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수세미만 바꿔서는 안 되는 이유
[유경동의 섹시한 호텔] 수세미만 바꿔서는 안 되는 이유
  • 유경동
  • 승인 2018.02.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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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호텔이 화제가 됐다. TV조선 CSI소비자 탐사대가 설치한 몰래 카메라에 잡힌 특급호텔의 객실정비 모습 때문이다. 한 호텔은 변기 닦은 수세미로 물 컵을 닦기도 하고, 손님이 사용한 수건 한 장은 변기, 욕조 가릴 것 없이 닦는 만능 걸레가 됐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우리 호텔만은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고는 있지만 이런 반응 뒤편에는 긴장과 불안함이 존재하고 있다. 호텔들은 방송 이후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입장을 전달하고, 혹시 모를 불똥을 방어하느라 움직임이 많아졌다. 객실정비 인원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호텔부터 식기세척기를 도입하겠다는 호텔과 아예 일회용 컵을 고려하는 호텔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모두들 알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는 입을 꾹 다문 채 날갯짓만 요란하다.

호텔 객실정비 용역 업체 A사장은 이번 일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객실정비 용역업체이자 5성급 호텔들을 거래처로 둔 H사의 임원도 누구나 다 아는 호텔과 용역 업체 간의 현실적인 문제들의 재확인을 꺼렸다. 사실 하우스 키핑으로 대표되는 호텔관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민감한 부분이다. 부당 노동의 문제나 갑을 관계 문제점으로 튀어버릴 가능성도 있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법적인 문제도 걸려 있다. 또 호텔의 입장에서는 브랜드 관리 능력이나 서비스 수준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아킬레스건이다. 호텔 경영진은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한 가장 만만한 대상으로 용역업체를 꼽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돈에서 시작됐고, 호텔은 여전히 비용 절감에서 발생한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호텔산업은 수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좋은 호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열정보다 단기간 내 수익을 내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 보인다. 호텔 관리 용역 업체 A사장은 호텔이 늘어나는 만큼 용역 업체도 많아져 수주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호텔이 아닌 대형시설로 사업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용역 수주에 적극적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호텔 측의 과도한 요구에 반하는 적은 비용을 이유로 들었다. 수주를 따더라도 다른 업체와의 경쟁을 견뎌야 하니 용역업체는 늘 을로 남아있다. 최근 중국 방한 객 감소 등의 이유로 기대수익을 밑도는 중저가 호텔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관리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그 중에서 호텔 관리 용역업체는 가장 손보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A사장은 새로 오픈한 호텔의 관리용역을 맡으며 힘들었다고 한다. 호텔 오너는 객실 정비 직원들의 용모부터 외국어 인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요청하지만 인원은 더 줄이고 1인당 객실정비 개수를 늘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했다. 호텔 정비에 들어가는 다양한 장비에 대해서 호텔 측은 눈과 귀를 닫았다. 소독용품과 용도에 따라 기능을 달리하는 최신 장비는 그야 말로 그림의 떡이다. 물론 여기에는 용도별 수세미들도 포함된다.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객실 관리 마스터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인건비를 견적에 넣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고, 바닥이 반짝거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 반 년 만에 교체 당하기도 했다고. 고객 서비스를 중시하는 호텔에서 사용될 각종 위생장비와 인체와 관련된 화학약품의 처리 등을 공부하고 직원들에게 교육시킨 시간들이 허사가 되는 순간이다. 비용을 줄이니 용역직원은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 넣기 시작했고, 이제는 호텔 관리 용역의 큰 축이 됐다. 어느 순간 고객 만족을 부르짖던 초심은 잊혀진지 오래이다. 호텔과 계약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에 14~15개의 객실을 해치우는 외국인 직원의 존재가 고맙기까지 하다. 객실관리 직원이 외국인으로 교체 된 곳은 중저가 호텔뿐만 아니라 5성급 호텔에서도 흔한 일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로 구성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취약성을 들여다봐야 본질이 보인다.

비용을 줄이고 경영 효과를 극대화 하는 일은 호텔 경영의 기본이다. 이 기본이 튼튼하지 못하면 어딘가 부실하다. 그런데 수익성을 높이고 고객을 확보하려면 상품 자체인 호텔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런 입장에서 객실관리는 상품을 가꾸는 일이므로 등한시 할 수 없다. 깔끔하게 정리된 침구의 린넨과 먼지하나 없는 가구, 윤기 나는 욕실은 고객이 호텔에 기대하는 기본이다. 무엇보다 고객이 가장 자주 만나는 메이드 직원의 밝은 인사 한마디와 미소는 호텔을 명품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객실관리를 비용절감의 측면에서만 볼 것이냐 호텔의 전략적 자산으로 볼 것이냐는 호텔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척도다. 이번 사건을 통해 호텔업계는 수세미만 바꿔서 해결될 일이 아닌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유경동
(주)루밍허브 대표 kdyoo@yoo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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