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 또 하나의 세상 미니어처 원더랜드
세상 속 또 하나의 세상 미니어처 원더랜드
  • 유호상
  • 승인 2018.06.04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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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항으로 명성을 날린 엘베Elbe강 하구 하펜시티(Harpen City)와 햄버거의 발상지. 함부르크(Hamburg)가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이유에는 이 밖에도 하나가 더 있다. 마니아들의 성지, 미니어처 원더랜드(Miniatur Wunderland)다. 

미니어처 원더랜드의 근간을 이루는 거미줄 같은 철로
미니어처 원더랜드의 근간을 이루는 거미줄 같은 철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작은 세상


오전 일찍 매표소에는 이미 긴 줄이 있었다. “학생들 방학과 휴가 시즌이 막 지나서 그나마 이 정도예요.” 안내를 맡은 미니어처 원더랜드 세바스티안 마케팅 총괄 담당자가 반갑게 맞아 주며 말했다. 함부르크 ‘대표 명소’라는 수식어를 익히 들어 왔었다. 물론 관계자들의 익살 담긴 주장이겠지만, 원더랜드를 실제로 마주한 순간 결코 실없는 소리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선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다. 6,800m2 넓이의 공간에 9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미니어처 원더랜드에는 38만여 개의 라이트와 26만여 개의 피규어, 300여 개의 움직이는 자동차가 투입됐고 HO(1/87)스케일의 철도도 1만5,400m나 깔렸다. 2001년 첫 개장 당시 함부르크, 오스트리아 그리고 가상의 도시 크너핑겐(Knuffingen) 3개로 시작한 디오라마(Diorama)*는 현재 이탈리아 섹션까지 이어진 상태다. 지금도 한쪽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계속 창조되고 있다.

방문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함부르크 섹션

그러나 원더랜드의 인기에는 단순히 세계 최대라는 규모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각 섹션의 디오라마 구성 요소 하나하나에 담긴 ‘스토리’들이다. 고속도로변에서는 사람들이 즐거운 게임을 하며 피크닉을 즐기고 있고, 건물의 주차장에서 접촉사고가 난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어느 숲속에선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있다던데 아쉽게도 광활한(?) 이곳에서 찾을 수는 없었다. 원더랜드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몇 번이고 다시 올 수 있는 함부르크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디오라마 | 배경에 축소 모형을 배치해 장면을 구성하는 기법. 전투 장면, 생활상 등을 재현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주로 사용한다.

몸이 작아진다면 걸어 보고 싶은 시골 마을
몸이 작아진다면 걸어 보고 싶은 시골 마을

 

●톡톡 튀는 생동감과 유머


정적인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곳곳이 실제로 살아 움직인다는 점 또한 원더랜드의 매력이다. 철도를 따라 나아가는 기차뿐 아니라 도로 위 자동차까지 라이트와 브레이크 등을 환하게 켜고 달리고 있다. 미 서부 개척시대 배경의 영화촬영 현장 앞에 섰을 때다. 어디선가 작은 조각이 톡톡 튀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부서지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고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작은 두 사나이가 결투를 벌이느라 땅바닥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었던 것. 피규어 아래 바닥에 설치된 자석을 동력 삼아서 말이다. 

세트장에서는 서부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세트장에서는 서부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리얼리즘의 절정은 역시 공항!
리얼리즘의 절정은 역시 공항!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하이라이트는 크너핑겐(Knuffingen) 공항이다. 각 공항시설의 세밀한 표현은 말할 것도 없고, 놀라운 관전 포인트는 바로 공항의 프로세스까지 재현했다는 것이다. 40개가 넘는 비행기들이 계류장, 탑승동에서부터 순서대로 활주로 끝까지 이동한 후 이착륙을 한다. 마치 실제 공항처럼! 끝이 아니다. 윙윙대는 소리를 내는 큰 꿀벌이 활주로에 착륙하고, 영화 <스타워즈>의 주제곡이 나올 때는 해리슨 포드의 팰콘 우주선이 이륙한다.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허물어진 기가 막힌 장면에 사람들의 폭소와 환호가 마구 터져 나왔다. 


