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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장미향으로 기억되는 도시, 으스파르타

Isparta

  • Editor. 최갑수
  • 입력 2018.07.10 17:55
  • 수정 2018.07.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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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파르타의 장미밭. 장미 재배면적이 여의도의 33배가 넘는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장미오일이 전 세계 공급량의 65%를 차지한다
으스파르타의 장미밭. 장미 재배면적이 여의도의 33배가 넘는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장미오일이 전 세계 공급량의 65%를 차지한다

 

여행자가 가장 행운이라고 느낄 때는 찾아든 도시가 축제 중일 때다. 으스파르타는 때마침 장미축제 중이었다. 시청 앞 광장에는 전통복장을 한 남자들이 피리를 불고 북을 두드리며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세르비아, 카자흐스탄 등 주변 국가에서 온 전통 옷을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축제 행렬을 따라가다 멋진 콧수염을 가진 중년의 남자를 만났다. 옷걸이처럼 생긴 수염은 족히 30cm는 되어 보였다. “웰컴 투 으스파르타. 장미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가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아 유 꼬레?” 그렇다고 답하자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터키 남자들이 그러했듯 그 역시 어깨동무를 한 채 사진을 찍자고 했다.

아피온에서 차를 타고 3시간 정도 가면 닿는 으스파르타는 전 세계 장미수와 장미오일의 60%를 생산한다. 장미가 활짝 피는 5~6월이면 도시 전체가 장미향에 휩싸인다. 평균 해발이 800m 이상인 덕에 여름 평균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아 장미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으스파르타의 장미밭은 약 2만8,000ha에 달한다고 한다. 으스파르타의 장미는 이스마일 에펜디라는 사람이 1888년 불가리아에서 지팡이에 장미 씨앗을 몰래 들여오면서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시청 앞 광장에는 이스마일 에펜디(Ismail Efendi)의 동상이 서 있다.


아르드츨 쾨이위(Ardıclı Koyu)라는 마을에서 장미 수확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해 뜨기 전,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좀 피곤한 일이었지만 기꺼이 참여하기로 했다. 
장미밭은 체험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손마다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장미꽃을 담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딴 장미꽃은 모두 ‘로센스’라는 브랜드의 장미수와 장미오일로 만들어진다. 하루에 보내지는 장미 잎은 320톤 정도 된다고 한다. 장미 잎 4톤에서 1kg 정도의 오일이 추출된다고 하니 얼마나 강하게 농축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장미오일을 만들 수 있는 장미는 ‘로사 다마세나’라는 품종. 으스파르타는 세계 장미 관련 화장품의 65%를 생산한다.


“장미오일은 화장품 필수 원료인데, 장미오일을 넣으면 10시간 이상 향이 지속된답니다.” 로센스의 담당자는 장미통에 장미를 쏟아 부으며 말했다. “으스파르타에 미인이 많은 이유는 이 장미수로 세수를 하기 때문이죠.”


이른 아침부터 장미 따기 체험을 한 후 으스파르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식당으로 향했다. 시내에 자리한 ‘케바치 카디르(Kebapcı Kadir)’는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케밥집. 1851년부터 문을 열고 있다. 콧수염 아저씨가 이 집이 자기 단골이자 으스파르타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추천해 주었다. 모르는 지역을 여행할 때 현지인들의 충고와 조언을 들어야 하는 건 바람직한 여행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장미축제 기간 중 으스파르타 시내에서 만난 멋진 수염의 터키 아저씨
장미축제 기간 중 으스파르타 시내에서 만난 멋진 수염의 터키 아저씨

꼬치에 끼워진 채 커다란 화덕에서 구워져 나온 케밥은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케밥보다는 오히려 약간은 심심한 맛이었는데, 토마토와 양파, 오이 등을 넣어 만든 샐러드인 초반 살라타(Choban Salata)와 함께 먹으니 풍미가 훨씬 더 살아났다. 


아이란(Ayran)도 자꾸만 생각나는 음식이다. 요구르트에 물을 섞어 희석한 것인데 묽은 요구르트라고 보면 된다. 요구르트 맛 콩국이라고 할까. 시원한 주석잔에 나오는 이 음료로 맥주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왕 먹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해 보자. 터키에서 뭘 먹었냐면, 아침으로 올리브와 치즈, 말린 무화과와 살구, 요구르트, 삶은 계란, 딱딱한 바게트를 먹었다. 점심으로는 삶은 계란과 요구르트, 딱딱한 빵, 치즈, 말린 무화과와 살구, 올리브를 먹었다. 눈치 챘겠지만, 접시 위에 놓인 음식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터키 여행 내내 치즈와 올리브, 요구르트, 딱딱한 빵, 삶은 계란을 먹었다는 것이다. 아, 맛이 없었다고 불평하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나는 이토록 맛있는 올리브와 치즈, 말린 무화과와 살구, 요구르트를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아침을 먹기 위해 호텔 식당에 내려갔을 때 나를 놀라게 한 건, 올리브가 무려 13가지 종류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더 놀라운 건 건너편 테이블에 놓인 11가지의 치즈, 그리고 그 옆에 놓인 9가지 종류의 요구르트와 과일잼. 사흘 동안 그 호텔에 묵었는데, 사흘째 아침에서야 나는 비로소 그것들을 다 맛볼 수 있었다. 

