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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말하는 캐나다 가족 여행] 달콤한 여행,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를 찾아

  • Editor. 이종상
  • 입력 2018.02.1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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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여행의 진면목
 
아내와 단 둘이 달콤한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는다. 마지못해 틈새 시간을 이용한 일명 ‘자투리 여행’을 시작했다. 자투리 천들을 기워 만든 명주 보자기를 생각한다면 자투리라고 업신여길 수는 없다.

자투리 여행으로는 문화를 접목한 음식 축제가 제격이다. ‘토론토의 맛 축제(Taste of Toronto)’, ‘미드랜드 버터 타르트 축제’(Midland Butter Tart Festival) ‘,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Niagara Icewine Festival)‘가 그렇다. 우리 부부는 자투리 여행의 행선지로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를 택했다. 요크셔 푸딩을 사오겠다는 말로 아이들을 떼어두고, 둘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웨인 그레츠키 와이너리의 2015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과 초콜릿 아이스와인 컵케익
 
캐나다 아이스와인 입문하기 

<신의 물방울> 속 주인공들처럼 와인 맛에 대한 풍성한 표현력이나 지식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아이스와인 축제만큼은 이야기할 거리가 있다.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는 트웬티 밸리(Twenty Valley),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Niagara-on-the-Lake, NOTL), 나이아가라 폴스(Niagara Falls) 3곳에서 열리는 행사를 통칭하는 축제로, 매년 1월에 개최된다.
 
온타리오주 와인 아펠라시옹(Appellation) 3 지역
나이아가라 반도(Niagara Peninsula)의 와인 서브 아펠라시옹(Sub-Appellation) 10 지역
 
 
캐나다 정부는 와인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VQA(Vintners Quality Alliance) 협회를 만들었는데, 제시한 기준을 통과한 와인만이 라벨에 VQA를 표시할 수 있다. 온타리오에서 포도 원산지인 아펠라시옹(Appellation)을 표기하는 지역은 나이아가라반도를 포함해 세 지역뿐이다.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Niagara-on-the-Lake)의 포도 수확이 끝난 포도밭
 
캐나다 아이스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겨울이 오면 포도의 수분이 증발해 당도가 높아진다. 때문에 이곳에서 포도 수확은 12월 중순부터 늦게는 3월까지 기다렸다 영하 8도 이하로 떨어진 한밤중에 이루어진다. 포도 속 수분이 얼어있는 상태에서 압착했을 때에만 비로소 100% 순수 포도즙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너무 세게 누르면 얼음이 녹거나 부서져 당도가 떨어지고, 압착이 약하면 과육의 양이 줄어든다. 이렇게 얻어진 순도 100% 포도즙은 컨테이너에 담겨져 발효실로 옮겨진다. 당이 알코올로 발효되는 과정을 거쳐 여름을 지나면 달콤하고 향긋한 아이스와인의 모습으로 식탁에 오르게 된다.

아이스와인에 가장 많이 쓰이는 포도는 비달과 리슬링 품종이다. 비달은 포도 알맹이가 충분히 익더라도 쉽게 줄기에서 떨어지지 않아 레이트 하비스트(late harvest: 늦수확) 와인을 생산하는데 효과적이다. 독일 아이스와인에 주로 쓰이는 리슬링은 열매가 여무는 시점이 10~11월 사이로 늦어 높은 산도와 당도를 함유하게 된다. 비달과 리슬링의 특징인 두꺼운 껍질이 겨울철 차가운 온도로 부터 과실을 보호해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데 제격이다. 나무 한 그루에서 나오는 아이스와인의 양은 보통 375ml으로 한 병 분량이다. 
 
1 바스켓 프레스(Basket Press) 2 언 포도 (Frozen grape) 3 포도 수 확기(Grape Harvester) 4 아이스와인(Icewine)
 
캐나다 아이스와인이 좋은 이유

아이스와인의 유래는 1794년 독일 프랑코니아(Franconia)에서 시작된 ‘아이스바인(Eiswein) ’이다. 하지만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만든 아이스와인이 유명한 이유는 나이아가라 반도의 기후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아이스와인용 포도를 영하 6도에서 수확하는 반면, 캐나다는 법적으로 영하 8도에서 수확하게 돼 있다. 게다가 리프 와이너리는 영하 10~11도에 수확한다고 하니, 포도의 태생부터가 아이스와인의 차이를 만드는 셈이다.
 
