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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든다, 제주 보리빵

  • Editor. 김연미
  • 입력 2018.02.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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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가 힘들었던 화산섬 제주에서는 일찍이 보리를 주식으로 삼았다. 주재료인 보리와 쑥, 그 속에 팥 앙금을 넣어 만든 보리빵의 탄생 역시 자연스런 수순이었을 터. 이 밋밋한 빵을 무슨 맛으로 먹을까, 처음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빠져 드는 담백한 맛이 보리빵이 가진 매력이다.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속이 구수하다.
 
비양도에서 바라본 제주 노을
 

●보리빵의 정석
덕인당 보리빵

보리빵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유명한 곳. <수요미식회>에 등장해 더욱 인기가 높아진 덕인당 보리빵은 보리빵의 정석과 같다. 강하지 않은 쑥과 보리의 향, 적당한 팥 앙금의 양으로 남녀노소 누구든지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보드라운 식감도 인상적인데, 거칠고 푸석하다는 보리빵의 편견과는 달리 꼭 밀가루로 만든 것처럼 부들부들하다. 팥보리빵은 통팥을, 쑥보리빵은 단팥을 사용한다. 통팥은 설탕을 넣지 않고 소금만으로 간을 해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니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면 팥보리빵을, 달달한 맛을 원한다면 쑥보리빵을 선택하면 된다. 보통 보리빵 전문점은 택배 주문 위주라 매장이 작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덕인당 보리빵의 내부는 비교적 크다. 따끈따끈한 보리빵을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돼 있고 손님들이 혹시 목이 멜까, 한편에 놓인 정수기와 유료 커피 자판기에서 센스가 느껴진다. 가게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대중교통으로 가기 좋고 주차장 공간도 꽤 넓은 편. 신촌리 본점 외에도 오라동 제주종합경기장 인근에 제주점이 있다.

가격: 보리빵 600원, 팥보리빵(통팥) 800원, 쑥빵(단팥) 600원
오픈: 09:00~17:00(둘째·넷째 주 일요일 휴무)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36  
전화: 064 783 6153, 010 4983 6153(문자전용)
 
새섬 ©트래비
 
 
●구수한 보리차 향이 솔솔
숙이네 보리빵

가기 전, 일단 문을 열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언제나 단골들이 줄지어 대기하는데, 그러다 재료가 소진되면 영업을 종료하기 때문이다. 숙이네 보리빵은 다른 보리빵과는 조금 다르다. 겉보기에 색이 진하고 탁하며, 만졌을 땐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게 젤리처럼 탱글탱글하다.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입 안 가득 퍼지는 건 구수한 보리차 향이다.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숙이네 보리빵이 맛집 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다른 데 없는 이 진득한 맛과 향 덕분일 테다. 추천 메뉴는 소 없는 기본 보리빵. 보리 본연의 향과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숙이네 보리빵은 가게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가려져 있어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그러니 옆에 나란히 붙어 있는 ‘숙이네 찻집’을 기억해 두시길. 숙이네 보리빵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음료 한 잔당 보리빵 한 개를 무료로 준다.
 
가격: 보리빵·쑥보리빵·보리팥빵·쑥보리팥빵 600원
오픈: 08:00~18:00(재료 소진시 영업 종료, 매주 화요일 휴무)
주소: 제주 제주시 애월읍 애월로 118  
전화: 064 799 1777, 010 5614 9209
 
 
●쑥빵의 진수
아시아 빵집

동문시장 입구에 위치한 오랜 빵집이다. 아니, 빵집보다는 떡집이 더 어울릴 듯한 모습을 한 이곳은 보리, 쑥, 찐빵 전문점이다. 아시아 빵집은 ‘보리빵’을 검색해서 금방 알 수 있는 집은 아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동네 빵집, 그러나 숨은 고수다. 메뉴는 쑥빵을 강력 추천한다. 색, 향, 맛 모두 말 그대로 쑥이다. 먹다 보면 빵 속에서 미세하게 쑥 줄기가 보이는데, 빵보다는 떡에 가까운 모양과 맛이 꼭 쑥개떡 같기도 하다. 평소 쑥떡을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좋아할 맛이다. 넉넉한 인심 또한 아시아 빵집의 매력이다. 방금 만든 빵을 맛보라고 선뜻 내밀기도 하고, 문 닫을 때쯤 가면 남은 빵 한두 개쯤 턱턱 더 얹어 주기도 한다. 푸근한 시골 마을에 온 듯 정겹고 여유로운 느낌이 제주의 낭만과 잘 어울린다.

가격: 보리빵·쑥빵 600원, 쑥송편 1팩(10개) 7,000원
오픈: 07:00~18:00(매주 일요일 휴무) 
주소: 제주 제주시 중앙로 77 
전화: 064 755 9281, 011 699 9281
 
 
●날것 그대로 거칠다
보리빵 마을

이곳의 보리빵은 다소 거칠고 투박한 맛이다. 검정보리는 겨와 씨눈이 붙어 있어 도정 작업 없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곡물인데, 보리빵 마을에서는 이 검정보리를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수확해 ‘검정보리빵’을 만든다. 깨처럼 박혀 있는 검정보리의 흑맥은 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다. 직접 먹어 보면 해바라기 씨처럼 톡톡 씹히는 날것 그대로의 거친 맛이 나는데, 부드러운 맛을 상상하는 이들에겐 적응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보리빵마을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다. 다른 집처럼 보리빵과 쑥보리빵으로 구분되는 건 같지만 ‘속’에 따라 가짓수가 늘어난다. 소 없는 기본빵 2가지와 단팥이 들어간 보리빵과 쑥보리빵, 통팥이 들어간 보리빵과 쑥보리빵까지 총 6가지 종류가 있다. 보리빵 마을은 제주공항에서 가깝고, 큰 도로변에 위치해 있어 찾기가 수월하다. 건물 앞과 옆으로 작지만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오픈: 07:30~19:00(둘째·넷째 주 토요일 휴무)
가격: 보리빵 700원, 쑥보리빵 800원, 팥보리(달지 않은 팥) 800원, 쑥팥보리(달지 않은 팥) 900원, 보리찐빵·쑥찐빵(단팥) 500원
전화: 064 744 3334, 010 3698 1344
 
글·사진 복토끼(김연미)
 
*복토끼의 <제주, 어디까지 맛봤니> 시리즈는 흑돼지, 오메기떡과 같은 제주 대표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소문난 음식점에 대한 주관적이면서도 솔직한 후기를 공유하며, 우리 모두의 맛있는 제주 여행을 응원한다. 
post.naver.com/7luckyb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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