몽골인이 사랑하는 보물이 있다. 바로 25.7km² 규모의 어기호수(Ugii Nuur)가 그 주인공. 물이 귀한 몽골에서 특히나 사랑을 받는 어기호수는 성수기가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농어 낚시와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건기인 가을과 겨울에는 호수가 가물어 고요한 호수의 풍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호숫가에서 조우한 건 사람에 관심 없는 말 한 마리와 꼬리를 흔들어 대며 다가오는 개 한 마리뿐이었다. 하늘을 담은 호수 표면은 우유니 사막*을 닮았다. 평화로운 호수에서 도시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던 고요한 시간을 마음껏 누렸다.
 
*우유니 호수│남아메리카 볼리비아에 있는 소금호수. 세계에서 가장 크고, 그 경관이 매우 아름답기로 알려져 있다.
 
에르덴조 사원의 전경. 푸른 하늘과 더불어 멋진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에르덴조 사원 입구에 있는 기념품 좌판대 모습. 오래된 골동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칭기즈칸의 영광을 기억하다

칭기즈칸 시대 옛 수도였던 하라호름(Karakorum). 이곳에는 몽골 최초의 티베트 사원인 에르덴조 사원이 있다. 에르덴조 사원은 몽골 화폐인 1만 투그릭약 4,600원 지폐에 등장하는 곳으로 몽골인들에게도 특별한 장소다. 몽골이 티베트 불교를 받아들여 1586년 ‘백 개의 보물’이라는 뜻을 가진 에르덴조 사원을 세웠는데, 당시 1,000여 명의 수도승이 생활했을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17세기 중국의 침공으로 사원은 불태워져 폐허가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복구되었으나 1930년대 공산정권에 의해 다시 파괴되었고 이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여러 차례 수난을 겪었던 상처를 짐작하며 건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5m 간격으로 세워진 티베트 양식의 불탑 초르텐. 108개의 탑으로 빙 둘러싸인 초원의 풍경은 번성했던 과거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바롱사원, 골조사원, 중사원이 있는데 각각 오른쪽, 중심, 왼쪽 사원이라는 뜻이다. 부처의 초기, 중기, 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불상과 그림으로 채워진 사원은 미처 파괴의 상흔을 감추지 못한 낡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은은한 미소를 띤 불상의 얼굴에서만큼은 칭기즈칸 시대의 영광과 후광을 누렸던 시기를 여실히 엿볼 수 있었다.  

▶TIP  울란바토르에서 가 보면 좋을 곳
 
 
자이승 승전기념탑(Zaisan Memorial)
소련과 함께 일본군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45년 세운 기념탑이다. 이곳에서 울란바토르의 시내 전경과 그 사이를 흐르는 톨Tull강의 전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태준 기념공원
몽골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이태준 선생은 몽골의 마지막 칸인 복드 칸의 주치의였고, 1919년 몽골 국가 훈장인 ‘에르데니인 오치르’를 받았을 만큼 몽골인에게 존경 받는 한국인이다. 의열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반대하던 백군에 의해 38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묘비와 기념관이 있는 이태준 기념공원이 울란바토르에 조성되어 있다.
 
글·사진 Traviest 강한나  에디터 전용언 기자 
 
*글을 쓴 강한나씨는 ‘여행은 인생 필수조건이다’라는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쓰고 있다. 현재는 다양한 관심사를 쫓아다니는 여행자로 살고 있으며 새로운 여행지에서 주는 감동과 인연을 사랑하는 트래비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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