Twenty Valley 겨울 와인축제 현장
글루바인(Gluhwein)을 판매하고 있는 히든 벤치 와이너리(Hidden Bench Winery)
 
트웬티 밸리 겨울 와인축제(Twenty Valley Winter Winefest)
 
트웬티 밸리 와인축제는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 가운데 제일 먼저 열린다. 처음 이곳을 찾았던 9년 전이나, 취재차 방문했던 4년전이나 분위기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터운 점퍼와 털모자 복장을 한 채, 와인잔을 손에 들고 수다를 떨었다. 라이브 음악에 맞춰 몸을 가볍게 흔들며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마을 축제처럼 정겹다. 

21달러를 내고 토큰 7개를 받았으니 하나에 3달러인 셈이다. 토큰 값도 올랐다. 매년 토큰 모양이 바뀌어 해가 지나면 사용할 수 없다. 토큰은 필요한 만큼 사서 쓰는 게 미덕이다.

워밍 텐트(Warming tent)에서는 아이스와인의 전과정을 설명하는 세미나가 한창이었다. 행사장에 우뚝선 이정표를 보고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줄이 긴 부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호기심도 있지만 손님이 많은 곳의 와인은 손해 볼 확률이 낮다. 

그곳에서는 겨울이 몹시 추운 독일에서 원기 회복이나 감기 예방을 위해 마신다는 글루바인(Gluhwein)을 팔고 있다. 북미에서는 뮬드 와인(Mulled wine)으로 통한다. 레시피도 얻었다. 리슬링 와인 2병과 제각기 다른 형태로 자른 레몬과 오렌지, 여기에 작은 시나몬 스틱 2개와 클로브 5개, 카다멈 포드 1~2개. 마지막으로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넣고 30분간 은근히 끓이면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의 글루바인이 완성된다. 글루바인 한 잔과 아이스와인이 들어 간 도넛을 같이 먹었다. 도넛 하나에 토큰 한 개, 블루바인 한 잔에 토큰 2개를 사용했다. 
 
1 아이스와인 도넛 2 아이스와인 붉은 양배추를 얹은 베니슨(Venison; 사슴고기) 소시지 핫도그 3 오크통 굴리기 대회 장면 4 솔방울 모양의 화덕(fire pit)

솔방울 모양의 화덕에 손을 쬐며 ‘오크통 굴리기’ 경기를 기다리는 무리 속으로 들어 갔다. 오크통 굴리기 대회(Barrel rolling)는 4년 전에 비해 참가자가 적어 보였다.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직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오크통 굴리기는 ‘대회’라기 보단 ‘도전(challenge)’에 가까웠다. 내년부터는 규칙을 바꿔 관광객도 참나무통 굴리기에 참가할 수 있다면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Niagara-on-the-Lake) 아이스와인 축제 현장
1 축제 현장에서 악단이 흥겹게 분위기를 띄우는 장면 2 프린스 오브 웨일스 호텔 전경​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 아이스와인 축제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의 상징인 프린스오브웨일스 호텔(Prince of Wales Hotel)은 여전히 우리를 반겼다. 1901년 프린스 오브 웨일스가 이 호텔에 머물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빅토리안 풍의 단아한 자태를 볼 때마다 언젠가 한 번은 이곳에서 아내와 에프터눈 티를 즐기리라 마음먹었다. 

나이이가라온더레이크 아이스와인 축제 현장을 조망했다. 23년 전에 시작된 이 축제는 26개의 와이너리에서 수금(Liquid gold)이라고 불린 아이스와인을 판매한다. 트웬티 밸리 축제와 마찬가지로 토큰으로 아이스와인과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게 자투리 여행의 단점이다. 서둘러 디스커버리 패스(Discovery Pass)를 이용해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에서 가까운 와이너리부터 방문하기로 했다. 패스는 축제에 참여한 와이너리 중 8 곳을 방문해 맛볼 수 있는 바우처가 포함됐다.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은 45달러다.
 
아이스와인과 연어 샐러드
 
와인을 마실 때 4가지 필수요소는 좋은 와인과 음식, 좋은 잔 그리고 좋은 사람이다. 와인과 음식, 잔은 와이너리에서 내주었고, 옆에는 아내가 있으니 필수요소는 모두 갖추어진 셈이다.

