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여행지에서 이것만은! Do & Don’t

  • Editor. 김예지
  • 입력 2018.03.28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RAVIEST ROUND TABLE 

첫 해외여행을 떠올려 보자.
이것저것 다 해 보고 싶은 맘에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계획을 짜진 않았는지. 빤히 알면서 저지르는 건 또 어떻고?
팁 놓는 걸 깜빡하거나, 무심코 실례를 범한 적이 있진 않았는지 말이다.
익숙한 경험이라면 공감하고, 몰랐다면 꼭꼭 쟁여 두면 좋겠다.
바람직한 여행을 꿈꾸는 트래비스트들이 말하는 
‘여행지에서 해야 할, 혹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참가자 | 트래비스트 OB & YB 모임 ‘치즈볼’
‘치’열하게 글 쓰고 ‘즈’을겁게 여행하는 ‘볼’수록 매력 있는 사람들
 
●꼭 깨어 있고야 말리라

[설희] 뉴욕 현지에 사는 친한 동생도 볼 겸 뉴욕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야심차게 첫 일정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티켓을 끊었는데, 웬걸. 시차 적응이 안 돼서 졸음이 그렇게 쏟아지더라. 정신없이 자다가 브레이크 타임 지나고 겨우 다시 눈을 떴는데 그 후에도 쭉 잤다. 결국 기억나는 건 ‘빠바바바밤~’ 하는 메인 테마곡뿐이다. 

[윤희] 비싼 티켓이면 의무감에 졸지 않게 된다. 뉴욕에서 <알라딘>을 봤는데, 시차 때문에 무지 졸렸지만 낸 돈이 아까워서 꿋꿋하게 끝까지 다 봤다. 다른 데서는 아껴도 뮤지컬에만큼은 과감하게 투자한 게 잘한 일인 것 같다.

[설희] 공연은 이왕 보는 것 좋은 자리에서 봐야 되는 듯. 3개 볼 돈으로 1개를 보더라도 제대로!

[호상] 맞다. 런던에서 <캣츠>를 보려고 티켓을 끊었는데, 당시 학생이었던지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측면 자리로 예약했다. 대사가 거의 없는데다가, 자리도 2층 사이드라 그런지 계속 졸리더라. 그래서 몇 개월 뒤에 이번엔 정신 차리고 보리라 다짐하고 다른 극장의 <오페라의 유령>을 예약했다. 무대가 수직으로 내려다보이는 자리였는데…. 역시나 졸았다. 

[서정] 고양이들 정수리만 보고 왔겠다.ㅋㅋㅋ
[호상] 사실 <오페라의 유령>은 잘 못 알아들어서…. 
[윤희] 나는 다행히 <알라딘> 스토리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ㅋㅋㅋ
[정흠] 시차도 시차지만 일정이 너무 빡빡해도 피곤해서 그런 일이 생긴다.

[서정] 그런 적 있다. 이탈리아 갔을 때 일정을 너무 무리하게 잡아서 힘들었다. 로마에서 출발해서 아말피 등 남부지방 투어를 하고 다시 로마로 돌아오는 길에 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숙소에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들어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바로 바티칸 투어가 있어서 엄청 일찍부터 일어나 줄을 서야 했다. 결국 시스티나 성당 앞에서 한참 가이드가 설명하고 있는 와중에 졸았다. 6월 중순 이탈리아의 햇빛을 받으며…. 헤드뱅잉을 반복하다 결국 뒤로 꽈당 넘어갔다.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영어도 아니고 한국인 가이드가 한국어로 설명하는데도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더라. 

[고은] 짧은 시간에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그래도 여행 준비에서 과욕은 금물.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일정을 잡는 게 현명하다. 

[호상] 공감한다. 하와이 여행 때 아내가 미리 블로그를 찾아보고 모든 코스를 다 짰었다. 기내식은 뭘 시켜야 되고, 오아후섬에서는 뭘 먹어야 하는 등등. 근데 그렇게 다 따라다니다가 어느 순간 아내한테 “그래서 맛있냐”고 물었더니 “아니, 맛없어”라고 답했다. 결국 여행은 개인 취향의 문제니 지나친 정보 검색과 맹신은 좋지 않은 것 같다. 기내식으로 뭐가 나오는지까지 미리 다 알고 가면 그게 무슨 재미인가 싶기도 하고. 

[서정] 나도 사전에 여행 준비를 철저히 해 가는 편이지만, 중요한 건 그 일정을 다 소화 못했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정흠]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것마저 여행의 일부분이다!

●과도한 친절은 수상해

[윤희] 이탈리아 하니까 생각난다. 20대 초반에 한인 성당의 도움을 받아 바티칸 투어를 했었다. 수녀님이 동행한 덕분에 바티칸에서 긴 줄을 안 서도 되고, 1인 투어도 시켜 주고, 기념품까지 받았다. 비용도 아끼고 괜찮았던 것 같다.  

