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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파리가 또 있다, 몽펠리에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8.02.0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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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Can Wait
파리로 가는 길 
 
당신은 남프랑스를 좋아했다. 
따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로드 트립의 시작은 당신 때문이다.
온기가 그리운 겨울, 떠오른 건 남프랑스였다. 
 
몽펠리에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와 페이루 왕실 광장 사이에 있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 Paris Can Wait>에서 파리는 배우로 치면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파리가 그런 취급을 받아도 되나 싶겠지만 영화를 끝까지 감상하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되어 버린다. 잠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 영화 속 여주인공 ‘앤’은 영화 제작자 남편과 함께 칸에 간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부다페스트 일정을 포기하고 파리로 가기로 계획을 변경한다. 남편의 사업 파트너인 ‘자크’가 자처해 그녀를 자동차로 파리까지 데려다 주기로 하는데 능글맞으면서도 로맨틱한 성격의 자크와 파리로 가는 길, 작고 예쁜 마을마다 차를 멈추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잔잔하고 낭랑하다. 영화에서 주연은 파리가 아닌 엑상 프로방스, 리옹 등 동남부 프랑스다. 소박하지만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동남부 프랑스에서 파리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낭만 가득한 풍경이 90분 내내 펼쳐진다. 

이번 기사의 제목은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을 차용했다. 남프랑스의 숨은 보석과 같은 도시 몽펠리에, 툴루즈 그리고 보르도에서 파리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몽펠리에는 1,000년 역사의 도시다. 가장 오래된 건물이 12세기에 지어졌다. 구시가지 골목을 걷다 보면 금세 중세시대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리틀 파리가 있다면, 여기 
몽펠리에 Montpellier
 
비가 추적추적 내린 밤. 왜일까. 
몽펠리에에서는 비를 맞으며 
걸어도 마음이 달뜬다. 
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 청춘들의 
노래 소리마저 한없이 가볍다. 
 
몽펠리에에 살고 싶다 

질문을 받았다. 몽펠리에에 도착한 첫날 저녁식사 자리에서였다. 몽펠리에관광청 피아 펜조(Pia Penzo) 매니저는 ‘몽펠리에’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지 물었다. 사실 조금 막막했다. 몽펠리에는 마르세유와 리옹, 툴루즈, 엑상프로방스 등 남프랑스의 주요 도시와 가까운 도시 정도라는 것 외에는 잘 몰랐던 낯선 도시였으니까. 그녀는 나의 짤막한 대답에 고개를 잠시 끄덕이더니 몽펠리에를 ‘젊음의 도시’로 소개했다. 

“몽펠리에 전체 인구 30만명의 50퍼센트 정도가 35세 이하에요. 또 그중 25퍼센트는 학생들이죠. 몽펠리에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만 9,000여 명이 넘어요. 12세기에 세워진 의대를 비롯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이 많은 도시거든요. 올드 타운이 젊은 학생들로 북적이니까, 언제나 활기가 넘칩니다.” 

프랑스 내에서 몽펠리에는 살기 좋은 도시로 통한다. 남부 도시만의 맑고 따뜻한 날씨뿐만 아니라 신도시 개발이 한창 이어지면서 발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이자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보일 만큼 프랑스인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몽펠리에는 12~14세기 부유한 도시로 통했다. 항구를 통해 울, 향신료 등 무역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건물 중 12세기에 지어진 건물이 가장 오래됐다. 17세기 종교전쟁 이후에는 변호사나 증권가 고위직 등 신흥 부르주아를 비롯한 정부 관리들이 몰려와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들은 약 2세기 동안 막대한 돈을 들여 개인 소유의 고급 맨션을 짓고 도시를 개발했다. 지금도 몽펠리에에는 당시의 화려했던 개인 주택이 일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몽펠리에 관광안내소에서 운영하는 가이드투어에 참여하면 당시 화려했던 맨션의 속살을 직접 둘러볼 수 있다. 중세 시대의 건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거리를 걸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이 밝고 환하다. 예나 지금이나 몽펠리에는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가 맞나 보다. 
 
페이루 왕실 광장의 저녁
파브르 미술관 1층에는 렁센세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몽펠리에 구시가지의 중심인 코메디 광장 
 
파리를 닮고 싶었다는 도시 

여행자의 눈에도 몽펠리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몽펠리에는 파리를 닮았다. 아니 닮고 싶어 했다. 도시 곳곳에 오페라 하우스며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까지 파리와 닮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로 가득하다. 몽펠리에를 ‘리틀 파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또 도시는 피아 매니저가 말한 대로 활기차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구시가지 골목이 젊은 학생들로 가득해 구석구석 생기가 돈다. 학생들이 많으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도 많다. 다운타운에서 10km 거리에는 지중해를 낀 해변이, 가까운 곳에는 또 고성을 가진 와이너리가 대여섯 개 흩뿌려져 있으니 이정도면 남프랑스 로드 트립의 주연급으로 부족함이 없다. 