터키의 또 다른 명물은 올리브다. 우리 식탁에 김치가 빠지지 않듯 어딜 가나 신선하고 맛있는 올리브를 맛볼 수 있다
터키의 또 다른 명물은 올리브다. 우리 식탁에 김치가 빠지지 않듯 어딜 가나 신선하고 맛있는 올리브를 맛볼 수 있다

 

여행을 하며 가장 짜증이 나는 순간 중 하나가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다. 특히 모르는 사람과 마주하는 형식적인 자리에서 ‘형식적인(모양만 갖춘 맛없는 요리)’ 코스 요리를 먹다 보면 여행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 들어 화가 날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터키에서 먹은 올리브와 치즈, 케밥, 로쿰의 맛은 살인적인 일정을 용서할 수 있게 했다. 식탁 앞에 앉을 때마다 느긋하고 평화로워졌으니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일주일 동안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아피온을 거쳐 으스파르타까지 터키를 여행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으스파르타의 ‘케바치 카디르’에서 맛본 양고기 케밥. 왼쪽에 놓인 하얀 음료가 아이란이다
으스파르타의 ‘케바치 카디르’에서 맛본 양고기 케밥. 왼쪽에 놓인 하얀 음료가 아이란이다

 

아피온의 온천과 로쿰, 으스파르타의 장미축제와 케밥 요리 그리고 이스탄불의 복잡하기 그지없는 그랜드바자르에서 마신 터키시 커피까지. 물론 내겐 좋았을 추억이 다른 누군가에겐 형편없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여행의 인상은 그날의 날씨나 사람 등 가변적 요소에 따라 완전히 달라져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니까.


아피온의 어느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으스파르타의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거리를 내려다보던 시간은, 뭐랄까,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맑은 날, 야구장의 외야석에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힘차게 뻗어 가는 야구공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외야 플라이로 끝나든 홈런이 되든 상관이 없는 그런 타구, 매끈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의 궤적만으로도 아름다운 그런 타구 말이다.

으스파르타 장미축제 개막식에서 만난 터키 인근 나라의 민속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 불가리아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참여해 퍼레이드와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리는 터키인들도 만날 수 있다
으스파르타 장미축제 개막식에서 만난 터키 인근 나라의 민속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 불가리아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참여해 퍼레이드와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리는 터키인들도 만날 수 있다

 

●One Day in Istanbul 터키항공 스톱오버 투어 

터키의 여러 도시 가운데에서도 이스탄불만큼 영욕이 교차한 도시가 있을까. 동·서양 문물 교류가 시작된 이후 실크로드 상인들이 서양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이스탄불은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다리이기도 했다. 

이스탄불 거리. 아야 소피아 성당의 우뚝 솟은 첨탑이 바라보인다
이스탄불 거리. 아야 소피아 성당의 우뚝 솟은 첨탑이 바라보인다

 

이스탄불은 서기 330년에 로마의 콘스탄틴 대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콘스탄티노플로 이름이 바뀌었다. 1200년에는 십자군의 침략을 받고 다시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초토화된다. 그러다가 1453년에 비잔틴 제국이 무너진 후 술탄 메메트 2세에 의해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스탄불은 6세기에 이미 인구가 50만명, 9세기에는 100만명이 넘었던 거대도시였다. 지금의 인구도 1,200만명에 달하며, 해마다 평균 2,000만명이 찾는다.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명소는 아야 소피아 성당이다. 이 성당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차례로 지배했던 터키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걸작이다. 하지만 아야 소피아 성당은 아름다움만큼이나 고난이 가득한 건축물로 유명하다. 십자군 전쟁 때는 십자군의 약탈 대상이었고,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이 성당에서 밀려오는 투르크 군을 바라보며 화염 속에 몸을 던져 자결하기도 했다. 오스만투르크의 술탄은 성당의 네 귀퉁이에 이슬람 사원의 상징인 미나레트를 세우고는 성당 내부의 벽을 장식했던 성화들은 모두 회칠을 해 버리기도 했다.

아야 소피아 성당의 화려한 천장벽화
아야 소피아 성당의 화려한 천장벽화
이스탄불 최고의 명소 아야 소피아 성당은 1년 내내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스탄불 최고의 명소 아야 소피아 성당은 1년 내내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붐빈다

 

지금의 아야 소피아 성당은 무종교다. 터키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가 박물관으로 바꾸면서 이 성당은 고난에 찬 종교의 시대를 마감했다. 성당 내부에는 코란의 경전을 새긴 금문자와 최근에 복원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성화가 있어 파란만장했던 이스탄불의 역사를 웅변적으로 보여 준다.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명이 만나는 곳인지라 큰 시장이 발달했다. 대표적인 곳이 그랜드 바자르. 1455년 술탄 메메드 2세의 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바자르는 중앙아시아의 도시마다 있는 시장을 뜻하는데 이스탄불에 있는 그랜드 바자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자르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하다. 현재 무려 4,500개의 상점들이 몰려 있다. 보석과 장신구, 화려한 터키의 그릇, 조명, 가죽류, 입맛을 유혹하는 터키식 젤리, 향신료, 액세서리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travel  info

tour  Istanbul
만약 아피온으로 가기 위해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경유한다면 7시간 정도가 남을 것이다. 공항에 앉아 그냥 시간을 보내지 말고 ‘투어 이스탄불’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자. 터키항공 국제선 이용객이 환승을 위해 6~24시간 머무르는 레이오버(layover) 승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료 관광프로그램이다. 신청은 공항 내 라운지 앞 호텔 데스크에서 하면 된다.  


ABOUT 
터키항공은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주 11회씩 왕복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 30분. 시차는 한국보다 6시간 늦다. 통화는 리라YTL를 사용한다. 1리라에 한화 약 240원이다. 물가는 저렴한 편이다. 터키 사람들이 즐겨 먹는 빵 시미트(Simit)가 1.5리라(약 400원) 정도다.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 북쪽에 자리한 ‘요리사 셀림의 쾨프테집(Tarihi Sultanahmet Koftecisi Selim Usta)’은 터키식 떡갈비 ‘쾨프테’로 유명하다. 
 

글·사진 최갑수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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