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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퐁당 빠진 여자

  • Editor. 김예지
  • 입력 2018.05.03 16:49
  • 수정 2018.05.2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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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제맥주>저자 오윤희
 
우연히 만났지만, 자꾸만 목마르게 그립다.
함께하는 시간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때로는 불가능한 것들도 기어이 해내고야 만다.
그녀는 수제맥주와 여전히 열애 중이다.
 
음주의 복선
 
연애라는 게 늘 그렇다. 좀처럼 숨기기가 어렵다. 윤희씨가 본격적으로 수제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건 2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맛이 아주 기가 막혔는데! 기자님, 혹시 IPA 종류 좋아하세요?” 주말마다 데이트를 즐기던 그녀는 결국 공개 연애를 선언했다.  <트래비>에 수제맥주 브루어리를 연재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대학교 선배를 만났는데 ‘윤희는 다음날 시험을 앞두고도 맥주를 마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그녀는 스무 살 이후로 매일 한잔씩 습관적으로 가볍게 맥주를 마시곤 했다. 그러다 직장생활을 하며 자연히 ‘퇴근 후 맥주’ 패턴에 접어들었고, 그렇게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 “펍에서 우연히 IPA를 마시게 됐어요. 그동안 마셨던 맥주하고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죠.
 
아직도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사랑을 지속한 건 그녀의 성향이었다. “뭐든 하나 꽂히면 파고드는 성격이라서요. 마트에 가서 IPA를 한 무더기 사 와서 마시기 시작했어요.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수집하고 국내에 출판된 맥주 관련된 책이라면 거의 다 찾아 읽었어요.” 사전조사를 끝낸 윤희씨는 실행에 옮겼다. 6개월간 수제맥주 클래스를 수강하고, 짬짬이 떠나는 휴가도 브루어리 위주로 일정을 짰다. 내일 출근을 앞두고도 그녀는 맥주를 마셨다. 대학 선배의 말은 복선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수제 맥주

“이번 주말엔 충청도로 가요. 다음 주까지 원고 드릴게요!” 직장인인 윤희씨가 과연 취재가 가능할까 했던 기우는 달이 갈수록 기울었다.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수제맥주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 날아간 그녀는 마감 한 번 어기는 일 없이 매달 척척 브루어리들을 발굴해 왔다. 장거리 연애가 지치기는커녕 열정은 쑥쑥 자라났다. “요즘엔 벨기에 스타일의 세종(Saison)이나 임피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가 좋더라고요. 또 볼이 빨개져서는 왔네요(웃음).” 

윤희씨는 널리널리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서른다섯 되기 전에 제 이름으로 책 한 권 쓰는 게 꿈이었거든요.” 1년간 <트래비>에 소개했던 브루어리들을 모아 책을 내기로 한 그녀는 서점으로 갔다.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만한 출판사를 일일이 물색하고, 연락을 하고, 연락을 받았다. “그때부터가 시작이더라고요. 기획안을 다시 수정하고 추가 취재도 하고, 원고를 다듬고…. 정말 쉽지 않은 1년이었어요.” 얼마 후 윤희씨의 퇴사 소식이 들려왔다. 그녀의 여행기가 곧 세상에 나올 즈음이었다. 

“마냥 좋아서 시작한 수제맥주로 어쩌다 여기까지 왔네요.” 다시 만난 윤희씨는 한결 자유로웠다. “당분간 여행작가, 영어강사, 뷰티 홍보 일까지 겸하면서 멀티 프리랜서로 활동할 것 같아요. 아, 그나저나 기자님, 얼마 전에 진짜 좋은 브루펍 하나를 발견했는데!” 2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한 사랑꾼이다. 볼이 발그레해진 윤희씨는 드디어 책을 건넸다. <오늘은 수제맥주>, 제목부터 그녀다. 
 

 
글 김예지 기자  사진 김정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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