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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칼럼] 공감과 배려 그리고 고객 서비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8.04.30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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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팅을 위해 모 빌딩을 처음 갔다. 예상보다 길이 막혀 미팅 5분전에야 겨우 주차를 했다. 1층으로 올라갔더니 옆의 빌딩으로 가란다. 분명 B동 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지하가 연결되어 있어 A동으로 올라온 거였다. 부랴부랴 옆 빌딩으로 갔다. 미팅 룸에 입성한 시각을 보니 5분 지각이다. 친절한 미팅 상대는 마실 것을 물어본 뒤 가지러 갔다. 잠깐 숨 돌릴 틈이 생겨 폰을 체크했더니 모르는 번호에서 문자가 와있다. “ㅇㅇ빌딩 지하3층 지정주차공간에 주차하셨는데 괜찮으시다면 지금 차 좀 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급하게 주차하느라, 미처 지정주차공간인지 못 봤나보다. 이걸 어쩐다? 일단, 문자가 온 번호로 전화를 해 본다. 한참 벨이 울려도 받지 않는다. 미팅을 미루고 함께 주차장을 다녀오는 일만큼은 피해야 한다. 다행히 주차 당시 기억으로는 주변에 빈자리가 충분히 있었다. “방문차량인데요, 제가 지금 미팅 중인데 조금 있다가 내려가도 될까요?” 일단 문자를 보내본다. 미팅 상대가 들어왔다. 속이 탄다. ‘배째라’ 하고 나중에 욕을 먹을까도 생각한다. 다행히 2분 뒤 문자가 왔다.

“네 조금 있다가 빼주셔도 됩니다.” 정말 다행이다. 마음 놓고 미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운이 좋은 날인지, 미팅 결과도 만족스럽다. 미팅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가서 문자부터 다시 보낸다. “덕분에 미팅 끝나고 차 뺐습니다. 양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바로 답장이 왔다. “아닙니다. 빼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날 나는 그 주차공간의 주인으로부터 충분한 배려를 받았다. 배려를 받지 못했다면, 미팅을 망치거나 나중에 욕을 진탕 먹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아마도 상대는 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경험이 있었을 테고, 남을 잘 배려하는 분이리라.

고객서비스에서도 공감과 배려는 중요하다. 보통의 고객이 진상고객으로 발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억울해서다. 다구간 항공권에서 중간 구간을 노쇼 했더니 귀국편이 취소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노쇼의 이유는 다양하다. 안 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고, 늦잠이나 길이 막혀 놓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뭐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귀국편이 취소된 이후에는 난리가 난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기상악화나 항공사 사정으로 비행편이 취소되거나 연착되는 경우를 보자. 대부분의 고객들은 현지에서 항공사가 마련해준 대책에 수긍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는 자신의 판단대로 행동한 후 보상을 요구한다. 일정상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을 테고, 호텔이나 다른 예약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인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런 경우 화살은 거의 여행사를 향한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항공사와는 언어상의 문제도 있지만, 그네들 습성상 당신 잘못이니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현지를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소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들여 너희한테서 항공권을 샀으니, 나는 너희한테 이 정도 요구는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 몫 한다. 항공권의 경우 마진이 정말 박하기도 하고 심지어 손해보고 팔기도 한다는 것을 고객들은 모른다. 수백만 원을 소비한 고객다운 대접을 받고 싶은 거다.

이 때 아무리 규정이 어떻다고 설명해봐야 소용이 없다. 큰 손해를 보고나면, 그게 자신의 잘못된 판단 때문임을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든 원인은 분명 있게 마련이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기계적으로 그게 당신이 잘못 판단해서 생긴 손해라고 알려주는 것은 일부 고객에게는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공감이다. 먼저, 외국에서 겪었을 난처한 상황에 당황했던 마음에 공감해야 한다. 또한, 낯선 환경에서 그 짧은 시간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는 점을 감안해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그런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점에 공감해야한다. 그 이후에야 겨우 고객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준비가 되고, 진상고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물론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실천해 무조건 소리부터 지르는 사람들에게까지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게 상책이다. 다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후 공감하고 배려하자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쪽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건 마찬가지다. 물론 실수에 따른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실수로 인해 부담해야하는 책임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자는 거다.
 
김도균
플라이트그래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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