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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는 시간

  • Editor. 한송이
  • 입력 2018.06.01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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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해변, 그 앞에서 점프샷
푸르른 해변, 그 앞에서 점프샷

익숙한 것에서 
멀어지는 시간
낯설었던 여행길은
꽁꽁 얼어 버린 일상을 
따사롭게 녹여 주었다. 

맹그로브 숲을 가르는 바나나보트
맹그로브 숲을 가르는 바나나보트

행운은 언제나 불쑥 나타나는 법


바쁜 연말연시를 보내고 여유를 찾아갈 때 즈음, 사무실에 반가운 소식이 불쑥 날아들었다.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힐링여행을 보내 준다는 공고였다. 매년 관심 없이 넘겼던 소식이 어찌나 반갑던지. 아마도 당시 나는 조금 지쳐 있었나 보다. 호기롭게 신청서를 작성했다. 아이는 부모님께 맡기기로 하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차근차근 시작했다. 모집공고에 지원했을 뿐, 아직 발표가 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발표 당일이 되자,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반죽이 되도록 만지작거리길 한참, 그날 오후 내 이름이 적힌 발표 문자를 받았다. 


사전 모임 당시, 우리의 모습은 혹독한 겨울철, 수확을 끝마친 배추밭이 따로 없었다. 근무 도중 뛰어온 사람, 근무 때문에 여행에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사람, 개인적인 연차 사용으로 여행이 부담스럽다는 사람. 모든 사람들이 시들했고, 얼어 있었다. 매일같이 지역 주민을 응대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보다 나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사람’을 위해 생기를 나누어 주다 보면, 정작 내 자신은 시들어 버린다. 나와 같은 사회복지사인 그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다. 결국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여행 당일을 맞이했다.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함께 향한 곳은 코타키나발루. 어젯저녁 핸드폰 밤새 두들겨 찾아본 그곳에는 노을이 가득했다. 머릿속 오렌지 빛 그림을 그리며 우리, 사회복지사들은 서울에서 점차 멀어졌다. 

마리마리 컬처빌리지 민속공연팀과의 단체사진
마리마리 컬처빌리지 민속공연팀과의 단체사진

같은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 사회복지사


코타키나발루로 향하는 비행기 안, 우리들은 약속했다. 업무의 공백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코타키나발루에서는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짚라인에 매달려 하늘을 질주했다. 바다를 걸어 보았고, 하늘을 날아 보았다. 완벽히 벗어났다. 잔뜩 꼬여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일상의 끈이 단숨에 끊어지더라. 완벽한 낯설음이었다. 여행에 동행했던 모든 사회복지사들은 어색했을 테다. 타인의 힘듦을 공유하고, 다독이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위로를 건넸으니 말이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경험은 새로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나는 또다시 익숙함을 반복 중이다. 달라진 점이라면 좀 더 많은 사회복지사 동료가 생겼다는 점. 우리는 이번 여행을 통해 ‘쉼’을 얻었다. 다시금 활기를 되찾은 지금, 더 많은 사람에게 나의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시들었던 우리를 생기롭게 만들어 준 낯선 여행처럼 말이다.
 

*희망여행 <사랑하랑>은 ‘사회복지사랑 하나투어랑’의 줄임말로,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사회복지사에게 선물하는 ‘사회복지사 힐링여행’이다. 이번 여행은 하나투어문화재단 주관,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가 함께했으며 2018년 4월13~17일 사회복지사 16명이 함께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여행했다.
 

*트래비-하나투어 공동캠페인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는 여행을 통해 발견한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글 한송이(중앙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사진 하나투어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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