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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이를 찾아 떠난 90일간의 여행

  • Editor. 강수정
  • 입력 2018.06.12 14:45
  • 수정 2018.06.1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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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이는 말했습니다. 다른 수정이를 찾아 나선 여행의 끝에서 자신을 발견했다고요. 
외부에 있다고 생각한 빛은 결국 자신 안에서 빛나고 있었던 거죠. 
90일간의 갭이어 프로젝트가 준 선물이었습니다.  

 

다른 수정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96년생 수정이의 용감한 갭이어

수정이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2달이 넘었다. ‘나는 이렇게 헤매면서 살고 있는데, 다른 수정이들은 뭘 하고 살고 있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계획했던 여행이었지만, 고맙게도 나의 단순한 시작과는 다르게 이번 여행은 나에게 다양한 선물을 주었다. 


여행을 통해 얻은 것들을 전부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가장 고마운 선물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실은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지난 학기에 처음으로 관심 있는 분야가 생겨 늦은 복수전공에도 도전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못난 자신이 창피해서 부정하곤 했었다. 하고 싶은 것도 잘 못하고, 하던 것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두려웠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을까.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과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역시나 걱정대로였다. 필요한 짐은 두고 쓸데없는 것만 가득 챙겨 오기도 하고, 한 시간 동안 길을 헤맨 적도 있다. 여행초보의 티를 팍팍 냈다. 그래도 신기했던 건, 틀어진 계획 중에도 나름의 재미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버스를 잘못 타서 목적지가 아닌 근처 공원으로 갔지만, 그 공원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적도 있고, 가려던 맛집이 문을 닫아 대신 선택한 밥집에서 엄마의 손맛을 느끼기도 했었다. 실수가 곧 또 다른 경험의 기회가 되었다. 일을 그르쳐도, 다시 그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라, 강수정이 상황을 이렇게 바꾸네?’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내가 낯설면서도 어딘가 뿌듯함이 차올랐다. 그러면서 차츰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이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훌륭하게 해낼 자신까지 차오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나를 믿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고마운 선물은 새로운 인연이다. 부천에서 태어나 서울로 학교를 다니며 행동반경이 수도권으로 한정되어 있던 내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각지에 살고 있는 연결점 하나 없는 토박이들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갭이어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어찌 얻을 수 있었을까.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수정이에게는 대학생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는 게 감사했고, 또래 수정이에게는 같이 공감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엄마가 된 수정이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를 지켜 줄 거라며 건넨 인형 선물, 밥을 사지 못해 미안하다며 건넨 음료 한 잔, 하나씩 나의 마음 안에 감동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나를 받아 주고 나에게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 주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있다는 것.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을까 싶다.

결국 이번 여행은 나에게 여행의 의미를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새로운 곳에 가서 많이 먹고 많이 즐기는 것이 여행의 전부라고 생각했었지만, 90일간의 여행을 마친 나에게 여행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찾아서 떠나는 길’이 되었다. 내게 새로운 인연이 되어 줄 새로운 사람을 찾아 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동시에 내가 모르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러 떠나는 것. 이번 여행을 통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하면서 낯설면서도 익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새로움을 즐겼고, 전국의 새로운 인연도 쌓았고, 내가 모르던 나의 괜찮은 부분도 꽤나 발견하게 되었다. 이 갭이어 여행이 삶의 방향을 전부 정해 주진 못할지라도, 내가 가던 길을 응원해 주는 아군을 얻은 것만 같아 든든하다. 마지막까지 선물의 연속이었던 이 여행이 끝난 것은 아쉽지만, 다시 시작이다. 

전국 수정이가 추천하고 수정이가 다시 고른 그곳 

전국에서 만난 30명의 수정이가 여행자 수정이에게 추천했고, 수정이가 다시 검증했습니다.

