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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의 비밀, 몰타

  • Editor. 서지선
  • 입력 2018.06.08 14:11
  • 수정 2018.06.2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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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확대하고 확대해야 겨우 보이는 
이 작은 섬에는 무엇이 있을까?
구름 한 점 없이 쨍한 하늘과 
눈 시리게 맑은 바다, 비밀스런 몰타가 있다. 

몰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남쪽으로 93km 정도 떨어져 있는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다. 행정적으로는 유럽에 속해 있고, 지리적으로는 북부 아프리카와도 가깝다. 몰타, 고조, 코미노, 크게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가장 큰 몰타섬은 제주도의 6분의 1 가량 크기다. 국민 대다수는 몰타인이지만,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외국인들도 많이 모여 산다. 몰타어와 함께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해 어학연수지로도 알려져 있다.

 

지중해에 대한 모든 환상


“어디를 간다고?” “거기가 어딘데?”
몰타를 가기로 마음먹은 후,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말을 해 줘도 잊어버리니 두 번 세 번 다시 말해 줘야 했다. 대부분은 유럽에 그런 나라가 있냐며 고개를 갸우뚱했고, 혹자는 내가 이탈리아에 가는 줄 알았단다. 몰타는 이탈리아도, 유럽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엄연한 하나의 나라다. 아주 매력적인 비밀을 품고 있는. 


몰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작다고 그 가치를 몰라보기엔 미안하다. 발 빠른 여행가와 다이버들에겐 이미 지중해의 지상낙원으로 정평이 난 몰타는 소문만큼이나 찬란한 지중해를 품고 있었다. 유럽인들의 손꼽히는 신혼여행 후보지가 된 비결도 이 아름다운 바다에 있다. 그만큼 몰타는 지중해에 대한 모든 환상이 집약된 곳이다. 바다는 성난 표정 하나 없이 도시를 그윽하게 품고 있었다. 바닷물이 잔잔히 뻗어 들어오는 도심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하루를 만끽하고 있었다. 햇빛을 받으며 지중해를 끼고 달리는 사람들, 해변의 한 카페에 앉아 진한 커피와 젤라토를 즐기는 커플, 사람만 한 강아지와 함께 웃으며 산책하는 가족들. 여유로운 낮이 지나가니 맥주 향 섞인 밤공기가 도는 저녁이 찾아왔다. 아, 이리도 완벽한 하루가 일상이란 말인가.


바다에서 시작한 여행일지라도, 결국엔 도시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다. 몰타는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다.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탓에 몰타는 고대 문명 형성 시기부터 외세의 무수한 침입을 겪어 왔다. 그 길고도 역동적인 역사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여기에 몰타의 색을 더하는 것은 도시를 둘러싼 황토빛 라임스톤(석회암)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몰타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라임스톤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라임스톤의 직사각형 건물 풍경에 유럽보다는 중동에 온 느낌마저 든다. 때로는 단조롭게 보일 때도 있지만, 유심히 보면 집마다 제 나름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발코니나 대문, 손잡이, 정원에 놓인 식물에 눈길을 주다 보면 동네 구경이 세상 즐겁다. 오랜 시간을 버텨 온 도시에는 소소한 순간들이 반짝이고 있다.

슬리에마에서 바라본 발레타 전경
슬리에마에서 바라본 발레타 전경

 

중세로의 시간 여행
발레타 Valletta

섬의 테두리 중에서도 반도의 형태로 얼굴을 쑤욱 비집고 나와 ‘나 여기 있어요’ 존재감을 어필하는 곳. 몰타의 수도, 발레타Valletta다. 발레타는 1565년 몰타 기사단이 오스만 투르크의 침략을 대비해 만든 요새 도시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전쟁과 관련된 곳이 많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굉장히 삭막할 것 같지만, 실제 발레타는 아름답다는 형용사만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만큼 아름답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몰타 최대의 번화가인 슬리에마(Sliema)에서 바다 맞은편의 발레타가 보였다. 바다와 하늘, 라임스톤이 함께 어우러진 이국적인 화폭에 현실감이 증발하다 못해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시공간의 개념이 틀어진 걸까? 높이 솟은 성당 돔은 ‘이곳은 유럽이야!’라고 외치는 듯했지만, 동시에 <아라비안 나이트>로 들어간다면 이런 기분일 것도 같았다. 


