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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오에선 먹고 걷고 사랑하라!

  • Editor. 차승준
  • 입력 2017.12.05 16: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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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 Olle + Onsen   
다케오에선 먹고 걷고 사랑하라!  

글 차승준 사진 권라희
 
다케오(武雄市)
사가현 서부에 위치한 다케오에는 산과 분지, 강을 모두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1,3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온천이 있다. 다케오 온천은 특히 피부에 좋은 수질로 유명하며, 규슈 올레의 다케오 코스 종료 지점에 있으므로 한바탕 걷고 난 올레꾼들이 뜨끈한 온천욕을 즐기며 시원하게 몸을 풀기에도 좋다. 다케오 시내와 야마우치초에는 도자기 가마들이 많아, 도자기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일본 다른 곳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아리타 도자기를 구입할 수 있다. 
 
다케오 신사 뒤편 녹나무로 올라가는 올레길. 조금 더 깊이 올라가면 종아리만큼 굵은 대숲이 나타난다
 
규슈 올레 다케오 코스 (거리 14.5km, 약 4시간 소요, 난이도 A코스 중상, B코스 중) 
www.welcomekyushu.jp/kyushuolle
코스  JR다케오 온천역 → 시라이와 운동공원(1.8km) → 키묘지 절(3.2km) → A,B코스 갈림길(4.8km) → A, B코스 합류점(5.7km) → 다케오시 문화회관(9.8km) → 다케오신사 내 녹나무(10.6km) → 다케오 시청앞(11.9km) → 시쿠라야마 공원입구(13.3km) → 다케오 온천 누문 (14.4km)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건립은 이 도시의 문화적, 건축적 사건이었다. 스타벅스 입점도 그랬다
수령 3,000년의 녹나무
 
“좀 걸을까요?”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이번 여행에서 나는 세 명의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저마다 관심사도 다르고 여행의 목적도 달랐지만 우리는 같은 길을 함께 걸었다. 함께 걷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조금 더 익숙해져 갔다.

걷기 위한 길. 제주 올레가 일본 규슈에 만들어졌다. 규슈 올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온천을 지닌 규슈의 문화와 역사를 오감으로 느끼며 걷는 트레일 코스다. 규슈 올레는 총 19개 코스로 이중 가라쓰, 다케오, 우레시노 코스 3개의 코스가 사가현에 있다. 다케오 코스는 규슈 올레에서도 가장 걷기 좋은 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시내 중심부를 관통하는 다케오 코스를 따라 걷다 보니 웅장한 건물이 하나 눈에 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 건물이다. 잠시 쉴 겸 도서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내에는 카페와 서점, 그리고 도서관이 함께 있었다. 삼면 전체가 유리창으로 설계되어 어느 곳에나 빛이 잘 들고 탁 트인 느낌을 준다.
 
이 매력적인 도서관은 최근 흑자전환을 통해 도서관 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히며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각국의 도서관에서 벤치마킹 해 간다고 한다. 최근 서울 도심지 코엑스에 문을 연 별마당 도서관도 일본의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벤치마킹 했다고 알려진다. 커피를 마시면서 독서를 즐기고 싶어 하는 지역 주민을 위해 도서관 안에 카페를 만들었고, 도심지의 휴식형 문화체험 공간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주민 외에도 누구라도 무료입장이 가능해 인구 5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의 도서관이 연간 수십만의 관광객이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다케오시에 따르면 도서관으로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경제적 금액도 상당하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5분여 남짓 거리에는 유서 깊은 오래된 다케오 신사가 자리하고 있다. 신사의 왼편 올레길을 따라 조금만 더 걸으면 거대한 녹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이 나무는 수령이 3,000년이 넘는 신목으로, 영험한 기운을 갖고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는 정신적인 힘을 주는 나무이다. 또 신사 밖 한편에는 부부 삼나무로 알려진 연리지가 있고,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성혼하기로 유명해서 많은 연인들이 연리지를 찾아 소원을 빈다고 한다. 놀멍 쉬멍 걸으며 연리지 앞에 멈춰 서니 바야흐로 옆구리가 시린 겨울이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다시 걷고 싶은 길, 규슈 올레를 다음 번 찾을 때는 짝꿍과 함께라도 좋겠다. 더 추워지기 전에 먹고, 걷고, 사랑하라!
 