●강릉
언제나 푸짐한 주문진 어민수산시장

중간 유통업체 없이 어민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을 바로 파는 곳이라 싱싱하고 맛있는 해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다. 5분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작은 시장이지만, 먹고 싶은 생선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추가비용을 내면 먹기 좋게 포장을 해주거나 간단하게 찜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주소: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리 312-688

●군포
벨벳을 입은 레이아웃

군포 수정이의 추천을 받아 찾게 된 카페. 분위기가 무척 좋기도 했지만, 직접 만든 과일청이 무척 특별했다. 어울릴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배와 블루베리로 만든 페어블루베리 티를 마셨는데, 티라미수와도 잘 어울렸다. 벨벳으로 꾸민 카페 내부가 유난히 차분한 느낌이라서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하기 좋은 곳. 
주소: 경기 군포 산본로 323번길 20-21 5층
전화: 031 396 8923

●구미
산과 물이 있는 금오산올레길

금오산과 금오지를 같이 즐길 수 있는 뚜벅이들의 명소. 걷다 보면 물 위로 걷는 길과 산으로 가는 길로 갈라져 원하는 산책로를 고를 수 있다, 물 위 산책로에서는 운이 좋으면 수달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전망대쪽 길을 선택하면 탁 트인 금오산과 금오지를 볼 수 있는데, 등산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이 장면만큼은 마음에 쏙 들 것 같다. 저녁에도 가로등이 환해서 구미 연인들의 데이트 필수 코스라고.
주소: 경북 구미시 남통동 288-2

●구미
밀크티가 감동적인 커피라운지

밀크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곳의 로열 밀크티를 먹어 보고 감탄했다. 인도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압기빠산드’ 홍차를 이용해서 만든 밀크티인데, 레몬을 넣어 달콤쌉쌀한 맛을 더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직접 만든 레어치즈케이크도 매일 한정된 수량만큼만 판매한다니 밀크티와 함께 먹어 보는 걸 추천한다.  
주소: 경북 구미시 금오산로 22길 1-2 
전화: 054 458 4081

●대구
근대놀이에 푹 빠지는 대구문학관 & 향촌문화관

한 건물의 다른 층에 있는 대구문학관과 향촌문화관. 1~2층은 향촌문화관으로, 체험할 거리와 볼거리가 많다. 재현한 근대 거리 혹은 시장 골목을 배경으로 당시의 의복을 입어 보는 체험이 특히 좋았는데, 시간여행을 하는 듯 푹 빠졌었다. 3층 대구문학관에서는 한때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대구의 전성기를 엿볼 수 있고, 4층은 도서관이다.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449

●울산
고래 잡으러, 장생포고래문화마을

울산에 고래잡이가 흥했던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 학교도 있고, 고래잡이를 하던 선장의 집도 있는데, 들어가 보면 당시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쓰고, 어떻게 살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가까운 곳에 고래박물관도 있으니 고래문화마을에 들렀다면 박물관도 같이 방문해 보자. 
주소: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고래로 244

●부산
치즈의 끝판왕 이재모피자

치즈폭탄 피자를 좋아하는 나에게 천국이었던 이재모피자. 어떤 피자를 시켜도 엄청난 양의 피자치즈를 듬뿍 넣어 준다. 스파게티도 치즈가 많이 들어가서, 둘을 함께 먹으면 치즈의 끝판왕을 느낄 수 있다. 먹기 위해 기다리는 일이 싫다면 피크시간대를 피해서 가야 한다.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중앙로 31
전화: 051 245 1478

●제주
검고 하얀 우도

검은 모래와 하얀 모래를 같이 볼 수 있는 섬 속의 섬이다. 검멀레 해변의 검은 모래 해변과 서빈백사의 하얀 모래 해변이 한 섬에 공존하니 신비하다. 제주 성산항이나 종달항에서 배나 잠수함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우도 내에서는 버스나 전기이륜차 등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주소: 제주 제주시 우도면

●제주
나의 첫 수비드 요술식탁

육지에서도 먹어 본 적 없던 수비드(Sous Vide) 요리를 처음 먹어 본 곳. 제주살이 4년차인 제주 수정이의 강력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곳인데, 주메뉴는 제주 한우 수비드 스테이크 플랫, 닭가슴살 플랫 단 두 개밖에 없다. 비싼 제주도 물가를 고려한다면 비싼 편도 아니었고, 세트로 주문해서 나온 수제 티라미수도 깔끔하게 먹기에 좋았다. 눈과 입이 모두 호강했던 식당.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1길 28
전화: 064 784 0189 

●순천
또 하나의 빵 성지 조훈모과자점

빵을 좋아하는 빵순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조훈모과자점. 시내에 본점이, 죽도봉공원 아래에 2호점이 있다. 단팥생크림빵이 제일 유명하지만 (주로 크림이 들어가 있는) 냉장류 빵도 맛있다는 것이 순천 수정이의 평.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연향중앙상가길 41 또는 봉화로 46  
전화: 061 722 3822(1호점) / 061 755 3822(2호점)

