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풍덩’ 빠졌다
멕시코에 ‘풍덩’ 빠졌다
  • 차승준
  • 승인 2018.06.07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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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파도가 감싼다. 
살랑거리는 봄바람 같기도,
여름철 몰아치는 소나기 같기도.
카리브해에 ‘풍덩’ 빠져 버렸다.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코수멜섬의 산호초 군락은 카리브해가 품은 보석이다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코수멜섬의 산호초 군락은 카리브해가 품은 보석이다

코수멜섬(Cozumel Island) 
코수멜섬을 만나기 위해서는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정도 이동하거나, 코수멜국제공항까지 국내선을 이용하면 된다. 코수멜섬 바다 속에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산호초 지대가 자리 잡고 있다. 동화 속에서나 마주칠 법한 풍경에 다이버들은 넋을 놓곤 한다.

태양을 품은 코수멜섬의 풍광은 처절하리만치 낭만적이다

 

●비바 멕시코(Viva Mexico)


다윈의 <종의 기원>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 나의 버킷리스트 목록에 갈라파고스 여행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결국 이뤘다. 하지만 갈라파고스에 도착 후 이내 서글퍼졌다. 눈앞에 놓인 갈라파고스의 속살을 보지 못했기에. 결국 힘들게 지워 낸 ‘갈라파고스 가기’ 버킷리스트 목록 위에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취득하기’를 덧대어 적었다. 여행깨나 한다고 자부했지만, 지구 3분의 2는 바다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아쉬움을 기회 삼아 결국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다. 마침내 지구를 조금 더 넓게 여행하는 법을 배운 셈이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코수멜섬에는 그레이트 마야 산호초 지역(The Great Maya Reef)이 자리한다. 북반구에서 가장 넓은 산호초 군집이며, 전 세계에서는 두 번째 규모다. 물속 시야가 40m 이상으로 맑아 거북이, 돌고래, 고래상어 등 다양한 해양 생물과 마주칠 수 있다. 무려 500여 종이 서식하고 있으니, 다이버들의 꿈의 바다로 불릴 만하다. 나 역시 카리브해에서 즐기는 낭만적인 다이빙을 꿈꾸었다. 그리고 꿈은 현실이 되었다.

멕시코 독립기념일에는 거리 곳곳에서 정열적인 춤사위를 구경할 수 있다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코수멜섬으로 향하는 페리에 몸을 실었다. 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곳곳에서 들려왔다. “비바! 메히코!(Viva! Mexico!)” 멕시코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거리 곳곳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1521년 스페인의 식민지가 된 멕시코는 300년이라는 세월을 지배받았다. 그리고 1810년 9월16일, 미겔 이달고 신부의 선봉 아래 독립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821년, 드디어 독립을 쟁취한다. 미겔 이달고의 투쟁은 당시 실패로 끝났지만 멕시코는 미겔 이달고 신부의 용기를 잊지 않고 매년 기념한다. 다름 아닌 ‘독립기념일’로 말이다. 이토록 기분 좋은 날, 맥주가 빠질 수 없다. 날이 어둑해지기 전 펍에 들렀다. “우나 세르베사 솔, 포르 파보르(Una Cerveza Sol, por favor).” ‘솔 맥주 하나 주세요’라는 뜻이다. 솔(Sol)은 스페인어로 ‘태양’을 뜻한다. 맥주를 두어 모금 들이키고 나니, 역시나! 번뜩 눈을 밝혀 주는 태양의 맛이다. 태양을 꿀떡 삼킨 탓인지 부쩍 날이 어두워졌다. 어둠 속 우렁차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잔잔한 야경. 혼자 즐기기엔 처절하리만치 낭만적인 순간이었다. 꿈꿔 왔던 카리브해가 내 앞에 찰랑였다. 

상쾌한 시야를 자랑하는 청정 다이빙 포인트, 찬카납
상쾌한 시야를 자랑하는 청정 다이빙 포인트, 찬카납ⓒRaul
파라다이스 리프 인근에 살고 있는 옐로테일 스내퍼(Yellowtail Snapper) ©Raul

●여행의 향기, 진한 바다내음


카리브해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리프(Paradise Reef)와 비야 블랑카(Villa Blanca) 포인트에서 아름다운 산호를 만났다.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와, 한껏 흥분한 채로 수중사진작가 라울에게 말했다. “산호는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식물이야!” 나의 산호 예찬론을 잠자코 듣고 있던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산호 정말 아름답지. 그런데 산호는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야!” 


산호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자웅이체 동물로, 바다 속에서 수정을 통해 번식한다.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있으니 식물이라고 오해할 수밖에. 괜스레 꿈쩍하지 않는 산호 탓을 해 본다. 다음날 유캅 리프(Yukab Reef) 포인트에서 리프상어를 만났다. 어찌나 앙증맞던지, 산호 논쟁으로 얼굴 화끈했던 기억이 잊혀졌다. 이후에도 수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산타로사 월(Santa Rosa Wall)에서는 엔젤피시 가족을, 토멘토스 리프(Tormentors Reef)에서는 해마와 함께 유영했다. 찬카납(Chankanaab) 다이빙을 하던 날은 유독 날씨가 맑아 바다 속 시야가 무한대에 가까웠다. 눈앞이 확 트였던 카리브해의 풍광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바다내음이 풍겨 올 정도로.