버스는 발레타 입구에서 승객들을 내려 주었다. 사람들을 따라 쫄래쫄래 시간 여행을 시작했다. 발레타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라 마음대로 건물을 허물거나 새로 지을 수 없다. 옛 시절 지어진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다. 발레타 중심부를 벗어나 골목골목 거닐다 보니 상아색 건물에 자리 잡은 형형색색의 발코니가 눈에 띄었다. 아마도 건물의 단조로움에 화려한 색채를 얹고 싶었을 테다. 어떤 색으로 우리 집 발코니를 칠할까 고민하는 옛 집주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발레타 어퍼 바라카 가든(Upper Barrakka Gardens)에서는 쓰리시티즈가 한눈에 들어온다
발레타 어퍼 바라카 가든(Upper Barrakka Gardens)에서는 쓰리시티즈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톨릭 문화와 십자군 기사단 역시 몰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몰타의 수많은 성당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는 성 요한 대성당(St. John’s Co-Cathedral)에서 으리으리한 황금빛 전율을 맛보고, 몰타 기사단장 궁전(Palace of the Grand Masters)을 한껏 우아하게 누볐다. 도심 산책을 마치고, 바다를 따라 발레타를 한 바퀴 돌았다. 청량한 감정에 마음이 들떠 왔다. 

파란 하늘 아래, 라임스톤의 임디나
파란 하늘 아래, 라임스톤의 임디나

 

길을 잃어도 좋아
임디나 Mdina

시간은 멈춰 있다. 임디나(Mdina)로 들어가는 성문은 마치 중세 테마파크로 들어가는 도개교와 같았다. 1571년 발레타가 수도로 공식 지정되기 전까지, 임디나는 몰타의 수도 역할을 담당했다. 몰타섬에서도 지대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자연스레 요새 역할도 수행했다. BC 700년경 처음 요새화된 후 로마제국 당시에 첫 성곽이 건설되었다 하니, 이 얼마나 유서 깊은 도시인가 가늠조차 잘 되지 않았다.


임디나는 정말 작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책만 하고 나온다면 30분이어도 충분할 만큼. 지도도 필요 없다. 발이 닿는 대로 그저 직감을 믿고 걸으면 된다. 임디나 산책의 가장 큰 묘미는 미로 같은 골목을 떠돌다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기에.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실수로 중세 동화책 속에 갇혀 버린 것만 같았다. 왜 임디나에 ‘고요의 도시(Silent City)’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알겠다.

 
광장이 있는 성 바울 성당(St. Paul’s Cathedral)을 지나 큰 길을 따라가니 몰타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다다랐다. 몰타의 끝과 끝이 보일 듯했다. 몽글몽글 떠다니는 구름 아래 감도는 초록 향내가 바람을 타고 얼굴을 스쳤다.

맛과 풍경,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폰타넬라 티 가든
맛과 풍경,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폰타넬라 티 가든

“임디나에 가면 폰타넬라 티 가든(Fontanella Tea Garden)에서 초콜릿을 먹어야 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야.” 그 바람에 귀가 닳도록 들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떠올라 폰타넬라 티 가든에 들렀다. 카페 내부는 꽤 컸다. ‘작은 정원이 귀엽네’ 싶은 차, 몰타의 전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테라스로 안내 받았다. 이런 풍경을 곁에 둔 디저트라니, 행복감이 머리끝까지 솟았다. ‘아, 살아 있어 다행이다.’ 고달픈 기억들은 초콜릿 케이크를 한입 베어 문 순간 모조리 날아갔다. 작지만 진하고 달콤한 맛이 임디나와 닮았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 권유가 아니라 명령이다.

폰타넬라 티 가든
주소: 1, Bastion Street, Mdina, Malta
오픈: 10:00~23:30
전화: +356 2145 4264
홈페이지: fontanellateagarden.com

기념품 쇼핑은 잘 참고 있다가 선데이 피시마켓을 노리자
기념품 쇼핑은 잘 참고 있다가 선데이 피시마켓을 노리자

 

일요일 아침이라면
마샤슬록 Marsaxlokk

마침 몰타를 여행하는 중에 일요일이 끼어 있다면? 망설일 것도 없이 마샤슬록(Marsaxlokk)으로 향하면 된다. 일요일 아침의 마샤슬록은 선데이 피시마켓(Sunday Fish Market)으로 분주하다. 조그마한 어촌마을 해안가를 따라 열리는 몰타 최대의 장터에서 각종 싱싱한 해산물들이 손님들을 모은다. 피시마켓이긴 하지만 해산물뿐 아니라 옷과 생필품 등 몰타 전역에서 온 각종 제품들이 있다. 특히 아기자기한 장식품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기념품을 사기에도 제격이다. 단, 생각보다 사고 싶은 게 많으니 지갑을 단단히 붙들어 맬 것. 