축제 홈페이지에서 각각의 와이너리가 어떤 와인과 어떤 음식을 궁합으로 내놓는지 리스트를 확인 할 수 있다. 미리 4곳의 와이너리를 찾아놓았다. 펠러(Peller Estates Winery), 리프(Reif Estates Winery), 웨인 그레츠키(Wayne Gretzky Estates Winery) 그리고 필리터리 와이너리(Pillitery Estates Winery). 공간과 맛에 대한 상상 외에는 선택 기준이 없었다.
 
펠러 와이너리 뒷마당 전경
2015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
 
펠러 와이너리

펠러 와이너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과 주방장이 만든 아이스와인 마시멜로의 조합에 끌렸다. 2015년산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은 레드 와인도 아닌 묘한 빛깔을 띄었다. 백설기 모양을 한 마시멜로는 입 속에서 아이스와인의 달콤함을 배가시켰다. 와이너리 뒷마당 모닥불에서 마시멜로를 구웠다. 아내와 함께 아이스와인을 곁들인 자리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리프 와이너리 전경
1 리프 와이너리의 2016 비달 아이스와인과 포르케타(Porketta) 샌드위치 2 애플 아이스와인을 소스를 입혀 구운 바삭한 돼지껍데기
리프 와이너리 2016 비달 아이스와인(Vidal Icewine)
 
리프 와이너리

다음은 클라우스 리프(Klaus W. Reif)가 운영하는 리프 와이너리였다. 와이너리의 이름은 리프(Reif)라는 가문 이름에서 나왔다. 리프 와이너리는 가장 오래된 포도밭에서 생산된 비달 아이스와인과 애플 아이스와인 소스를 입힌 통돼지 바비큐 포르케타를 내놓았다. 연한 돼지고기와 바삭한 돼지껍데기 샌드위치 한 입을 베어 물고 비달 아이스와인을 마시는 순간,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2016년산 비달 아이스와인만 마시면 독할 정도로 달지만, 포르케타와 함께 삼키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우리가 찾던 궁합을 이곳에서 찾았다.
 
웨인 그레츠키 와이너리 외경
 
웨인 그레츠키

한 주를 넘겨서 웨인 그레츠키와 필리터리 와이너리를 찾았다. 웨인 그레츠키 와이너리는 캐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웨인 그레츠키가 오너로 있는 양조장이다. 그가 1999년 은퇴를 하면 서 그의 등번호 99번은 NHL 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웨인 그레츠키 뒷마당에 있는 아이스링크
웨인 그레츠키 와이너리의 2015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과 초콜릿 아이스와인 컵케익
 
와이너리 뒷마당에는 아이스링크가 있어서 5달러를 내면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차 트렁크에서 스케이트를 내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웨인 그레츠키 와이너리는 2015년산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과 더블 초콜릿 아이스와인 컵케익을 내놓았다. 아이스 링크 옆에 놓인 위스키 바에 앉았다. 히터에 언 손을 녹이며 아이스와인을 홀짝거렸다. 디스커버리 패스가 없어도 괜찮다. 이곳에서 10달러만 내면 아이스와인과 컵케익을 맛볼 수 있다. 참고로, 웨인 그레츠키 와이너리는 위스키도 만든다. 
 
필리터리 와이너리 전경
필리터리 와이너리의 비달 아이스와인과 미트볼 슬라이더
 
필리터리 와이너리

책 <와인 스캔들>은 캐나다 아이스와인에서 서머힐, 랭, 필리터리가 유명한 회사라고 했다. 그래서 특히나 필리터리 와이너리의 아이스와인 맛이 궁금했다. 비달 아이스와인과 카라멜라이즈드 양파, 토마토 잼, 바삭한 프로슈토 햄, 그리고 고트 치즈 크럼블을 얹은 미트볼 슬라이더가 나왔다. 슬라이더라는 생소한 단어를 찾아보니 미니 햄버거란다. 아이스와인만큼은 만족스러웠지만 미트볼 슬라이더와의 궁합은 그저 무난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화이트 와인을 한 병 사들고 돌아왔다. 냉장고에 있던 미니 소시지 빵을 오븐에 구워 같이 먹었는데 맛이 쓰게 느껴졌다. 혹시 슬라이더의 짠 맛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글 ·사진 이종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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