비야 블랑카 포인트에 위치한 산호초 군락 ©Raul

코수멜 아쿠아 사파리 다이브숍 (Cozumel Aqua Safari Dive Shop)
주소: Av. Rafael Melgar 429, Cozumel, Quintana Roo 77600 Mexico
전화: +52 987 869 0610
오픈: 07:30~19:30 
요금: 데이트립 보트 다이빙 50USD~123USD(3회), 프라이빗 보트 다이빙 160USD, 해양공원 입장료 2.50USD
홈페이지: www.aquasafari.com 

 

플라야 델 카르멘 5번가의 시작점, 푼다도레스(Fundadores) ©Raul

●매일이 아름다운 플라야 델 카르멘


리비에라 마야(Riviera Maya)의 중심지인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은 과거 작은 어촌이었으나, 최근 카리브해 크루즈가 정박하는 휴양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한 멕시코 유카탄 반도와 다이빙의 메카, 코수멜섬을 잇는 주요 항구이기도 하다.


유카탄 반도 동쪽에 위치한 카리브해 연안은 11~3월까지 평균기온 28℃로 여행하기 적절하다. 사실 여름철인 6~9월에도 32℃ 정도로 연중 온도 격차가 크지 않고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아 매일이 쾌적하다. 수온 역시 연중 27~29℃로 따뜻한 편이어서, 얇은 슈트나 수영복만 입고 바다 속을 누비는 다이버를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매일이 천국인 이곳에도 피해야 하는 시즌이 있으니 바로 스프링 브레이커(Spring Breaker)족이 몰려들 때다. 3~4월은 미국 대학의 봄방학이 있는 시즌으로 대다수의 미국 대학생들이 멕시코 바다로 몰려든다. 흡사 한여름철의 해운대처럼.

과거 세노테는 사후세계의 관문으로 여겨졌다 

●아지랑이 피는 카리브해


플라야 델 카르멘 여행의 하이라이트, 세노테 다이빙에 도전했다. 6,500만년 전까지 바다였던 유카탄 반도는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해수면이 낮아져, 현재는 육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석회암이 침식해 지하수 샘이 형성되었고, 이것을 세노테라고 부른다. 유카탄 반도에는 약 6,000여 개의 세노테가 있다. 위가 뚫려 넓은 입구의 세노테부터, 동굴처럼 생긴 세노테까지. 자연의 손으로 빚은 예술품은 역시나 각양각색이다. 리비에라 마야 지역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 남짓, 나는 모든 시간을 오롯이 다이빙에 할애했다.

세노테를 비추는 황홀한 햇살. 몽환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세노테를 비추는 황홀한 햇살. 몽환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세노테 다이빙은 크게 2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빛이 들어오는 지역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캐번 다이빙(Cavern Diving)’과, 빛이 유입되지 않는, 동굴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케이브 다이빙(Cave Diving)’. 고급 기술이 요구되는 케이브 다이빙을 욕심 부렸지만, 1년을 갓 넘긴 짧은 다이빙 경력이 발목을 잡았다. 어둡고 좁은 지역에서 완벽한 중성부력을 맞추는 일이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에. 결국 캐번 다이빙 교육과정과 사이드 마운트(Side Mount) 자격증 과정을 선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이드 마운트란 동굴 다이빙처럼 진입하기 어렵고 좁은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산소탱크를 등이 아닌, 몸의 양옆에 장착하는 시스템이다. 2개의 탱크를 번갈아 가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시간 다이빙이 가능하다.

학창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예습, 복습까지 해 가며 열정적으로 교육코스를 마쳤다. 문제는 캐번 다이빙 교육이었다. 연 이틀 세노테 입구에서만 진행되는 교육에 조급증이 달아올랐다. 고심 끝에 인스트럭터(Instructor)인 니콜라스에게 과감히 포기선언을 했다. 그제야 세노테의 동굴 속, 황홀히 번지는 햇살이 나를 비췄다. 니콜라스를 따라 세노테를 만끽하며 수심이 깊은 곳으로 홀린 듯 하강하니 할로클라인(Halocline)에 도착했다. 세노테의 물은 담수지만, 해안 가까운 곳의 깊은 수심에는 바닷물이 유입된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의 염분 농도 차이로 인해, 물이 섞이지 않고 염분 약층인 할로클라인이 생기는 것이다.

담수와 해수의 온도차로 등은 차갑고, 배는 따뜻하다. 핀킥(Fin Kick)을 할 때마다 아지랑이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듯하다. 덕분에 잠시 시야가 흐려지고, 빛이 굴절되는 몽환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만 같던 세노테 다이빙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마야인들은 세노테를 사후세계의 관문으로 여겼다고 한다.


한참을 감탄한 뒤에서야 뭍으로 올라왔다. 나의 일주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아쉬움 가득 안고, 귀국편 비행기 좌석에 몸을 기댔다. 밀려오는 단잠 속, 여전히 카리브해가 찰랑이고 있었다. 몸을 맡기고 유영했다. 카리브해에 ‘풍덩’ 빠져 버렸다. 

세노테 익스피리언스 스쿠버다이빙 (Cenote Experience Scuba Diving)
주소: Av. 20 Norte, Playa del Carmen, Quintana Roo 77720 Mexico
전화: +52 984 147 4442

“바다 속, 얼마나 예쁘게요?”

플라야 델 카르멘 인근  
주요 세노테 다이브 포인트

세노테 쿠클칸 Cenote Kukulkan
세노테 차크물 Cenote Chac Mool
칙인하 세노테 Chikin-ha Cenote
세노테 폰데로사 Cenote Ponderosa
세노테 타지마하 Cenote Tajma-Ha
세노테 도스 오호스 Cenote Dos Ojos
세노테 마나띠 Cenote Manati
까사 세노테 Casa Cenote
세노테 엑스타바이 Cenotes Xtabay

 

*트래비스트 차승준은 주중에는 데이터 분석가, 주말에는 수중다이빙과 클라이밍을 즐기는 익스트리머다. 이번에는 멕시코 다이빙이다.

글·사진 Traviest 차승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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