갑자기 모든 곳이 깜깜해졌다. 잠시 후 눈앞엔 건물과 가로등, 차량들의 불빛들이 깨알처럼 펼쳐졌다. 밤이다. 모형뿐만 아니라 시간도 축소된 원더랜드의 밤낮은 매 15분마다 바뀐다. 밤이 어두워지자 서서히 밝히는 불빛들은 세상의 아기자기함을 한층 돋웠다. 조물주가 우리네 세상을 바라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아티스트들의 천국, 작업실 풍경
아티스트들의 천국, 작업실 풍경
미니어처 원더랜드가 자리 잡은 곳은 원래 옛 부두 창고 건물이었다
미니어처 원더랜드가 자리 잡은 곳은 원래 옛 부두 창고 건물이었다

●재미난 생각을 세상에 옮기다


미니어처 원더랜드의 창업자인 쌍둥이 형제 프레드릭 브라운(Frederik Braun)과 게릿 브라운(Gerrit Braun). 이들이 소위 ‘철덕(철도 덕후)’ 혹은 모형 마니아가 아니라는 사실은 의외였다. 직접 얘기해 본 그들은 사업가에 좀 더 가까웠다. 젊은 시절부터 미키마우스 컬렉션 등으로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던 형제는 함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디스코텍을 세워 성공적으로 운영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이 미니어처 원더랜드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나이가 들어서까지 디스코텍을 운영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어릴 적 갖고 놀던 철도 모형이 떠올랐고, 미니어처 마을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미’다. 그들은 수익을 따지는 사업가지만 그 사업은 분명 뭔가 ‘신나는 일’이어야 했다. 미니어처 원더랜드는 그렇게 태어났다.


미니어처 원더랜드(Miniatur Wunderland Hamburg)
주소: Kehrwieder 2, Block D, 20457 Hamburg, Germany
오픈: 연중무휴(시즌과 휴일, 방학기간 등에 따라 운영시간 유동적)
요금: 성인 13유로, 어린이(16세 이하) 6.5유로, 유아(신장 1m 이하) 무료
전화: +49 40 300 6800
홈페이지: www.miniatur-wunderland.com

▶TIP  하루 중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점심시간을 전후한 오후. 여유롭게 즐기려면 오전 일찍 가는 편이 낫다. 입장시 긴 줄을 피하려면 온라인 예약도 가능하다. 건물 바로 앞 주차장을 비롯해 주변에 비싸지 않은 유료 주차장이 많아 차량을 이용해도 좋다.


●Interview
미니어처 원더랜드 창업자 게릿 브라운 Gerrit Braun

게릿 브라운 Gerrit Braun

 

Q. 미니어처 원더랜드의 직원을 채용할 때, 정작 철도 모형 마니아는 뽑지 않았다던데.
특정 분야에만 몰입하는 마니아들은 시야가 좁고 관심 있는 분야에만 집착할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보다 넓고 새로운 시각을 얻기 위해 되도록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재를 찾았다.

Q. 독일에서 유독 철도 모형이나 미니어처가 발달한 이유가 뭘까?
독일인들이 엔지니어적인 기질이 강해서가 아닐까(웃음)? 주변에 기차도 많고, 철도 모형 회사도 쉽게 볼 수 있어 그만큼 친숙한 것 같기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사실 독일에서도 철도 모형은 ‘미혼 남자가 방구석에서 하는 취미’라는 선입견이 있긴 하다(웃음).

Q. 운영상 어려운 점이 있다면? 
미니어처 원더랜드는 보다시피 매우 정교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개장 당시 관객들 앞에서 모든 것들이 문제없이 작동할까 걱정이 많았다. 특히, 크너핑겐 공항 모형이 그랬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작동되지 않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예비공항까지 생각해 놓을 정도였다. 또 실제 물 위를 운항하는 배는 자동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다른 모형과는 달리 배는 구석 어딘가에서 직원 한 명이 배를 전담해서 원격으로 수동 조종하고 있다(웃음).

Q.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을 테마로 한 모형 제작 계획은 없는지.
원더랜드를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 여행하듯 각 섹션이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지는 것이다. 알프스 경치를 본 후에 느닷없이 남태평양의 섬이 나오는 것을 원치는 않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관람객 수에도 영향을 받는다. 현재 영국 섹션을 제작 중에 있는 것도 영국인 방문객 수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향후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은 있다. 한국인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다면 그땐 한국 섹션도 나오지 않을까?

Q. 레고랜드처럼 해외에 지점을 낼 계획은?
‘절대’ 없다. 사실 한국을 포함해 지금까지 해외에서 200건 이상의 해외 지점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원더랜드는 돈벌이 수단만이 아니다. 우리가 직접 관리하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해외 지점들을 그렇게 관리하려면 인생이 너무 바빠질 것 같다. 

 

글·사진 유호상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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