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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3분의 2를 위한 탐구생활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8.03.27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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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세계여행자 김충회씨 

세계일주를 해도, 고작 지구의 3분의 1만 돌아본 것이다. 
나머지 3분의 2를 탐험하겠다고 다짐한 남자. 
그의 깊고도 넓은 바닷길 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방촌의 카페 ‘10000LAB X 나미브’는 그가 평소에도 자주 찾는 곳이다. 카페 운영자인 남인근 사진작가의 사진은 김충회씨에게 영감을 준다
 

김충회씨는 18년차 직장인이다. 1억6,000만원짜리 비행기부터 이쑤시개까지, 안 파는 것이 없다는 SK 플래닛 11번가의 레저팀에서 일하고 있다. 모든 직장인이 그러하듯 주말과 휴가는 1초가 아까운 자신만의 시간. 김충회씨는 다음(Daum)에 입사해 제주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주말마다 낚시, 골프를 다니곤 했다. 집을 나서면 바다였고, 9홀 골프 라운딩이 1만9,000원이었다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취미는 다이빙, 자전거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이야기. 그러나 오직 다이빙으로 세계일주를 했다는 건, 취미가 아니라 모험의 차원이다. 그가 궁금해진 이유이기도 했다. 
 

47일간 다이빙 세계여행을 가다 

김충회씨는 2016년 3월, 47일간의 다이빙 여행을 다녀왔다. 지중해의 몰타, 홍해의 이집트, 카리브해의 멕시코와 쿠바, 북대서양의 캘리포니아와 하와이를 도는 일정이었다. 30대의 마지막 해에 홀로 감행한 여행이었고, 10년 장기근속자에게 주어지는 45일간의 휴가에 앞뒤로 이틀을 붙인 47일간의 꽉 찬 일정이었다. 지금까지 500회 이상 다이빙을 한 필리핀, 태국, 일본 등은 제외했고, 기간과 동선을 고려해 몰디브 여행에서 이미 만났던 인도양도 생략했다. 

세계일주를 마쳐도 지구의 3분의 1만 본 것이라니. 오로지 국가와 도시로만 구분하고 여행했던 세계의 개념도가 확 넓어졌다. 영토가 괜히 육·해·공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이빙 여행이란 것이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 기술과 정보가 필요하다.
 
다이버로서 그는 이미 전문가다. 10개가 넘는 자격증이 그 증거다. 오픈 워터로 시작해 마스터로의 실력을 쌓아 나가는 동안, 구조다이버, 보조강사, 오픈 워터 강사, 구조강사, 수중사진 스페셜티 강사, 나이트록스(Nitrox, 혼합기체) 스페셜티 강사까지 지난 10년 동안 차근차근 모아진 것들이다. 100여 명이 활동하는 사내 다이빙 동호회에서도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집트 후르가다 수중의 산호초
 
“물속에서 살겠다고 결심하고 떠났어요. 
태평양을 넘어 가능한 다양한  
바다를 만나 보고 싶었어요. 
지구의 3분의 2가 바다잖아요.”
 

차근차근 모아 온 다이빙 관련 자격증은 이제 10개가 넘는다

오래 쓴 흔적이 가득한 수경과 새로 장만한 다이빙 슈트
 
바다가 털어 놓은 속 이야기 

정보가 문제였다. 세계일주 항공권 예약은 간단한 축에 속했다. 각지의 다이빙 숍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다이버들의 로망이라는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의 수중동굴이야 종종 경험자들이 있지만 쿠바의 경우는 다이빙 숍을 찾고 예약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영국의 사이트를 검색해 어렵게 메일을 보내도 답장을 받기까지 일주일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마치 미지의 바닷속을 여행하듯 커다란 불확실성을 안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영어실력도 부족하고 확정되지 않은 것들도 많았지만 어차피 어려운 것을 즐기기로 결심하고 떠난 여행이었기에 고생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구하면 길이 열렸다. 몰타에서는 다이빙 숍 주인이 영어회화를 알려주기도 했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우연히 숍을 찾아 계획에도 없던 다이빙을 할 수 있었다. 이 여행을 통해 그는 자신감과 경험을 얻었다. 물론, 새로운 바다에 대한 갈증을 해갈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산호와 물고기만 쫓는 것이 아니라 물속의 지형과 물의 속성에 대한 새로운 체험까지, 바다는 수고로이 찾아온 손님에게 숨김없이 비밀을 털어 놓았다. 몰타의 바다에는 역사가 가라앉아 있었다. 1, 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흔적은 숱한 총알과 포탄, 가라앉은 전함, 배, 비행기 등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버려진 난파선은 인공구조물 역할을 하고 있다. 작은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되어 준다. 그 작은 물고기를 쫓아 큰 물고기들도 모여든다. 그들을 보기 위해 다이버들도 찾아온다. 고조(Gozo)섬의 비경으로 유명한 아주르 윈도(Azure Window)를 태풍으로 무너지기 며칠 전에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것도 슬픈 행운이었다. 이집트에서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졸졸 쫓아오는 귀여운 돌고래를 만났기도 했다. 

