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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같은 사람과 가고픈 멕시코 로스카보스

  • Editor. 김예지
  • 입력 2018.02.0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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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 CABOS
로스카보스에 해가 뜨면 좋겠다
 
당연한 존재감은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 너무나 확고해서
마침내 하나로 느껴지는 것이다.
어느 날 훅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괜한 걱정은 필요 없다.
로스카보스의 해, 바다, 사막처럼 그도 그랬으면 좋겠다.
 
로스카보스의 해와 바다는 언제나 눈이 부시고, 야자수는 살가웠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휴양지로, 커플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로스카보스
카보산루카스. 사람보다 큰 선인장이 이국적이다

●우리가 만날 확률은 95.9%

다행 혹은 당연히, 4.1%에 들지 않았다. 1년 365일 중 350일 해가 뜬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공항 앞에 버티고 선 사람만 한 선인장들에 멕시코에 온 것을 실감했다. 햇빛은 쨍하고 공기는 더운데 습하진 않아 꿉꿉하지 않다. 이 정도면 괜찮겠구나, 호텔로 가는 차창을 활짝 열어젖혔다. 오른쪽은 사막이요 왼쪽은 바다니 ‘우황좌청(右黃左靑)’. 서로 너무도 다른 양쪽 풍경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맘대로 사자성어도 하나 만들었다. 직접 가 본 일행에게 듣기론 칸쿤(Cancun)과는 또 다른 느낌이란다. 더 이국적이고 ‘멕시코’스러우며 무엇보다 아직은 한국인이 드물다는 평에 힘을 실었다. 

로스카보스는 지리상 수평으로 칸쿤과 정 반대편 끝에 있다. 카보(Cabo)라는 이름도 ‘끝, 가장자리’라는 의미다. 수직으로 보면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같은 미국 도시와 가까워 제니퍼 애니스톤, 톰 행크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접근성이 아니더라도 날씨, 해변, 사막, 음식 등 로스카보스가 가진 건 많다. 딱 하나 흠이라면 바닥 경사가 급한 탓에 해수욕이 어렵다는 거지만, 덕분에 아주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친환경 해수욕장에만 수여된다는 ‘블루 플래그(Blue Flag)’* 인증을 받은 해변이 로스카보스에만 5개가 있다고. 산호세델카보(San Jose Del Cabo)와 카보산루카스(Cabo San Lucas) 두 도심을 잇는 해안선을 코리도(Corridor)라 부르는데, 이 해변을 따라 럭셔리 리조트와 골프장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꼭 할리우드 스타만 사랑하란 법은 없으니까. 로스카보스는 허니문 여행지로 막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이번 여행은 나에게 ‘사전 답사’쯤 됐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게으른 아침을 맞고, 잔디 밭 위에서 뒹굴뒹굴 오후를 보내고, 핑크빛 석양 아래 타코 한 접시에 코로나 한 병을 시원하게 들이켜 봤다. ‘그래, 바로 여기야!’ 그러고선 꼭, 그와 다시 오리라 다짐했다. 

머지않아 모를 일이긴 하다. 곧 유명세를 타 사람들이 모여들면 지금의 이 한적한 공기가 깨질지도. 그래도 적어도 이것만은 95.9% 정도 확신할 수 있다. 그때도 로스카보스에는 오늘처럼 해가 뜰 것이고, 바다와 사막이 든든하게 곁을 지켜 줄 거라고. 그렇다면 나에게는 함께할 ‘그’를 찾는 일만 남았다. 늘 한결같이 따사로운, 로스카보스 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 또한 95.9%라면 참 좋겠다.
 
*블루 플래그│글로벌 비영리단체 환경교육재단(FEE)이 친환경적인 해수욕장과 마리나, 관광보트에만 수여하는 국제인증. 1987년 유럽 10개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2016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완도 명사십리해수욕장이 인증 사전단계인 ‘파일럿 블루 플래그’ 인증을 받았다.

●Every Single Moment in Los Cabos
매 순간이 달랐던 올 인클루시브

 
룸과 수영장, 레스토랑만이 아니었다. 하늘빛과 파도소리, 바람과 야자수마저 올 인클루시브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순간들을 어느 하나 흘려보내고 싶지가 않아서, 로스카보스를 기록하는 데는 그래서 시계가 필요했다.
 
어느 한 순간도 같은 적이 없었던 야자수의 춤사위
커튼을 여는 순간, 바다는 주저 없이 안겨 왔다
지금껏 본 호텔 로비 중 단연 최고, 마르퀴스 로스카보스 리조트 & 스파의 로비

▶05:10 PM
#Check-in, #Best Lobby Ever, #El Arco
올 인클루시브의 서막

카드게임에 비하자면 이런 상황 같았다. 무엇부터 꺼내야 하나 모두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시원하게 카드 한 장을 내민다. 그것으로 게임은 끝났다. 갖고 있던 모든 카드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지만, 승복할 밖에. 뒤집힐 여지가 없는 최고의 패다. 

