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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도 몰랐던 광주, 한발 더 걸으니 보이는구나!

  • Editor. 이성균
  • 입력 2017.12.06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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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광주를 만났다. 토박이도 몰랐던 매력적인 광주 여행.
걷고 또 걸어도 볼거리가 새어나오니 이제는 날개를 달고 널리 알려져야 한다. 
 
광주 대표 볼거리 양림동 펭귄마을. 이곳에서는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펭귄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월봉서원이라 쓰인 현판을 보며 기대승의 삶을 돌아보자
산새와 어우러진 서원은 고즈넉한 멋을 갖고 있다
눈부신 황룡강을 따라 가면 월봉서원에 닿는다

●월봉서원, 기대승의 인생길 따라가기

장성군과 광주 광산구를 잇는 황룡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한적한 길에 접어든다. 더 이상 차로 들어갈 수 없으면 본격적으로 도보 여행이 시작된다. 황토색 담벼락이 나란히 서있는 골목길을 걷다보면 여기가 광역시의 한 동네가 맞나 싶다. 그러다가도 하릴없이 걷다 보니 이곳에 눌러 앉고 싶어진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산 아랫자락에 위치한 오늘의 목적지 ‘월봉서원’이 등장한다. 깜짝 놀라 탄성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만큼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는 매력적인 공간인데 어떤 곳인지 알게 되면 월봉서원의 특별함에 한 번 더 놀란다. 작은 계곡을 넘어 본격적으로 탐방한다.

월봉서원은 퇴계 이황이 ‘당신이 나보다 한 수 위다’라고 칭찬한 고봉 기대승을 기리고 있는 곳이다. 기대승이 죽고 장남인 기효증이 선친을 기리기 위해 광산구 산월동의 월봉마을 이름을 따서 지은 곳이다. 그 후 정조가 기대승에게 ‘빙월설월’이란 뜻으로 빙월당 액호를 하사 했으나 1868년 대원군에 의해 서원이 헐리게 됐다. 1938년이 되어서야 전라남도 유림이 빙월당을 복원했다. 

우리가 보는 지금의 월봉서원이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당과 외삼문, 장판각, 내삼문은 1981년에서야 만들어졌다. 단시간에 지어진 게 아니라 하나씩 정성 들여 만들어졌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월봉서원에서 흐르는 안정감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정서이다. 더불어 기대승 선생도 쉬이 흐트러지지 않고 올곧게 자신의 가치를 지켜온 사람이었다. 조선 건국 이래 조선이 앓아온 내부 모순에 대한 생각과 비판을 아끼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기대승의 이런 끊임없는 비판의식과 대쪽 같은 성품이 결국 자신을 외롭게 만들고 44세의 나이에 관직을 버리게 만든다. 결국 이듬해 생을 마감한다.
 
월봉서원 마루에 걸터 앉아 고단한 삶을 살다간 기대승을 생각하면 이 공간이 그를 위한 것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위와 아래가 통하지 않은 답답한 시대를 살다간 기대승 선생이 눈을 감은 후에라도 탁 트인 곳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처럼 느껴진다.
 
시야를 방해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하늘은 끝없이 펼쳐지고,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공기는 한없이 맑다. 결국 서원의 풍경은 그에게 심심한 위로가 되어 주고, 나에게는 신념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이곳엔 꼭!
한옥카페 ‘다시’ 

월봉서원으로 가는 길 초입에 있다. 한옥 안이나 바깥마당에서 한국적 분위기를 오롯이 즐기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월봉서원 방문 후에 그 여운을 이어가기 딱 좋은 곳이다. 화-토 10:00~18:00
 
황룡강 누리길 
월봉서원 입구는 2코스 황룡강 마을 안길의 한 부분이다. 용진산에 올라 황룡강을 담고, 기대승의 선비 정신과 철학의 향기가 가득한 월봉서원까지 누릴 수 있는 1석 2조 걷기 코스이다. 6.70km 55분 소요
 
가족, 연인, 친구 어떤 사람과 와도 좋은 양림동
 
●양림동, 이제부터 광주 대표

자연을 벗 삼아 걸었다면 이제 도심으로 들어가 또 걸어보자. 이번에 찾아간 곳은 광주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겨 줬다.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있는 제대로 된 동네이기 때문이다. ‘양림동’이 그 주인공이다. 각 도시에는 여행자들이 빼놓지 않고 꼭 찾아가는 유명한 동네가 하나씩 존재한다. 전주 한옥마을, 부산 감천마을 등이다. 여태껏 광주에 이런 동네가 없었지만 두루두루 다 갖춘 양림동이 그 자리를 꿰찼다. 하루 종일 걸어도 다 보기 힘든 양림동의 대표 볼거리를 꼽았다.
 