루쯔가 있는 마샤슬록의 평화로운 풍경
루쯔가 있는 마샤슬록의 평화로운 풍경

아쉽지만 일요일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뿌리치기 힘든 마샤슬록의 매력은 피시마켓이 아니더라도 충분하니까. 해수면 위에 오밀조밀 무리 지어 있는 보트만 봐도 그렇다. 존재만으로 시선을 강탈하는 이 귀여운 아이들의 이름은 ‘루쯔(Luzzu)’, 몰타의 전통 고기잡이 배다. 시원하면서도 알록달록한 과감한 색깔에 마음을 홀딱 빼앗기지 않을 사람이 지구상에 얼마나 있을까. 각 보트에는 ‘루쯔 아이(Luzzu Eye)’라고 불리는 눈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바다로부터 배를 지켜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때문일까. 마치 모든 루쯔들이 제각각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인 것 같은 이 기분은. 

쓰리시티즈에서 칼카라로 향하는 길. 고가의 요트가 무리지어 있는 비르구와는또 다른 한적한 모습이다
쓰리시티즈에서 칼카라로 향하는 길. 고가의 요트가 무리지어 있는 비르구와는 또 다른 한적한 모습이다

 

고즈넉하게, 산뜻하게
쓰리시티즈 Three Cities

‘평화롭고 조용한 나라’라는 이미지에 홀려 몰타에 왔다면, 조금 배신감이 들 수도 있겠다. 동네 골목과 시골을 제외한 몰타는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조용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관광객이 드문 곳에서 고즈넉한 산책을 할 수 있는 쓰리시티즈가 있으니 말이다. 쓰리시티즈는 말 그대로 3개의 도시를 뜻한다. 발레타를 기준으로 좌측 바다가 슬리에마라면, 쓰리시티즈는 우측 방면으로 보이는 비르구(Birgu), 센글레아(Senglea), 코스피쿠아(Cospicua), 3개의 도시를 지칭한다.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더욱 특별한 방법은 발레타에서 전통보트나 페리를 타고 쓰리시티즈까지 이동하는 방법이다. 버스 가격과 그리 차이도 안 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택시를 타는 것처럼 보트에 올라 뱃사공에게 원하는 목적지를 알려 주면, 터프한 손놀림으로 노를 저어 순식간에 반대편에 데려다 준다. 배가 낮아 손을 뻗으면 바로 바닷물에 닿을 것 같은 스릴마저 있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타고 싶어진다. 


비르구에 위치한 요트 정박장의 모습은 쓰리시티즈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크고 작은 요트가 정박해 있는 모습에 이곳이 지중해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부둣가에 앉아 사색을 하는 시간도 바다를 따라 산책을 하는 시간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은 쓰리시티즈가 주는 선물이니까. 바다를 따라 한참을 걷다 마음 내키는 대로 무작정 골목길 깊숙이 올라가 보았다. 발레타와 비슷한 느낌인가 했더니 조금 더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골목이 나왔다. 간혹 돌아다니는 동네 주민 외에 사람을 만나 보기는 힘들다. 또다. 오로지 나만이 다른 시공간 안에 떨어진 느낌. 또다시 라임스톤의 미로 속에 갇혀 버렸다. 기꺼이. 

 

▼travel  info

AIRLINE
직항편은 없다. 일반적으로 유럽이나 중동 도시를 1회 경유해 몰타 루카국제공항으로 들어간다. 가장 보편적인 항공편은 루프트한자, 터키항공,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한 경유편이며, 주머니 사정에 따라 유럽에서 몰타항공이나 저비용항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서유럽에서 출발하는 저비용항공의 선택권은 굉장히 넓은 편이다.

 

FOOD
토끼고기 페넥 Fenek

몰타에 왔다면 토끼고기를 안 먹어 볼 수가 없다. 작은 섬 안에서 다양한 식재료를 구하는 데 한계가 있어, 키우기 쉬운 토끼를 요리해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 기원이다. 앙증맞은 토끼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마음이 아프지만, 용기를 내서 딱 한 번쯤은 경험해 볼 만하다. 닭고기와 흡사한 맛이다.

구루루 레스토랑 Gululu Restaurant
주소: 133, Triq Spinola, St Julian’s, Malta
오픈: 12:00~17:00, 18:00~23:00
전화: +356 2133 3431

 

ACTIVITY
파티 보트 Party Boat

저녁 무렵 출발해 자정까지 지중해를 항해하며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젊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당신도 그중 한 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수영복을 챙겨 가면 배가 잠시 멈추었을 때 지중해로 뛰어드는 호기도 부려 볼 수 있다. 

레이지 파이렛 보트 파티 몰타 Lazy Pirate Boat Party Malta
주소: Triq Ix-Xatt, Tas-Sliema, Malta
전화: +356 9995 0999
홈페이지: www.lazypiratemalta.com

글·사진 Traviest 서지선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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