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광양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광양
  • 강수환
  • 승인 2018.02.06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동주와 그의 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 봤지만, 그의 유고 보존지가 광양에 있다는 건 몰랐다. 친구이자 하숙집 후배였던 정병욱은 윤동주의 <서시>를 세상에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창간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원고를 정병욱과 교수님에게 각각 건넨 후 일본으로 건너갔다. 시집은 정병욱 가옥에 소중히 보관돼, 광복 후 1948년에 간행됐다. 정병욱은 윤동주를 세상에 알린 일 외에도 고전 시가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남기고 대학 교수로 활동하는 등 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분이다.
 
구봉산전망대에서 광양과 남도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의 원고가 보존됐던 정병욱 가옥의 서랍장
정병욱 부친이 양조장과 주택 겸용으로 건립한 가옥

동행한 해설가는 직업정신이 투철했다. 열심히 윤동주와 정병욱에 대해 설명을 하다 이내 멈추고는, “윤동주 유고보존지에 왔는데 <서시> 한 번 낭송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라고 역설했다. 한 명을 지목하고 마이크를 쥐어 주더니 <서시>가 쓰인 종이를 건넸다. 쭈뼛쭈뼛하던 그는 곧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너무나 친숙한 구절로 시작한 시는 맑은 대낮, 도로 한복판에 담담하게 울려 퍼졌다. 학창시절 책상에서 공부하던 문장을 넘어 음절, 단어 하나하나에 지조와 혼이 담겨 있었다. 앞에는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망덕포구가 햇빛을 받아 가옥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후미에 들어섰을 때 자리에 있던 일동 모두가 정적을 지키며 경청하고 있었다. 낭송이 끝나고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우리를 비추는 햇살과 윤동주 시인의 투철하고 솔직한 다짐 앞에 다들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었을지도. 광양(光陽), 이름부터 정의롭고 떳떳한 윤동주와 참 닮았다.
 

광양은 햇살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밤에 구봉산전망대로 올라가 바라보는 전경은 드라마틱한 장관을 연출한다. 저녁 어스름, 차를 타고 전망대 초입에 내려 열심히 언덕길을 올라갔다. 슬쩍 곁눈질로 바라본 광양과 남해의 풍경은 그대로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가늠할 수 없게 쭉 뻗은 수평선을 기점으로 푸른 기운을 상서롭게 품은 남해가 아래에, 해의 꼬리 부분을 품고 있는 주황빛 하늘이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상에 도달한 것도 아닌데 5분 정도 “와~” 감탄사를 내뱉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계속 사진을 찍으며 올라가다 숨이 살짝 차오를 때쯤 정상부에 도착했다. 걸음을 멈추자 겨울밤 한기가 코끝을 쿡 찔렀다. 금세 해의 꼬리마저 다 도망가고, 남색의 어둠이 하늘을 뒤덮었다. 잠시 뒤 남색은 농도 짙은 검정색으로 바뀌어 갔다. 밤바다를 둘러싸는 광양의 야경은 형형색색의 보석들 같았다.

윤동주 유고 보존지(정병욱 가옥)
주소: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23
입장료: 무료
 
구봉산전망대
주소: 전라남도 광양시 용장길 369-155 
오픈: 00:00~24:00
입장료: 무료
 

▶추천맛집
삼대 광양불고기집

다홍빛의 반들반들한 생고기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퍼진다. 고기가 두껍지 않아 금방 익고, 고기가 달짝지근하니 감칠맛 난다. 고기 타임이 끝나면 아쉬움을 시원한 김칫국으로 달래 보자. 콩나물과 멸치만으로 낸 국물이 일품.

주소: 전남 광양시 광양읍 서천 1길 52 
가격: 불고기(180g) 호주산 1만6,000원/ 한우 2만4,000원, 갈비살(180g) 호주산 2만2,000원  
오픈: 평일 11:00~20:30, 주말 11:00~20:00(명절 휴무)  
전화: 061 763 9250
 
남도바닷길이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테마여행 10선’ 사업을 출범했다.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 3~4개 관광명소들을 발굴·개선해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여수·순천·보성·광양이 속해 있는 남도바닷길도 그 10선 중 하나다. 바다와 문화, 노을 경관을 주요 테마로 정해 낭만 여행객, 슬로우족, 힐링족을 겨냥했다. 추천 여행일정은 4박 5일이며, 이동거리는 약 250km다.
 
글·사진 강수환 인턴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