[호상] 한국인을 더 조심해야 할 때도 있다. 터키에서 야간버스로 7시간 정도 이동한 적이 있는데, 한국 아저씨 한 명이 나를 보더니 내 자리로 슬슬 다가왔다. 둘이서 이런저런 대화를 초반에 잘 주고받다가 아니나 다를까, 결국엔 종교 얘기를 꺼내더라.

[all] 역시.ㅋㅋㅋ
[호상] 관심 없다고 해도 자꾸만 말을 걸더라. 이제 그만 자고 싶은데 무지 귀찮았다. 어디서든 낯선 사람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서정] 현지에서 너무 친절하면 수상하다. 어떤 한국인이 호주 공항에서 조금 친해진 사람 가방을 들어 줬다가 가방에서 마약이 발견돼서 잡혀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진짜 순수하게 친절한 사람도 있긴 하지만, 우선은 의심부터 하게 된다. 

[호상] 이스탄불 공항에서 트램을 타고 시내 가는 길에 어떤 터키 남자를 만나서 대화를 하게 됐는데, 카페에 가는 길이라며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어두침침한 뒷골목으로 들어가길래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막상 가 보니 반 지하에 있는 독특한 현지 카페였다. 결과적으로 좋긴 했지만 지나고 보니 아찔하다. 참 겁도 없었다 싶다.

[윤희] 복불복이다. 지인은 그러다 삥 뜯겼다더라…. 
[고은] 여자 혼자 여행에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윤희] 나는 외국에서 뚜껑을 따서 주는 맥주는 안 마신다. 수면제를 넣는다는 얘길 들은 적도 있고….

[호상] 좀 예민한 외국 사람들은 얼음도 조심하더라.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만난 독일 여자애 2명이랑 노천카페에 가서 망고주스를 시켰는데, 그중 한 명이 ‘You don’t care ice?’라고 하길래 처음에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해외에서는 배앓이를 하기 쉬우니 얼음도 조심한다는 얘기였다. 그제야 망고주스를 만들고 있는 직원한테 ‘No ice!’를 황급히 외쳤다.

[all] ㅋㅋㅋㅋㅋ
[윤희] 나도 물갈이 자주 하는 편이다. 미국에서도 필리핀에서도 고생했다.
[서정] 그래서 호텔 화장실에는 양치용 생수가 따로 있지 않나.
[설희] 마시는 게 아니라 그냥 헹구는 건데도?
[서정] 남아 있는 침이…. 
[정흠] 난 반대로 베트남에서 한국 돌아와서 배탈난 적 있다. 통 유제품을 안 먹다가 한국에서 우유 마셨더니 그대로 화장실행….
[고은] 장이 현지에 적응했나 보다.ㅋㅋㅋ

●‘아’ 했는데 ‘어’로 받는 경우

[고은]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제스처가 외국에서는 금기시되는 경우.
[윤희] 터키에서는 두 팔로 X자 만들지 말라고 하더라.  
[서정] 영국에서는 손등이 보이게 손가락 V를 만들지 말라고 들었다. 

[정흠] 각 나라 제스처는 숙지할 필요가 있다. 손가락 하트도 외국 가면 돈으로 알아듣는 사람들 많다. 
[all] ㅋㅋㅋㅋㅋ
[고은] 같은 행동이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한나] 매너 문제일 때도 있다. 유럽에서는 식당에서 웨이터를 부르는 게 무례한 행동이다. 팁을 주지 않는 것도.
[서정] 맞다. 웨이터들의 구역이 각자 다 정해져 있어서 아무 사람이나 막 부르면 안 된다고. 밥 다 먹고 한참동안 미어캣처럼 바라봐 주기만을 기다렸다.
[all] ㅋㅋㅋㅋㅋ
[설희] 그럼 어떻게 부르나?
[한나] 담당 서버랑 눈이 마주치면 알아서 오더라. 그런데 그걸 못 기다리고 웨이터가 빨리 오지 않는다며 화내는 한국인들을 많이 봤다.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윤희]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외국에서 인터넷이 느리다며 컴플레인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물론 불편하긴 하지만 여행지의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외국 가면 내가 한국 대표나 다름없는데….
[호상] 그걸 아는 사람이면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지.
[윤희] TPO에 맞는 의상 매너도 지킬 필요가 있다. 유럽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하도 등산복을 많이 입어서 한국에 에베레스트 같은 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흠] 예전에 <론리 플래닛> 가이드북에서 서울을 ‘근처에 오를 만한 산이 많은 도시’라고 소개한 걸 본 적이 있다. 에베레스트까진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ㅋㅋㅋㅋ
[서정]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외국인들이 산에 많이 가긴 하더라.
[한나] 하긴 수도 중에 이렇게 주변에 산이 많은 곳도 드물긴 하다.
[호상] 중국 베이징에 가니 정말 언덕 하나 없이 평지뿐이더라. 고가도로가 그나마 가장 높은 곳이었다. 서울에는 정말 언덕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서정] 현지에서 통용되는 법을 알고 가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괌에서 아기를 차에 두고 쇼핑하러 갔다가 잡혀간 사례도 있지 않았나.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는데(며칠 뒤 퇴사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한 번은 외국 현지 호텔에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하우스키퍼가 아기 소리를 듣고 룸에 갔는데 아기만 혼자 덩그러니 있어서 급하게 호텔 측에 알린 것이었다. 부모가 몇 분 안에 안 돌아오면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테니 조치해 달라고. 한국인이 외국 아동법을 잘 모르고 자주 그런 실수를 한다는 걸 알고 미리 귀띔해 준 것이었다. 알고 보니 엄마, 아빠는 아기 자는 사이에 조식 먹으러 갔다고.

