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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부녀의 양조장 기행

경기도편-용인, 화성, 양평

  • Editor. 오윤희
  • 입력 2018.06.14 15:10
  • 수정 2018.06.2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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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주의 향과 맛을 따랐다.
취기가 올라오면 빨개지는 두 볼까지 빼닮은 아빠와 함께.

 

용인
추억을 떠먹는 술샘

아빠_차례주로 나온 ‘그리움’은 이름이 좋구나. 다음에 할아버지 성묘 갈 때 들고 가자. 
 _전 붉은 탁주에 심쿵했어요. 홍매화색으로 붉은 게, SNS에 올리면 딱일 것 같아요. 

명절마다 ‘차 막힐 때 지나가는 동네’로만 각인되어 있던 용인에 아빠와 다시 왔다. 할아버지 댁으로 이어지곤 했던 17번 국도의 초입이 바로 영동고속도로 양지 IC 근처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술샘’을 찾았다. 2012년에 설립하고 2015년에 용인시(龍仁市) 양지면에 터를 마련한 술샘은 용의 기운을 술에도 불어넣고 있다. 용의 옛말에서 따온 ‘미르’는 25, 40, 54의 고도수 증류주라 용맹한 이들에게 먼저 추천한다는 말에, 아빠가 먼저 시음에 나섰다. 첨가물을 넣지 않아 순수하고 깔끔한 향취가 인상적인 술이다. 


‘감사’는 경기미로 빚은 깔끔한 14도 약주인데, 2017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약주 청주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술샘의 자랑이다. ‘감사블루’는 이를 살균한 탁주고 ‘그리움’은 차례주로 선보인 전통주다. ‘술 취한 원숭이’와 ‘붉은 원숭이’도 눈에 띈다. 붉은색의 홍국*쌀을 이용해 빚어 만든 10.8도의 생탁주와 살균탁주다. 봄을 알리는 홍매화처럼 붉은 빛을 띤 두 술은 홍매화의 꽃말처럼 맛 또한 고결하고 특유의 부드러움을 자아낸다. 디저트로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도 마셔 보자. 알코올 함량이 8도인 탁주를 요거트처럼 떠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인데, 달달하니 맛있다고 계속 떠먹다가는 알딸딸해지기 십상이다. 명절 교통체증에 용인을 오가며 몸부림을 치던 어린 시절의 기억마저 달달해진다. 

술샘에서는 견학과 발효체험 프로그램 등 마시고 배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층 발효카페 미르에서 제품 시음과 구입이 가능하며, 포털 사이트와 공식 홈페이지 술샘몰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홍국│찐 쌀에 붉은색 곰팡이 균을 번식시켜 놓은 붉은 누룩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죽양대로 2298-1  
오픈: 09:00~20:00(주말은 18:00까지) 
전화: 070 4218 5225  
홈페이지: www.sulseam.co.kr

화성
우리도 만들까요? 배혜정도가

아빠-‘배도가로아’는 첫 목넘김부터 그윽한 배향이 목 안으로 확 퍼지네. 경기미와 배를 사용한 것도, 오크통에 숙성시킨 응용도 좋구나. 
-전 이번에도 눈으로 먼저 마셨네요. 달달한 자색고구마와 화성의 특산물이라는 송산포도를 사용해 만든 부자 시리즈는 이름도 풍요로워요.

아빠와 딸이 만든 전통주 양조장이 있다고? 아빠와 나의 관심이 한 곳에 모였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배혜정도의 주인은 배혜정 대표. 백세주로 유명한 배상면주의 창립자인 고 배상면 회장의 딸이다. ‘여자의 역할이 국가에 이바지하는 게 적지 않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응원이 되었다고. 1999년 경기도 화성시에 설립되었다. 

이 도가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생쌀 발효’다. 아버지가 연구한 개량누룩 덕에 생산 공정을 단축시키면서도 손색이 없는 퀄리티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고. 대표 술로는 ‘호랑이생막걸리’와 ‘부자 시리즈’가 있다. 호랑이생막걸리는 배상면 회장의 마지막 역작인 ‘우곡주’를 바탕으로 만든 6도수의 막걸리다. 동물의 왕인 호랑이처럼 전통주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부자 시리즈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마시던 합주(合酒)에서 착안한 술로 10도, 13도, 16도로 구분되는데, 그중 ‘부자’ 10도는 100% 국산백미로 빚었다. 여기에 자색고구마 혹은 송산포도를 더한 배도가로아는 한 방울 한 방울 천천히 내린 흰 빛깔의 이슬을 뜻한다. 아카시아 꿀, 청포도, 배, 사과를 첨가했고 19도, 40도로 나누어 오크통에 숙성시켰다. 
‘배혜정도가’에서는 나만의 술 빚기 체험, 견학 및 실습체험도 운영 중이다. 제품은 전국 대형마트와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서봉로 385  
오픈: 월~금요일 09:00~18:00, 토요일 09:00~13:00(일요일 휴무)  
전화: 031 354 9376  
홈페이지: www.baedoga.co.kr

양평
꿀 떨어지는 우리 술 아이비영농조합법인

아빠-양평은 여행하기 딱 좋구나. 다음엔 예비 사위와도 함께 벌꿀주 사러 가야겠다. 근데 너 허니문 어디로 갈 거냐?
 -그건 아직 못 정했어요. 근데 아빠, 제 결혼식에 샴페인, 와인보다는 우리 꿀로 만든 전통주를 올려 보면 어떨까요? 


아빠는 벌들이 창가에 집을 지으면 떼어 내곤 했었다. 큰 벌집과 요란스러운 벌을 무서워하는 딸을 위한 아빠의 배려였다. 무서워하면서도 호기심에 못 이겨 그 장면을 지켜보곤 했는데, 도시에서는 그럴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하지만 양평에는 있다. 남한강의 아래쪽에 위치한 아이비영농조합법인은 벌꿀을 넣은 허니비와인를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비로소 허니문의 유래를 알게 됐다. 고대 노르웨이에서는 신랑이 신부를 납치해 30일간 꿀로 만든 술을 주는데, 그 술을 허니문이라고 불렀다는 것.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이 술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벌을 무서워하던 꼬마가 훌쩍 커서 허니문을 계획 중이니, 아빠에겐 벌꿀주도 좋지만 딸과 보내는 시간이 더 꿀 같다. 


이곳에서 빚는 벌꿀주는 ‘허니비와인’과 ‘허니문와인’ 두 가지다. 8도수의 허니비와인은 그윽하고 산뜻한 단맛으로 달콤한 스위트 와인을 연상시킨다. 허니문와인은 허니비와인보다 2도가 높은 10도수의 벌꿀주로 살짝 더 진하고 달콤한 풍미가 인상적이다. 
아이비영농조합법인은 올해 하반기 양봉 및 와인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홈페이지에서 벌꿀주 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왕창부로길 110  
오픈: 주중 09:00~18:00(주말은 전화 문의)  
전화: 031 775 0500 
홈페이지: www.ibee21.com

 

*트래비스트 오윤희는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다. 수제맥주 취재에도 종종 함께하곤 했던 ‘볼빨간’ 동행, 그녀의 아버지를 벗 삼아.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트래비스트 김정흠은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간다. 아빠와 딸이 전통주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traveller.noeul

 

글 Traviest 오윤희  사진 Traviest 김정흠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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