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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의 숲과 수직의 성당, 밀라노

기차 타고 유럽 여행
Italy Milano

  • Editor. 노중훈
  • 입력 2018.06.18 14:15
  • 수정 2018.06.20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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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함과 세밀함을 빠짐없이 골고루 갖춘 밀라노 대성당
웅장함과 세밀함을 빠짐없이 골고루 갖춘 밀라노 대성당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왔다. 기차는 오전 8시42분 루체른을 떠났고, 오전 9시50분 밀라노(Milano) 중앙역에 멈춰 섰다. 국경을 넘는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짧은 시간이었다. 밀라노 투어의 시작은 건축물이 담당했다. 다양한 연대와 형식의 건축물이 자연스레 어깨를 맞대고 있는 도시가 다름 아닌 밀라노다. 1930년대 지어진, 낯빛이 어두운 무솔리니 스타일의 건물을 지나 유럽에서 가장 큰 보행자 전용 구역인 포르타 누오바(Porta Nuova)의 ‘4번 타자’ 유니 크레딧 타워(Uni Credit Tower)를 올려다보았다.

인접한 가에 아울렌티 광장(Piazza Gae Aulenti)은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를 기념해 조성된 광장이다. 그는 핀란드의 국민 건축가 알바 알토와 마찬가지로 건축과 가구 디자인이란 두 영역 모두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인물이다.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의 외관은 한층 충격적이었다. ‘밀라노의 수직 숲’이란 별명에 걸맞게 아파트로 사용되는 빌딩 전체가 크고 작은 나무와 식물로 뒤덮여 있다. 친환경 건축 기법을 적용했고, 태양광 패널을 통해 건물에 전력을 공급하며, 빗물과 더불어 주방 및 화장실에서 사용된 물도 식물들에게 재사용한다.

울창한 수목 사이로 철로가 놓인 밀라노 중심가
울창한 수목 사이로 철로가 놓인 밀라노 중심가

점심 식사 전 마지막으로 들른 10 코르소 코모(Corso Como)는 패션 잡지 <보그 이탈리아>의 편집장 카를나 소차니가 1990년에 만든 복합 매장이다. 편집숍, 카페 겸 레스토랑, 객실이 3개뿐인 디자인 호텔이 모여 있다. 갤러리에서 작품 감상하듯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라는 의미의 ‘슬로 쇼핑’을 기치로 삼는다고. 로컬 가이드의 안내로 들어선 식당 프리메(Prime)에서 카치오 에 페페(Cacio e Pepe)를 주문했다. 루가노의 마르코가 적극 추천했던 파스타다. 이탈리아어로 카치오는 치즈, 페페는 후추를 뜻한다. 말 그대로 치즈와 후추로만 맛을 내는, 간결함으로 최대치의 균형을 이끌어 내는 파스타다. 간이 좀 짰지만 ‘너무 짜서 못 먹기 전까지 짜게 하라’는 이탈리아 속담을 떠올리면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다.

밀라노 시가지를 누비고 다니는 트램

밀라노의 시티 투어 가이드는 스포르체스코성(Castello Sforzesco) 정문 앞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밀라노에 20년 가까이 거주했던 사실을 아세요? 잘 모르죠? 그렇다니까요. 다빈치 유산을 밀라노시市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텐데….” 회화, 건축, 조각, 해부학, 천문학, 물리학, 토목학, 병기 공학 등 그야말로 방대한 영역에 두루두루 능통했던 이 ‘전지적 작가’는 젊은 시절을 고향 피렌체에서 보냈지만 30살이 되던 해 밀라노로 활동 무대를 바꿨다. 그를 초대한 루도비코 마리아 스포르차 공작의 대저택과 성채에 머물며 발군의 재능을 표출했다. 그의 생애 가운데 가장 안정된 시기로 꼽힌다. 다빈치는 밀라노 시절 그림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화가가 아닌 군사 고문과 궁정 연회 총감독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밀라노와 다빈치를 연결 짓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빈치가 밀라노에서 겨우 작업한 6개의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밀라노를 대표하는 르네상스 건축물인 스포르체스코성의 프레스코화다.

아케이드 형식으로 되어 있는 쇼핑몰,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밀라노의 ‘최대 주주’는 역시 밀라노 대성당(Duomo di Milano)이다. 길이 158.6m, 폭 92m, 135개의 첨탑, 첨탑 최고 높이 108.5m, 조각상 3,159개, 축구 경기장의 1.5배 넓이, 500여 년의 공사 기간 등 수직적 모티브의 백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대성당의 위엄과 위용을 증거하는 객관적 숫자는 차고 넘친다. 물론 예술적 가치가 수치로 포획되지는 않겠지만. 대성당 위쪽에는 베르디와 푸치니가 오페라를 초연했던 유서 깊은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부서졌다 전쟁 직후 3,000석 규모로 재개관했다. 스칼라 극장은 안과 밖이 상이하다. 겉모습은 수수하기 짝이 없지만 붉은 카펫, 금색 벽, 샹들리에로 치장된 내부는 상당히 화려하다. 건물 내 오페라 박물관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설적인 오페라 작곡가들의 유품과 악보, 오페라 무대의상과 장신구 등이 전시돼 있다.

 

취재협조 루체른관광청 www.luzern.com, 루가노관광청 www.luganoregion.com, 이탈리아관광청 www.italia.it, 밀라노관광청 www.comune.milano.it, 토스카나주관광청 www.visittuscany.com / www.toscanapromozione.it,
피렌체관광청 www.firenzeturismo.it, 피렌체컨벤션뷰로 www.destinationflorence.com, 유레일 한국 홍보 사무소 www.eurail.com

글·사진 노중훈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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