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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과 여행자 사이

지금 우리, 싱가포르 저자 최설희, 사진가 장요한

  • Editor. 김예지
  • 입력 2018.05.29 15:29
  • 수정 2018.05.30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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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 너는 사진.
현지인과 여행자는 함께 책을 만들기로 했다.
지금 우리, 싱가포르에서.

지금 우리, 싱가포르 저자 최설희, 사진가 장요한

 

옥석을 다듬는 과정

“제 책은 가이드북이 아니에요.” 하지만 설희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가이드북 때문이다. 여러 권을 봤지만, 유용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백과사전 같았어요.” A부터 Z까지 정보를 읊는 대신 알짜배기만 골라 담고 싶었다. 남편의 지사 발령으로 싱가포르에서 4년을 산 그녀라면 가능할 법도 했다. 그동안 지인들의 현지 가이드를 자처하며 나름의 검증을 거친 옥석들도 수두룩했다. 


‘좋은’ 사진이 필요했다. “2015년 여름 트래비 마카오 원정대를 인연으로 만났던 요한씨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진도 사진이지만, 성격이요. 참 잘 자란 친구라고 늘 생각했거든요(웃음).” 설희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때마침, 부산에 살던 요한도 서울에 취직을 했다. “싱가포르 출장 갔다가 찍어 온 사진들을 보고 누나가 함께 책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파트너가 된 둘은 함께 싱가포르 취재를 떠났다. 


날씨부터 복병이었다. “대부분 비가 와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게요.” 습한 데다 푹푹 찌는 날은 무거운 카메라를 지고 다니는 요한에겐 더구나 악조건이었다. “가끔은 그냥 카메라를 버리고 싶었다니까요(웃음).” 그 와중에 트레킹이라니.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있어 두 사람은 ‘맥리치 저수지’로 입을 모았다. 못해도 3시간은 걸어야 하는 엄청난 규모의 숲이었다고. 길을 잃었는데, 비는 오고 끝은 보이질 않고 앉아서 쉴 곳조차 없었다고. “그래도 누나가 경험도 많고 침착해서 큰 사고 없이 저수지 탈출에 성공했어요.” “요한씨가 워낙 예민하지 않고 잘 받아 주는 타입이라(웃음).” 설희는 세심하고, 요한은 털털하다. 10살 터울인 두 사람의 케미는 꽤 잘 맞다. 설희는 요한에게 여전히 존댓말을 쓴다. 친할수록 그렇다.

 

여행자의 입장, 현지인의 시선

현지인은 여행자가 되어 봤다. “센토사 안에 아끼는 곳이 있어 소개하려 했어요. 싱가포르에 살면서는 항상 차로 다녀서 몰랐는데, 막상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니 엄청 불편하더라고요. 여행자를 위한 책이니 과감히 뺐어요.” 접근성 말고도 그녀가 또 하나 중점을 둔 건 ‘가성비’다. “마리나베이샌즈나 풀러턴같이 너무 비싸서 묵어 보지 못한 호텔도요.” 싱가포르는 쇼핑의 천국이라 말하는 가이드북들과도 뜻을 달리했다. “물가가 비싼 싱가포르가 솔직히 쇼핑의 천국은 아닌 것 같아요. 교민들은 도리어 한국에서 물건을 이고지고 오면 왔지, 현지에서 뭘 많이 사진 않아요. 꼭 싱가포르에만 있는 레어템이 아니라면요.” 주머니가 빵빵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싱가포르를 소개하고 싶었다. 여행자를 위해, 현지인 입장에서 와 닿지 않는 정보는 싣지 않았다.


덕분에 여행자는 알지 못했던 싱가포르의 새로운 면들을 봤단다. “마리나베이는 싱가포르의 10분의 1도 안 되죠! 힘들긴 했지만 맥리치 저수지 같은 울창한 자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수확이고요.” 요한은 싱가포르가 작은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했다. 그래, 그러고 보니 그거다. 살아 본 자(설희)만이 아는 명소, 찍어 본 자(요한)만이 아는 사진 노하우가 담긴 이들의 책은 알찬 선물세트 같다. 사전보다 얇지만 그래서 솔깃하다. 때론 미슐랭 가이드보다 친구의 직설적인 평에 귀가 얄팍해지곤 한다. 
 

*최설희는 공연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다, 남편의 지사 발령으로 싱가포르로 갔다. 2~3기 트래비스트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싱가포르’는 그녀의 공식 태그였다. 인스타그램 choisulhee


*장요한은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기보다는,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간다. 평소에는 순도 90% 이상 집돌이에 가깝다. 카메라 업계에 종사하며 4기 트래비스트로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 rbj_photo

글 김예지 기자 사진 장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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