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양박사의 It’s IT] 여행 민주주의의 실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8.07.02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박사
IT Travel 칼럼니스트 

 

영국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을 동반한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에서 살게 됐다. 지어진지 50년도 훌쩍 넘은 건물로 나름 운치가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세월의 영향으로 내부 이곳저곳엔 종종 수리가 필요했다. 수도며 라디에이터며 고장이 날 때면 항상 건물 관리인이었던 마크가 와서 수리해주곤 했다. 마크는 근처 맥주집에 가면 만날 수 있을 법한 유쾌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기는 영국인이었다. 한번은 주말에 런던에 있는 미술관에서 하는 무료 전시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마크와 마주치게 됐는데, 당시 나는 좀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현대미술 전시가 한창인 이곳에서 집수리를 맡고 있는 그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물론 누구나 전시를 보고 즐길 수 있는 거지만 당시 나는 매우 편협한 마음과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크와 함께 전시를 둘러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예술에 대한 그의 깊은 지식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유럽의 문화관련 정책에 대해 좁았던 나의 시야를 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실 유럽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일반 대중들에게 개방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무렵으로 당시 일부 부유층이나 엘리트 계층만이 누리던 일종의 고급문화를 대중들에게도 향유할 기회를 준다는 취지였다. 이후, 국가적 정책 차원에서 문화를 부흥시키기 위한 방법론적 관점으로  ‘문화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culture)’와 ‘문화 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언뜻 보면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문화의 민주화’ 는 클래식 음악이나 미술 전시 등 일종의 ‘고급문화’ 라고 불리우는 것들을 대중에게 전파시킴으로써 문화의 확산을 꾀하는 것이다. 미술관 무료관람이나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곁들이는 방식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반면 ‘문화 민주주의’는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문화 및 예술의 주체적 운영자가 되어 문화의 부흥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아마추어 연주가들의 거리공연이나 지역의 문화센터 운영을 활성화 하는 것에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문화 민주주의’의 저자 곽성연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독일은 국가가 문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간접수익성’을 논하며 문화가 미래 국가 경제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될 것임을 예견했고 그에 따른 문화발전 정책을 시행했다고 한다. 위와 같은 예견을 여행업계 관점에서 풀어보면 여행은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것으로 등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러한 과거 독일의 문화정책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국가의 정책적 차원으로의 접근은 아니지만 한국의 여행 발전사를 보면 앞서 언급한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 민주주의’를 ‘여행의 민주화’와 ‘여행의 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차용해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부터 해외여행의 자유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개인여행관련 정보의 부족과 복잡한 서류준비과정, 언어문제 등으로 인해 지금처럼 쉽게 여행을 갈 수 없었다. 그런 상황속에서 당시 일반 대중들에게 여행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여행의 민주화’를 가져다 준 것이 바로 여행 패키지 상품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에 있어서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여행사들이  항공권, 호텔, 현지 일정 등 모든 것을 준비하고 대중들은 편하게 그것을 향유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여행의 민주화’는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로의 변화 속에서 ‘여행 민주주의’에 이르게 된다. 이제 대중은 자신의 여행을 직접 계획하고 항공권과 호텔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여행의 생산자가 되었다. 또한 누구든 원한다면 자신의 여행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여행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여행의 민주화’에서 ‘여행  민주주의’로 변화를 이끈 견인차가 바로 IT다. 포털과 소셜미디어 등은 여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도나 통역 어플리케이션 등은 현지 가이드를 대신한다. 또한 출발 전 미리 현지에서 방문할 관광지의 입장권이나 각종 투어상품들을 구매하여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할 수 있어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맞춤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여행 민주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방콕에서 있었던 아마데우스 온라인 커넥트 행사에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앞으로 여행관련 IT 방향성은 대중이 스스로 여행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완전한 ‘여행 민주주의’ 실현에 있다는 점이었다. 여행의 주권을 여행자가 갖는 ‘여행  민주주의’의 확립을 향한 기술의 확장과 발전이 어떻게 진행되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