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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선 인물 자랑, 마을 자랑은 하지 말 것

  • Editor. 강수환
  • 입력 2018.02.0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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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해룡면에 위치한 와온마을에 가면 동쪽으로 여수, 남서쪽으로 고흥반도와 순천만에 인접한 와온해변이 있다.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변이다. 이쯤 되면, 남도 어디에 있든 환상적인 노을은 보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와온공원에 올라가 개펄을 한번 쓱 조망해 본다. 햇빛에 반사된 개펄이 정교한 흑진주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물이 다 빠지면 S자 길이 보인다던데, 내가 갔을 땐 길이 드문드문 보이는 어중간한 상태였다. 이곳은 꼬막 생산지로 유명한데, 특히 10~5월이 제철이란다. 바닷바람을 쐬며 설명을 들으니 갓 삶은 꼬막에 소주 한 잔 생각이 절로 났다.
 
낙안읍성마을의 성곽을 따라 올라가서 바라본 전경
마을주민들은 600년 된 은행나무를 경건하게 대한다
순천 와온마을 앞, 꼬막이 잘 잡히기로 유명한 개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성문을 만났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민속촌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마을은 실제로 100여 가구가 거주하며 살림살이를 해 나가는 동시에,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곳이다.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데, 마을의 모습이 머리를 푼 여인 같아서 대대로 미인이 많았다는 전설도 있다. 여수에서는 돈 자랑하지 말고, 벌교에서는 주먹 자랑하지 말고, 순천에선 인물 자랑하지 말라고 하던데,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미인의 도시라니, 여행 내내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쳐다보게 됐다.

마을의 주문은 동문낙풍루인데 특이하게 장승이 아니라 개 모양의 석구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세월의 흔적으로 개의 형체를 잘 알아볼 순 없었지만, 사이즈도 실제 개와 비슷한 게 동글동글하니 귀여웠다. 석구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해설가의 설명에 다들 손을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2018년 황금 개띠의 해, 행운이 오길 빌며 마을로 입장했다. 집들은 전부 전통적인 형식의 초가집이었다.
 
가운데 길을 따라 쭉 들어가다 보니, 600년 된 은행나무가 왼편에 턱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에 말뚝을 박고 줄을 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금해 놓았다. 마냥 달갑지 않은 은행 냄새가 풍겼지만, 확실히 그 위용은 600년의 세월을 자랑했다. 길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낙민루를 통과하면 수령이 정무를 집행하던 동헌이 나온다. 대문에서부터 보초를 선 병사, 죄인을 혼내는 수령, 부엌일을 하는 아낙네까지 다양한 마네킹을 만들어 놓아 관람하는 재미가 있다. 

낙안읍성에는 매년 약 200만명이 찾아온다고 한다. 사생활 문제로 주민들이 힘겨워 하는 부분도 있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소음을 만드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주민 분들은 이를 잘 극복하고, 관광수입의 약 40%를 장학 재단을 비롯해 사회 환원에 쓴다고 한다. 순천에서 인물 자랑을 하지 말라는 건 비단 외모 이야기만이 아닌가 보다.
 
낙안읍성마을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전화: 061 749 8831
매표 12~1월 09:00~17:00/ 2~4월, 11월 09:00~18:00/ 5~10월 08:30~18:30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
홈페이지: www.suncheon.go.kr/nagan
 
 
▶추천맛집
대대선창집

큰 뚝배기에 담긴 4인분짜리 짱뚱어탕이 인기 있다. 처음엔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국자를 양보하더니, 뒤로 갈수록 눈치싸움을 하게 된다. 국물이 되직하고, 내용물도 참 알차다. 짱뚱어와 시래기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내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다. 더불어 장어뼈 튀김, 삶은 닭고기, 젓갈, 전 등 20여 반찬이 곁들여진다. 

주소: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42 
가격: 짱뚱어탕 1인분 1만1,000원, 4인분 4만원, 장어구이(1인분) 3만원 
오픈: 08:30~21:00 
전화: 061 741 3157
 
글·사진 강수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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