여행은 그의 수중사진 강사 자격증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는 수중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까지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난해 아이슬란드 실프라에서 찍은 사진으로 제27회 한국수중사진 콘테스트에서 광각 부문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과 정보를 모아 책을 내고 싶지만, 우선은 블로그에 성실히 정리해 두었다. 그의 블로그에 손님이 많은 이유다. 

여행을 통해 바다뿐 아니라 사람도 보았다. 나라마다 다이빙 문화도 달랐다. 한국 다이버들은 쥐가오리, 상어, 혹등고래 등의 큰 수중동물에 열광하지만 일본 다이버들은 새우, 게처럼 작은 것들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미국에서 놀랐던 점은 다이버들의 분위기가 매우 자유롭다는 것. 안전은 철저하게 개인이 책임지되, ‘꼭 이래야 한다’는 엄숙함이 없어서 놀라웠다고.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의 세노테 지형은 산속의 민물 호수인데 그 아래로 바닷물이 흐른다

“멕시코의 바다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호수에서 다이빙을 했는데 
민물과 바닷물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약층을 만들고 있었어요. 
민물에서 내려다보면 바닷물이 
우윳빛으로 보이고, 바닷물에서 
올려다보면 반대로 민물이 
우윳빛으로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것 

수면 아래의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긴 여행이 그에게 꼭 필요했던 이유에 대한 것이다. 2015년 그는 소중한 가족을 잃고 힘든 시간을 관통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근속휴가를 권장했고,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 물속에서 체류하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바닷속은 그에게 자궁처럼 편안한 곳이었으므로. 

살아 있는 동안 그의 탐험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에는 아이슬란드를 다녀오면서 북극해의 물맛도 보았다. 이제 오대양 중에서 남은 것은 남극해. 날개를 단 모습이라 ‘유빙의 천사’라고 불리는 미생물 클리오네와 푸른 유빙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칠레나 뉴질랜드에서 출발하는 쇄빙선을 타면 된다는 정보까지는 확보해 둔 상태다. 20년 이상 다이빙할 시간이 남아 있으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수중정화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인 프로젝트 어웨어(Project Aware) 재단의 봉사활동에도 참여해 볼 예정이다. 꿈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 김충회씨의 11번가 장바구니에는 1,500만원짜리 보트가 들어 있다. 보트 면허를 따 두었으니 배만 있으면 된다. 말하는대로, 생각하는대로 살게 된다지 않는가. 

미래의 바닷속 탐구생활은 그의 인생버디와 함께할 예정이다. 다이빙을 통해 만난 여자친구와 올 봄 웨딩마치를 올릴 예정이다. 반드시 두 사람이 함께 다녀야 하는 다이빙에서 인생을 같이할 버디를 얻는다는 것은 행운 중에 행운. 신혼여행지는 피지의 바다가 될 것이다. 날짜 경계선이 지나는 피지는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곳. 모든 시간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부부에게 어울리는 선택이다. 
 
“물속에 있으면 편안해집니다. 
세상이 온통 고요하죠. 
투명한 물이 있고, 들리는 것은 
나 자신의 숨소리뿐입니다. 
그 순간에 내가 정말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되죠.” 
 
제27회 한국수중사진 콘테스트 광각 부문 동상
김충회 | 아이슬란드의 얕은 수중 | Canon EOS 6D, f 5, 1/100 
 

김충회의 47일간의 다이빙 세계일주
기간 | 2016년 3월5일~4월19일(총 47일)
루트 및 다이빙 횟수 | 총 38회
홈페이지: kimchunghwi.blog.me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강화송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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