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여행과 편견
[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여행과 편견
  • 이상현
  • 승인 2018.04.23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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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중국 청두(成都)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3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사천성의 성도인 청두는 오랜 역사와 풍부한 자연유산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판다 동물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인구 1,500만명의 대도시인만큼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많은 사람은 음식이라고 말한다. 

이번 여행은 대학교 친구 둘과 별다른 계획 없이 시작되었다. 한 친구는 맛집을 찾아다니기 좋아하고 또 다른 친구는 요리사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식으로 소문난 청두에서 주말에 만나 열 번의 식사를 해보기로 뜻을 모았던 것이다. 여행의 테마는 오직 음식이었고, 그에 따라 여행 일정은 그동안 맛보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도 맛보기 힘든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우리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영어 메뉴가 없는 식당만 찾아 다녔고, 현지인이 먹는 음식을 눈여겨보면서 맛있어 보이는 것을 손짓을 이용해가며 주문했다. 스마트폰의 통번역 애플리케이션도 이용했고 현지인에게도 물어보면서 색다른 음식을 찾아 나섰다.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골목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는 주방장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와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를 추천해달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열 번의 식사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모든 요리가 새로웠고 신기하고 맛있었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생긴 믿음, 중국 음식은 기름지고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다는 오해와 편견이 사그라지는 순간들이었다. 한 접시에 고작 몇 백원인 매우 저렴한 요리도 맛보았고 몇 십만원 이상의 값비싼 요리도 맛보았다. 수십 년 된 식당도 찾았고 불과 몇 달 전 오픈한 식당도 찾았다. 그중 비건(vegan) 채식 요리 식당에서 먹은 가지구이, 두부조림 그리고 버섯볶음은 식물성 기름으로 조리해서인지 맛이 무척 담백했다. 오골계탕은 세상에는 검은 닭도 존재한다는 사실과 함께 지금까지 맛본 닭요리와는 확연히 다른 오묘한 맛을 알게 해주었다. 전통 있는 오래된 식당에서 맛본 삼겹살 찜과 소고기튀김, 닭볶음 요리는 사천음식은 맵다는 선입견을 깨주었다. 

중국 음식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린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게 또 한 가지 있다. 중국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가 중국에 대해 모르는 것과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청두는 지방도시지만 대도시 못지않게 발전했고 매우 깨끗했으며 사람들은 친절했다. 길을 물었을 때 영어로 답을 못하면 스마트폰의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세히 알려주는 친절한 사람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숙소는 낡은 아파트였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근사하고 세련된 곳이었다. 숙소에서 식당으로 이동할 때는 차량 공유 서비스인 디디추싱(DiDi)을 이용했다. 항상 5분 이내로 편리하고 깨끗한 택시가 도착했고 정확히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모바이크와 오포가 제공하는 공유 자전거는 어디서나 눈에 띄었다. 식당은 구글지도와 구글번역을 이용해서 찾았고, 길거리 노점상에서는 위챗페이로 과일을 샀다. 

“여행은 편견, 완고함, 편협함에 치명타를 날린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광범위하고 너그러운 견해는 일생 동안 지구의 작은 구석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다.”

미국의 소설가인 마크 트웨인이 여행의 필요성에 대해 한 말이다. 어릴 적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던 마크 트웨인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녔고, 3,700km가 넘는 미국 미시시피강을 따라 여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는 배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행기를 썼고 그렇게 해서 세계 문학사에서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허클베리핀의 모험>이 탄생하게 됐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도 말하지 않았던가. “무언가를 발견하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으려는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가지려는 여행이다.” 그렇다. 여행은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과 편협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필수인 것이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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