그저 로비에 들어섰을 뿐인데 말이다. 마르퀴스 로스카보스(Marquis Los Cabos Resort & Spa)의 첫인상은 그토록 강렬했다. 거대한 아치형 프레임 사이로 푸른 바다가 포옥 눈에 들어왔다. 아치의 양쪽 끝에는 신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날개 달린 조각상이 우아한 포즈를 취하고 있고, 그 아래 듬성듬성 커다란 야자수 잎이 바람에 몸집을 살랑인다. 호텔 체크인이 이리도 설렐 줄이야! 대기 시간 동안 내 차례가 영영 오지 않길 바란 건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마음이 이리도 들뜬 데는 사실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올 인클루시브’.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가능하다. 수영장엘 먼저 가야 하나, 룸서비스를 시켜 먹어야 하나? 이제 막 방에 들어왔지만 조바심이 앞섰다.

캄캄한 방부터 밝히기로 했다. 커튼을 열자 창문 틈으로 빼꼼, 빛이 새어 들어왔다. 찰싸닥찰싸닥. 주저하던 바다가 급기야 와락 다가와 안겼다. 본격적인 올 인클루시브의 서막이었다.
 
마르퀴스 로스카보스 리조트 & 스파
주소: Carretera Transpeninsular Km 21.5, Fracc. Cabo Real, San Jose del Cabo, Baja California Sur 23400, Mexico 
전화: +52 624 144 2000 
홈페이지: www.marquisloscabos.com
 
로스카보스의 상징
엘 아르코(El Arco)

로스카보스가 속한 바하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 반도 최남단에는 ‘엘 아르코’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아치(Arch)’라는 이름의 뜻 그대로 둥그런 아치형 모양을 하고 있다. 로스카보스의 끝(Cabo)까지 가야만 볼 수 있는 대표 명소로, 따라서 아치는 로스카보스의 상징으로 통한다.
 
내일 또 올 걸 알면서도 어찌나 기다려지던지
 
▶08:15 AM
#Secret Box, #Morning, #Song for You
비밀의 통로로 아침을 맞다

또 올 걸 알면서도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비밀의 문을 열었다. 객실 문 바로 옆에 있는 ‘시크릿 박스(Secret Box)’다. 룸서비스에 들어간 접시와 식기 등을 메이드가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고 가져가기 위한 ‘통로’인 셈인데, 이 문을 통해 아침마다 모든 객실에 빵과 커피가 배달됐다.

눈을 뜨자마자 거의 자동적으로 시크릿 박스를 열곤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와 달달한 빵과 쿠키가 담긴 트레이를 들고서 바다가 내다보이는 테라스로 나갔다. 음악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침대 옆에 놓인 스피커는 한 번도 켜지 않았다. 파도소리는 그 어떤 배경음악보다 산뜻한 기분을 내 주었으니까. 마침 생일을 맞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쯤 캄캄한 밤일 그녀에게 로스카보스의 아침을 가만히 들려주는 것으로 축하 노래를 대신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풀 사이드에서 보낸 데는 그만큼 낭만적인 이유가 있었다 

▶01:30 PM
#Pool Side, #Sea, #Paradise
이 노래의 마침표는 천국이겠지

바다가 아니지만 바다에 아주 가까웠다. 인피니티 풀의 경계에서 대롱대롱 두 팔을 걸치고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바라볼 때면 말이다. 로스카보스는 해수욕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 대신 대부분의 리조트들이 해변 ‘바로 앞’에 자리해 있다. 그중에서도 풀 사이드는 바다와 가장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을 터. 덕분에 수영장 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이곳이 바다가 아니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어릴 적 부르던 노래가사처럼 부지런히도 드나들었다. 물에 몸을 담갔다가 선 베드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그러다 출출해지면 바에 놓인 스낵과 음료로 허기를 채우고 다시 풍덩. 그렇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풀 사이드에서 보냈다. 기억하기론, ‘땡’ 노래의 끝에 무시무시한 해골이 그려졌던 것 같은데. 로스카보스 노래의 끝은 낙원이로다. 
 
잔디의 질감과 온도, 그 모든 것들이 선연하다. 그립다

▶04:20 PM
#On Green, #Calm and Relax, #Los Cabos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이런저런 얘기나 해요. 연애도 좋고, 하고 싶은 것도 좋고, 아무거나. 소소한 걸로.” 습관적으로(혹은 묘한 불안감에)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나를 두고 일행은 말했다. 풀 사이드에 자리한 조그마한 잔디밭 위에서였다. 한 쪽에 놓인 농구 코트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고, 금발의 가족은 우리 식으로 하면 투호와 비슷한 ‘골인’ 게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쨍하던 해가 뉘엿뉘엿 내리막을 타고 있던 즈음, 우리는 잔디밭 한 켠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모히토와 마티니 한 잔씩을 주문했다.