 
 

친구에서 연인으로 낭만을 품다
 
글 이민영  사진 정혜진

썸을 타는 남녀라면 모두 이곳을 찾을 게 분명하다. 아니 그래야 한다. 낮보다 아름다운 밤의 미후네야마라쿠엔(御船山楽園)은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게 할 만큼 낭만적이니까. 1854년 다케오 영주였던 나베시마 시게요시가 별장으로 만든 정원은 봄이면 벚꽃과 철쭉으로, 가을에는 거대한 단풍으로, 겨울이면 눈으로 뒤덮인다. 그리고 계절 사이, 산이 모두 초록빛이 되는 여름이면 사람들이 만든 불빛으로 아름다워지는 빛의 정원이 된다. 

올해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일본 아티스트 그룹 팀랩과 함께 ‘신들이 사는 숲의 예술관’이라는 전시를 선보였다. 정원에 들어서면, 연못에 비친 물고기 떼가 사람들을 반긴다. 물고기는 배 주위로 모여 들었다가, 배가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그 궤적을 피해 사라진다. 꽃이 사라진 철쭉에는 찬란한 빛이 갑자기 들어왔다가 곧 없어진다. 그러나 그 빛들은 주위로 점점 퍼져 나가는데, 삶의 연속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높이가 3m에 달하는 바위 위에는 물의 움직임을 3차원으로 재현해 폭포를 만들었고, 이끼가 자란 돌에는 꽃들이 쉼 없이 피었다 진다. 

화려한 야경은 아니지만, 소중한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기에 완벽한 장소다. 다만 생각보다 언덕이 많고 땅이 미끄러워 편한 신발을 챙겨야 한다. 빛 전시회가 끝나면 단풍이, 단풍이 지면 설경이 정원의 주인공이 된다. 사계절 내내 언제라도 낭만을 유지하는 곳이다.

주소: 4100 Takeocho Oaza, Takeo-shi, Saga  
전화: +81 954 23 3131 
요금: 어른 400엔 
오픈: 8:00~17:00(겨울 시즌에는 조명쇼가 운영되지 않는다)
홈페이지: www.mifuneyamarakuen.jp
 
다케오 도자기 잔에 출렁이는 사케 한잔으로 료칸의 밤이 깊어 갔다
다케오 로몬.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이 로몬의 건축가 다쓰노 긴고는 일제시대 서울역을 설계한 사람이다
사가규를 포함한 가이세키 상차림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DAKEO  Ryokan Night
다케오 로몬을 바라보며 
예술적 하룻밤 

글·사진 권라희
 
해가 넘어간 시간,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다. 다케오 온천 마을의 상징으로 용궁성을 본떠 만든 빨간 대문사쿠라몬(楼門), 로몬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묵어갈 유모토소 도요칸(湯元荘 東洋館)은 바로 이 로몬 앞에 위치해 있다. 백자에 청색 그림을 그린 도자기 타일 기둥이 있는 입구가 인상적이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로비 오른쪽에 다케오 도자기를 전시한 갤러리가 보인다.
 
1,600년부터 만들고 있다는 다케오 도자기를 료칸 안에서 감상해 볼 수 있겠다. 료칸 곳곳에 놓인 토기와 유리 화병에는 감나무로 가을의 향기를 담아 두었다. 