●대전
소스가 좋은 바로그집

독특한 소스 맛으로 유명한 떡볶이집. 표현하자면 약간 달큰한 닭갈비 소스의 느낌이었다. 매운맛이 적어서 오히려 내게는 딱 맞았다. 떡볶이 1인분을 주문하면 떡 3~4개에 김말이튀김과 두꺼운 오뎅이 같이 나오는 것이 기본.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주문할 때 빼 달라고 하면 된다. 본점과 지점이 있으며 소스도 따로 판매한다.
주소: 대전광역시 중구 은행동 216 지하상가 C나 61호 
전화: 042 254 8925 

●대전
연중 꽃피는 오월드

대전에 사는 지인의 추천으로 찾은 오월드. 서울 롯데월드와 에버랜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소소한 놀이기구부터 사파리까지 알찬 구성이다. 봄꽃축제가 한참일 때라 꽃구경을 갔는데,  플라워랜드는 계절 따라 다른 꽃들이 피어서 일 년 내내 아름다운 꽃밭을 즐길 수 있다. 
주소: 대전광역시 중구 사정동 산39-1

●태안
이유가 있는 세계튤립축제

유명한 축제에는 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태안 세계튤립축제. 꽃을 관람하는 것 치고는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방문해 보면 충분한 값어치를 하고 있었다. 다양한 품종의 튤립을 볼 수 있을 뿐더러, 관리 상태도 훌륭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느라 보진 못했지만 밤에는 빛축제도 즐길 수 있다고. 
주소: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 400 꽃지해수욕장

 

수정이가 뽑은 베스트 에어비앤비 숙소

 

강릉_항상 랄랄라 하우스
안방은 호스트가 쓰고 작은 방과 메인 화장실을 게스트가 쓰는 숙소. 호스트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문을 사이에 두고 빵과 커피를 서로 나누며 정다운 이웃(?)처럼 지냈다. 밤에 베란다에서 설치된 조명을 켜고 강릉의 야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여행자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김해_안락했던 그 집 
집 자체도 넓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마당,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다락방 등 이용하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배려한 숙소였다. 가족들과 함께 김해 여행을 한다면 다시 선택하고 싶을 정도로 불편함이 없었다. 숙소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외국음식 거리가 있는데, 거기서 맛본 인도 커리를 잊을 수가 없다.

부산_아이비하우스IVY HOUSE
광안역 바로 앞에 위치해서 어디로든 이동하기 편했던 숙소. 창 쪽 테이블에 앉으면 광안리 바다가 보이는데, 밤에 불을 다 끄면 빛나는 광안대교도 볼 수 있다. 여행 중에 맞은 생일날 이곳에 머물었는데, 초가 켜진 케이크 뒤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2~3일 내의 단기로 다녀온다면 좋을 것 같다.

제주_무명화가의 집
건축가인 호스트가 직접 설계한 게스트하우스. 자려고 누우면 침대에서 향긋한 나무냄새가 맴돌았다. 매일 아침 정성 가득한 아침식사가 나왔는데, 비싼 갈치조림과 장어구이가 나올 때도 있었다. 유채꽃이 만발한 동네에 자리하고 있어서 묵는 동안 행복했다.

순천_딸이 된 것 같았어요. 
또 하나의 엄마아빠가 생긴 것 같았던 숙소. 작은 방을 사용하면서 호스트와 거실을 같이 사용했는데, 딸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었다. 매일 아침 사과를 깎아 주시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집밥을 그리워하는 나를 위해서 저녁 밥도 같이 먹자며 자주 챙겨 주셨다. 항상 조심조심 배려해 주시고 딸처럼 챙겨 주셔서 좋았다.


▶마이 리얼 갭이어 프로젝트 
트래비 × 한국관광공사 × 에어비앤비는 2018년 1월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응원하는 갭이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최종 면접까지 통화해 주인공으로 선발된 강수정양은 90일간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넉넉한 모색의 시간을 가졌고, 또 다른 수정이들을 만나 훌쩍 성장하였습니다. 
여행기간 | 2월26일~5월26일

 

글·사진 강수정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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