오래된 시계를 배경으로 펭귄 가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행 기념품으로 좋은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옛날 과자
 
●펭귄마을, 펭귄은 없어요 

양림동은 유독 골목길이 많아 어둡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인접한 사직동이 고지대라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껴진다. 이런 느낌을 알고 이용 한 걸까? 골목길 곳곳을 버려진 생활용품으로 치장한 ‘펭귄마을’이 탄생했다. 원래는 노인들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모습이 펭귄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지금은 골목길 담벼락을 펭귄 그림, 양은 냄비, 각종 시계, 그림 등 수십만 점을 무심한 듯 세심하게 꾸며놓은 재치 있는 공간이다. 시간의 흔적이 보이는 소품들과 어울리게 추억의 과자들도 팔고 있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각종 볼거리들 덕에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 찍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스폿이다. 조그마한 골목까지 빠지지 않고 찾아 다니면 볼거리가 계속 튀어나오니 휙휙 지나 가지 말고 여유있게 둘러보자.
 
개화기에 외국 선교사들이 선교사 사택에 지내며 선교활동과 서양 문물을 전파했다
조선 말기의 지어진 이장우 가옥은 현재까지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선교 순례길, 광주를 위해서

양림동에는 선교사들이 활약했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 길을 따라 걸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먼저 양림성당 뒤편에 있는 ‘오웬 기념각’이다. 전남 선교에 힘쓰다 급성폐렴으로 순교한 오웬 선교사의 뜻을 기다리기 위해 세워졌는데 유럽식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다음으로 호남신학대학교의 선교사 묘역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큰 저택이 하나 덩그러니 서 있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이 집은 어떻게 보면 영험하고, 다르게 보면 을씨년스럽다. 광주 최초의 서양식 건축물인 ‘윌슨 선교사 사택’이다. 지금은 신학대 학생들의 기도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성당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색다르다. 사택을 본 후 약 400년 정도 된 수령의 양림동 ‘호랑가시나무’도 꼭 구경해야 한다. 이 나무 종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나무이고, 겨울에도 붉은 열매가 익는데 그 빛이 선명해 눈부시게 아름답다.
 
문화 해설사가 양림동 투어를 진행 하며 명소와 관련된 설명을 들려준다
호랑가시나무는 이름과는 달리 붉은 빛을 띤 예쁜 열매가 열린다
 
●전통 가옥, 100년을 넘어

118년의 시간을 견뎌온 ‘이장우 가옥’. 광주광역시 민속 문화재 제1호로 전통 가옥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1899년에 건축된 상류 주택양식의 기와집으로 대문간, 곳간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곳곳에 숨겨진 참새와 거북 장식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이 공간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또 다른 전통가옥으로는 독립운동가 최상현의 ‘최승효 가옥’이 있다. 최승효 가옥은 1920년 건축됐고, 일제강점기 때 다락에 독립 운동가들을 피신 시켰다고 전해진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시간을 가져보면 뜻 깊은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광주 more
 
사직공원, 광주를 품다
나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여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사직단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광주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눈이 호강할 정도로 시원하다. 날이 좋으면 무등산까지 보이니 사진이 취미라면 꼭 들려야 하는 포인트다.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광주 예술의 중심
1년 내내 전시, 공연, 교육, 축제를 펼치고 있는 곳. 오후에는 차분하게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저녁에는 문화전당의 야경과 근처 하늘 마당의 언덕을 구경하는 게 좋다. 문화전당 앞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공연 ‘프렌지 페스티벌’도 놓치지 말자. 
 

광주호 생태공원, 파랑과 초록이 만나는 곳
무등산의 바람을 느끼고, 광주호의 잔잔한 물결을 보려면 광주호 생태공원이 가장 좋다. 도심과 조금 떨어져 있지만 여기에서 보내는 시간과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먼 곳으로 떠난 여행과 비슷하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특별한 도보 여행을 즐길 수 있어 천천히 걸어야만 한다. 봄, 여름, 가을에는 각종 꽃과 식물, 생물이 공원을 활기차고 싱그럽게 만든다. 겨울에는 앙상한 나무들만이 남아 조금 쓸쓸한 듯 처량해 보이지만 이마저도 호수가 운치를 더한다. 계절마다 변하는 공원을 눈으로 기록해 보자. 
 
광주 三味, 이것만은 꼭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들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음식도 있으니 꼭 먹고 가자. 걸쭉하게 끓여낸 오리탕은 탱탱한 육질을 즐기면서 미나리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다, 바로바로 붙여주는 육전은 그 고소함이 끝내준다. 담양 못지않은 맛의 송정 떡갈비는 광주를 떠나기 전에 맛보는 게 좋다.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주)플래티늄 [광주 남도 문화 및 힐링투어] 
 
글·사진=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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