다다미가 깔린 방을 미닫이문으로 분리한 베란다 공간에는 입식 의자와 탁자가 있다. 창호지를 바른 목재 미닫이문이 방 안에 정갈함을 더한다. 료칸마다 문살무늬와 형태, 기능이 다르다 하니 다른 료칸에서도 비교해 보면 좋겠다. 벽장을 여니 새하얀 이부자리가 개여 있고 유카타와 허리띠(오비), 수건 세트 등이 준비되어 있다. 옷의 왼쪽 깃이 오른쪽으로 오도록 하고 오비를 두 번을 둘러 묶어서 유카타를 갖춰 입었다. 료칸에서의 매 순간은 흥미롭고 강렬한 문화 체험이다. 

가이세키 요리*가 준비된 방으로 이동해 저녁 밥상을 받았다. 색색의 음식이 도자기에 소담하게 담겨 있는 자체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좋은 료칸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릇에 있다고 한다. 그릇을 보니 로비 갤러리에서 보았던 다케오 도자기다. 음식의 담음새도 위치와 각도까지 계산한 듯 세밀하여 손대기가 아까울 정도다. 이미 눈으로는 배가 부르다.

요리는 크게 전채, 생선회, 국물, 찜, 구이, 전골식사, 디저트가 손님이 먹는 속도에 맞추어 차례대로 제공된다. 여기에 그 지역만의 향토 요리가 더해진다. 유모토소 도요칸에서는 사가현의 최고급 사가규를 향토 요리로 내놓았다. 분홍빛 속살에 하얀 지방이 쌀알처럼 박혀 있다. 분청사기 도자기 풍로에 얹고 살짝 구우니 지글지글 소리가 입맛을 돋운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은 그 자체로 맛있다. 생선회는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두부와 계란 요리도 입 안에서 흐드러지듯 부드럽다. 데치고 무친 야채는 새콤달콤하다. 냉온 사케도 깔끔하다. 세상 모든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의 신세계다. 감히 예술이라 칭할 한 상 차림을 받았다. 

이제 온천탕에 몸을 푼다. 금세 피부가 미끌거리고 뽀드득해진 느낌이다. 유모토소 도요칸의 온천탕 두 군데 중 하나는 바깥으로 난 창으로 자연 바람을 쐴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온천만 한 게 없다. 온천에 다녀오니 나카이상이 다다미방 한가운데에 사각거리는 이부자리를 준비해 놓았다. 일본 특유의 이불과 두툼한 요, 베개에 몸을 파묻으니 마음이 녹아내리듯 잠 속에 빠져든다. 나를 위한 힐링이 필요할 때, 유모토소 도요칸에서의 예술적 하룻밤은 충분한 보상을 해줄 것이다. 
 
*가이세키 요리 | 일본 고유 요리인 혼젠 요리(本膳料理)를 연회 목적으로 변형한 7~13가지 코스의 정식 요리가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다. 최고의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기 위해 요리로 이름난 료칸만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좋은 식재료를 선택해 재료의 고유한 맛을 이끌어 내고, 음식의 색, 형태와 조화를 이루는 그릇을 선택해 아름답게 담아 내는 감각까지 담겨 있다. 
 

예술적 료칸의 품격 유모토소 도요칸 료칸 

인기 있는 온천 마을 다케오시의 여러 료칸 중에서도 유모토소 도요칸(湯元荘東洋館)은 품격이 넘치는 곳이다. 창업 4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숙소이다. 게이초 시기1596~1615년 나그네들이 묵던 쇼코큐야로 시작해 에도시대1603~1867년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가 역사적으로 유명한 간류지마(厳流島)의 결투 후 이곳에서 오륜서(五輪書)라는 병법서를 구상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그가 사용했다는 우물가가 1층에 보존되어 있다. 유서 깊은 다케오 도자기에 소담하게 담긴 가이세키 요리와 담그기만 해도 피부가 알아차리는 온천수가 샘솟는 곳이다. 

주소: 7408 Takeocho Oaza Takeo, Takeo-shi, Saga 
전화: + 81 954 22 2191  
찾아가기: JR 타케오 온천역 하차, 도보로 약 10분, 택시로 약 2분  
요금: 1인당 1만5,000엔(1박 2식 포함, 2인 1실 기준 요금)  
 
 
글·사진 사가현 원정대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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