거창하지 않은 한낮의 오후였다. 그런데 지금도 로스카보스를 생각하면, 이 장면부터 아른댄다. 긴 영화 한 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몇 장면으로만 뇌에 각인되는 것처럼, 뭐 그런 것일 테다. 장면 장면을 머릿속에 그릴 때마다 로스카보스가 그립다. 영화는 다시 돌려 볼 수나 있지, 여행은 그럴 수가 없는데. 사진이라도 열심히 찍어 둘 걸 하며 아쉬워하던 차 일행이 가했던 일침이 떠오른다. “가장 소중한 순간은 카메라가 아니라 직접 기억하는 거예요!” 요즘 자꾸만 기억력이 감퇴해서 고민인데 그날 오후는 이상하리만큼 생생하다. 그의 말은 아마도 진리였나 보다. 
 
로스카보스의 해 질 녘은 핑크빛이었다.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06:45 PM
#Magic Hour #Corona and Friends, #Una Mas Tequila
멕시코에서 취해야 할 두 가지 마법

핑크빛 석양이 드리우면 마법의 주문을 걸었다. “우나 보테야 포르 파보르Una botella por favor(한 병 부탁해요)!” 멕시코에서 빠질 수 없는 코로나(Corona)*였다. 곁들일 레몬을 주문하려던 와중에 전해들은 얘기에 의하면, 코로나에 레몬을 넣어 먹는 것에도 스토리가 있단다. 멕시코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예부터 술에 라임이나 레몬을 넣어 먹곤 했는데, 이러한 습관이 자연스레 코로나에도 적용됐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멕시코 사람들의 심정은 직접 마셔 보고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코로나에 레몬 한 조각을 넣으니 그 맛이 상큼한 데다, 탄산이 확실히 덜해졌다. 벌컥벌컥 마시기에 유리했다.

밤이 깊어 오면 더욱 강렬한 주문이 필요했다. 테킬라(Tequila)! 식수가 귀한 사막지대라 물 대신 마신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로스카보스에서 역시 테킬라는 일상적인 존재다. 그렇다고 커피에마저 테킬라를 넣을 줄은 몰랐다. 에스프레소에 테킬라와 깔루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섞고 불을 붙여 따뜻하게 데운 후, 컵 테두리에 흑설탕을 둘러 마무리. 일명 ‘테킬라 커피’다. 타오르던 불이 막 사그라진 커피 한 잔을 바텐더가 건넸다. 그 맛은 정직하게도 제조순서와 같았는데, 처음에 훅 치고 올라오는 테킬라 향이 서서히 가시더니 커피와 깔루아,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향이 그 뒤를 이었다. “우나 마스 테킬라Una mas tequila(테킬라 한 잔 더요)!” 이후 몇 번이나 주문을 외쳤는지 모른다. 로스카보스의 식수 절약을 위해서라는 변명과 함께.
 
*코로나│멕시코를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 1925년 코로나 엑스트라를 시작으로 코로나 라이트, 코로니타 엑스트라 등 다양한 라인을 출시했다. 
 
 
아는 만큼 맛볼 것이니
테킬라의 종류

테킬라는 크게 블랑코(Blanco), 골드(Gold), 레포사도(Reposado), 아녜호(Anejo) 네 가지로 각각 ‘흰’, ‘황금의’, ‘휴식을 취한’, ‘숙성한’이라는 뜻이다. 아녜호로 갈수록 숙성기간이 길어지는데, 그만큼  노란빛의 색이 진해진다. 블랑코가 강렬하게 딱 떨어지는 맛이라면 아녜호에 가까울수록 맛이 묵직하고 조금은 달달한 여운이 남는다. 
 

▶12:00 AM~12:00 PM
#Never Ending, #Full Day, #All Inclusive Mind
삼시세끼 그 이상을 노려라

배고플 때가 적기다. 마르퀴스 로스카보스 리조트의 레스토랑들을 ‘탐방’하는 데 정해진 시간은 없었다. ‘비스타 발레나스(Vista Ballenas)’에서 풍성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늦은 점심으로 멕시칸 레스토랑 ‘도스 마레스(Dos Mares)’에서 간단하게(?) 치킨 타코 한 접시에 나초, 해가 어둑해질 때쯤엔 일식 레스토랑 ‘사케(Sakke)’에서 초밥에 사케를 먹었다. 삼시세끼라는 규칙도 잊은 지 오래다. 조식을 먹었던 비스타 발레나스로 다시 내려가 테킬라 커피로 따뜻하게 속을 데우고는 야식으로 룸서비스를 주문하거나 방에 있는 미니바를 탈탈 털었다. 올 인클루시브 정신으로나 가능한 쾌거였다. 
 
글·사진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아에로멕시코항공 world.aeromexico.com, 팍스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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