[호상] 그 정도면 양호한 편. 영화 보러 가는 사람도 봤다.
[all] 헐!

●한국 사람이세요?

[한나] 필리핀 여행 가서 느꼈다. 한국에 우호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코피암 문제도 있고 해서 반한감정도 적지 않더라.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테러가 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정흠] 몽골에서 돌 맞은 적 있다. 현지인에게 듣기로는 몽골 내에서 ‘한국인들은 무례하다’는 인식이 있다더라. 

[한나] 몽골 패키지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간혹 현지 사람들을 너무 함부로 대하시더라.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국어를 알아듣는다는 게 더 문제다. 특히 한국식당에는 한국에서 일하다가 온 직원들도 많다.

[정흠] 몽골에서는 의외로 우리말이 통한다. 여행 중에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설희] 외국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한국어로 말했다가 낭패 볼 때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친구 남편을 보고 한국인 한 명이 “동남아시아 사람 치고 잘생기지 않았어?”라고 해서 친구 남편이 민망해서 아무 말 않고 그냥 지나갔다더라. 이국적인(?) 한국인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도 한류 영향 때문에 동남아시아에서는 특히 한국어 많이들 알아듣는다. 싱가포르만 봐도 출근길 지하철에 거의 한국드라마가 점령하고 있다. 택시 기사도 한국어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경우 많다.

[정흠] 동남아시아 사람 잘생겼던데….

[서정] 친구도 일본 가서 식당에서 자리를 안내 받았는데 옆 테이블에 좀 꺼려지는 사람이 있어서 “앉기 싫어”라고 했더니 직원이 “아, 싫으세요? 딴 데로 드릴까요?”라고 한국어로 답했다고. 알고 보니 한국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했던 사람이었다.

[호상] 외국인이 함께 있는데 한국어로만 대화하는 것도 비매너일 수 있다. 얼마 전 출장에서 중국인들이 자기네들끼리 중국어로 말하는 게 보기에 좋진 않았다. 
[설희] 더듬더듬이라도 공통 언어로 말하는 게 예의인 듯. 

[윤희] 쇼핑할 때 옷에 적힌 외국어를 잘 살피자. 영어로 된 티셔츠를 샀는데 알고 보니 임신출산협회, 뭐 그런 뜻이었다. 영국인 친구가 왜 결혼도 안 했는데 이런 걸 입고 다니냐며….
[all] ㅋㅋㅋㅋㅋ 

●여행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한나] 우리는 보통 4명이 가면 3개 시켜 나눠 먹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피자 1인 1판 안 시켰다니 뭐라고 하더라.

[호상] 그 나라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만, 그래도 궂이 모든 걸 다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 먹지 못해서 남기는 것보다는 먹을 만큼만 주문하는 게 합리적인 거다. 

[정흠] 맞다.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너무 몸 사리면 정작 여행을 잘 못 즐긴다. 처음 해외여행 갔을 때 소매치기 조심하란 말을 주위에서 너무 많이 들어서 가방에만 신경 쓰느라 많은 것들을 놓쳤다.  

[호상] 하와이에서 차에 뭐 놓고 내리면 창문 깨고 가져간다는 소리에 잠깐 주차할 때도 매번 짐이 안 보이게 숨겨 놓는라 아주 스트레스였다.

[서정] 유럽에서 핸드폰을 아예 손에 묶고 다녔다.
[정흠] 난 칼로도 찢어지지 않는 재질의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고은] 우와! 어디서 파나ㅋㅋㅋ

[한나] 여행에서 너무 비용을 신경 쓰는 것도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 교통비가 한국에 비해 비싸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교통비 아끼느라 이동하는 범위가 좁아지면 결국엔 그게 더 손해이지 않은가. 조금 비싸게 느껴지더라도 무조건 외국인 전용 패스를 사는 게 정답이다. 어떻게든 본전은 뽑는다.

[서정] 그래도 적정 소비를 하긴 해야 한다. 베트남에서 한국 물가 생각하고 돈 막 쓰다가 그 후폭풍이 어마어마했던 기억이…. 여기저기 바가지도 많이 썼다.
[한나] 한 번은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는데, 이미 합의한 가격이 인당 기준이었다며 돈을 더 달라고 하더라. 호텔 직원이 대신 싸워 줘서 바가지를 면했다.
[정흠] 택시기사랑 직원이 샤바샤바하던데….
[설희] ㅋㅋㅋ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마저 여행이라 했다! 
 
정리 김예지 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