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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의 트렌드 리포트] 공유경제와 청년 일자리의 상관관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8.07.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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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공유 숙박 분야의 규제 혁신이 세계 각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자신의 집이나 남는 방, 콘도나 별장 등을 단기간 임대하는 규정이 복잡하고 그 규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만해도 전 세계 191개 국가, 8만1,000개 도시에 500만 개의 숙소가 등록돼 있다. 지금까지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관광객도 3억명이나 된다. 


공유 숙박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과 제도를 개선해 제도권 안에서 공유 숙박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강하게 일고 있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에 제정된 단기 임대법의 개정 법안이 2015년 5월에 통과됐다. 덕분에 전 세계에서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기로 유명한 런던 시민들은 호스팅 부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여행객도 비싼 런던을 보다 경제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런던에 앞서 2015년 3월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알뤼르(ALUR)법에 서명했다. 알뤼르법은 프랑스에 사는 사람 누구나 자신의 주거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주택법안이다. 이후 수만 명의 시민이 집을 공유하면서 파리는 전 세계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가장 많은 게스트가 찾는 도시가 됐다. 미국에서는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산호세 시민은 180일간, 로스앤젤레스는 120일간, 필라델피아는 90일간 자신의 집을 단기 임대하거나 공유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공유 숙박과 관련된 주택숙박사업법이 통과됐다. 새로 도입된 이 법은 1947년 제정된 70년이 넘은 일본의 여관업법(旅館業法)을 수정한 것이다. 공유 숙박과는 동떨어진 제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여관업법의 수정으로 일본 국민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는 관광객들과 집을 공유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갖게 됐다. 


입법자나 행정가 또는 이익집단의 시각에서 제정되고 시행돼 온 여행 관련 정책이나 규제가 이제 국민이나 학생의 눈으로,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혁은 어쩜 시대 변화에 맞춘 자연스런 흐름일 수 있다. 살고 있는 집이나 남은 방을 활용해 수익을 얻겠다는 호스트의 욕구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의 욕구가 서로 충족되는 데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행객을 유치하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합리적인 공유 경제를 실천하려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여행업계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국가가 공유 숙박을 제도화한 것은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공유 경제가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공유 경제 플랫폼에 참여해 보조 수입을 얻는 인구는 급속히 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중앙 행정 기관인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6,500만 인구 중 5%에 육박하는 300여만명이 지난 1년 동안 공유 경제 플랫폼을 통해 노동을 제공했다고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과반수(56%)가 18~34세의 젊은 층이라는 사실이다. 공유 경제 활동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신기술을 이용한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해 창업을 하는 청년은 자신을 포함해 이용자들을 공유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극 참여토록 해 일자리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한 해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의 숙소를 이용한 관광객이 189만 명에 달했다. 자신의 주거 공간을 여행객과 공유하며 '민간 외교관'으로 해당 지역의 문화를 알린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1만6,000명이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9,000명이 39세 이하의 청년이었다. 공유 경제 플랫폼을 통해 경제 전반의 구조 변화에 적극 합류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은 희망적이고 활기차다.


공유 경제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여러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가 공유 경제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여전히 공중위생관리법을 통해 숙박업을 정의하고 관광진흥법과 농어촌정비법은 주택에서의 홈스테이와 민박만 허용할 뿐 공유 숙박을 포용하거나 촉진하는 법규는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도시에서 자신의 집을 공유 숙박에 활용하는 것도 외국인 대상으로만 가능하다. 


얼마 전 공무원 선배에게 들은 말이 떠오른다. “법과 제도는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렇다. 규제 개혁을 통한 공유 경제 활성화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정책 총괄 대표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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