몽펠리에의 중심은 코메디 광장(Pla medie)에서 시작한다. 1755년 지어진 광장 한가운데에는 세 여인의 조각상으로 장식된 분수가 자리하고, 파리의 것과 닮은 화려한 오페라 하우스도 있다. 광장이 타원형이라 ‘달걀 광장’이라고도 부른다. 몽펠리에 트램의 여러 노선이 거쳐 가고 기차역과도 5분 거리인 교통의 중심지라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 이른 아침을 코메디 광장에서 시작한다면 개선문, 페이루 왕실 광장, 대성당까지 반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다. 코메디 광장에서 북서쪽으로 쭉 올라가면 작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엉켜 있다. 골목길에 쏙쏙 박혀 있는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갤러리, 부티크 의상실 등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17세기 부르주아들이 지은 고급 맨션들도 이 부근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개선문이 보이자 일행 중 한 명이 콧노래를 부른다.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파리의 개선문보다 5분의 1쯤은 작아 보였지만 개선문 앞으로 난 포슈 거리는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보다는 좀 더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이다. 양옆으로 가득한 상점들이며 몽롱한 불빛이 정말이지 파리의 것과 쏙 빼닮았다. 
 
●리틀 파리, 몽펠리에를 걷다 

몽펠리에에서는 모든 여행이 가능하다. 오전에는 중세 시대로 돌아가 걸어 보고, 오후에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여유를 부려 보자. 시간이 허락한다면 와이너리 투어나 바닷가 산책도 노릴 수 있다. 하루면 가능한 몽펠리에 필수 스폿. 
 

몽펠리에의 뜨거운 심장
코메디 광장 Place de la Comedie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 몽펠리에 구시가지의 중심이다. 트램 노선이 가장 많이 지나치는 곳으로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 광장 가운데에는 헤라와 아프로디테, 아테나까지 그리스 신화의 아름다운 세 여인을 조각상으로 장식한 화려한 분수가 있다. 에티엔느 당트완의 작품으로 1796년 세워졌다. 
주소: Place de la Comedie, 34000 Montpellier 
 
클래식을 사랑한다면 
몽펠리에 오페라
Opera Orchestre National Montpellier Languedoc-Roussillon

오페라 공연장은 코메디 광장에 있다. 1755년 처음 개관했고 2002년 국립 오페라단으로 승격됐다. 클래식 음악 공연이 주로 열린다. 주 공연장은 1,2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주소: 11 Boulevard Victor Hugo, 34000 Montpellier 
전화: +33 4 67 60 19 99   
홈페이지: www.opera-orchestre-montpellier.fr
 
개선문에 오르는 일 
개선문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면 개선문 위에도 오를 수 있다. 개선문 위까지는 총 90개의 원형 계단으로 이어진다. 개선문에 오르면 한쪽으로는 페이루 왕실 광장이, 또 한쪽으로는 샹젤리제 거리가 펼쳐진다. 
주소: Rue Foch, 34000 Montpellier 
 
루이 14세의 영혼이 깃든 광장 
페이루 왕실 광장 Place Royal du Peyrou

루이 14세를 기리기 위해 17세기 말 지어졌다. 광장 한가운데 있는 것이 루이 14세 동상이다. 네모반듯하게 다듬어진 나무가 양옆으로 가득한 것이 인상적이다. 생 클레망(Saint-Clement) 수교도 보인다. 
주소: 230 Place Jacques Mirouze, 34000 Montpellier
 
고성일까, 성당일까? 
몽펠리에 생 피에르 대성당 Cathedrale Saint-Pierre de Montpellier

원뿔형 지붕의 탑 2개가 자리해 마치 고성과 같은 느낌이다. 고딕 양식의 성당 내부에는 몽펠리에가 낳은 17세기 화가 세바스티앙 부르동의 작품이 다수 걸려 있다. 
주소: Rue Saint-Pierre, 34000 Montpellier 
전화: +33 4 67 66 04 12 
홈페이지: www.cathedrale-montpellier.fr
 
몽펠리에가 사랑한 유럽 예술 
파브르 미술관 Musee Fabre 

몽펠리에를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 등 명성 높은 작가의 경우 작품 제작 전 모델링한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1층 레스토랑 렁센세(L’Insense)는 높은 천장과 감각적인 작품들로 갤러리에서 식사하는 기분이 든다. 3코스 식사가 34유로. 
주소: 39 Boulevard Bonne Nouvelle, 34000 Montpellier 
전화: +33 4 67 14 83 00
홈페이지: museefabre.montpellier3m.fr
 

▶tour 
몽펠리에 근교 와이너리 투어 
샤토 드 렁갸랑(Chateau de I’Engarran)

다운타운에서 약 40분 거리에 5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오는 와이너리가 있다. 프랑스식 정원과 작은 저택이 딸린 아름다운 와이너리다. 시라, 무르베드르, 카베네 소비뇽 등 8가지 포도 품종을 수확한다. 
주소: 34880 Laverune 
전화: +33 1 42 04 94 54 
홈페이지: www.chateau-engarran.com
 
▶restaurant
작은 정원이 있는 레스토랑 
르 프티 자르뎅(Le Petit Jardin) 

레스토랑 이름은 ‘작은 정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란색 가로등 아래 여심을 흔드는 비주얼의 레스토랑에는 정말로 작은 정원이 딸려 있다. 레스토랑은 10년 넘게 운영 중인데 맛, 가격, 분위기까지 삼박자를 갖춰 주말이면 넓은 홀과 야외 정원까지 예약 없이 방문하기 어려울 정도. 레스토랑은 프랑스 정통 코스요리를 선택할 수 있는 공간과 가볍고 캐주얼한 메뉴 선택이 가능한 비스트로로 나뉘어져 있다. 코코넛 오일과 가재 머리, 채소를 이용해 소스가 일품인 감바스를 추천한다. 
주소: 20 Rue Jean Jacques Rousseau, 34000 Montpellier
전화: +33 4 67 60 78 78 
가격: 애피타이저 9~11유로, 메인요리 18~19유로, 3코스 32유로 
 
글·사진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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